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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전용의 Coffee Break] 소박한 마을 Itri를 가장 트랜디하게 만든 Bar- Bix

Prologue#
아침부터 어두컴컴한 하늘은 이윽고 눈을 뿌렸습니다. 12월의 눈은 로맨틱하기 마련인데 왠지 을씨년스럽기만 합니다. 마치 지난달 월드컵 플레이오프의 ‘악몽’이 되살아난 것처럼 말이죠. 2018 러시아 월드컵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이탈리아는 스웨덴과 0-0으로 비기며 60년 만에 월드컵 축구 본선행 티켓을 놓쳤습니다. 이를 두고 언론들은 ‘종말’, ‘파멸’, ‘국가적 수치’ 등의 극단적인 단어를 동원해 충격과 실망을 표현했습니다.


“월드컵 본선 좌절은 이탈리아 스포츠 역사상 가장 암울한 순간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며 “축구와 함께 살고, 숨 쉬는 이탈리아로서는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을 뛰어넘는 잔인한 타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탈리아에 살다 보면 자연스레 이들의 축구 사랑에 눈을 뜨게 되는데요. 반세기 이상 유래없던 일이 벌어진 관계로 현지 친구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 역력합니다.


이탈리아 축구의 수문장 부폰 선수는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39살 부폰은 축구 인생의 마지막을 러시아 월드컵 무대에서 장식하려 했지만 그 꿈은 끝내 물거품이 됐습니다. 경기 후 기자회견 자리에서 “나 자신이 아니라 이탈리아 축구 전체가 안타깝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는데 실패했다.”며 60년 만의 월드컵 진출 좌절에대한 미안함을 전했는데요. 이어 부폰은 “이탈리아 축구에는 분명히 미래가 있다. 우린 자부심과 능력과 결단력이 있다. 흔들려도 언제나 다시 서는 방법을 찾는다.”고 말해 팬들의 마음에 감동과 안타까움을 전했습니다. 사랑에 빠진 이들의 기대감은 실망의 크기와 정비례 합니다 .


“축구시합이 사회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인터뷰는 실제로 이들의 행동 양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자신만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며 삶의 에피소드를 나누는 오늘날의 행동 양식처럼 말이죠.


Scene 1#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다른 이들의 삶 이야기를 엿보고자 하는 이들의 자연스러운 욕망은 독립된 공간으로만 여겨졌던 주방을 바꿨습니다. 건강한 음식, 칼로리와 영양, 질 높은 음식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오픈다이닝을 통해 소통하는 셰프들을 스타의 반열로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불과 칼을 다루는 거친 주방의 일상이 어느새 퍼포먼스가 됐습니다.


이탈리아의 주방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을 하나 골라야 한다면 단연코 올리브입니다. 마치 한국의 주방에 간장이나 고추장, 된장처럼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아이템인 셈이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란 단어가 더는 생소하지 않습니다. 올리브는 신선한 샐러드와 각종 해산물은 물론 이탈리아 요리에 전방위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Scene 2#
이런 탓에 올리브에 대한 각 고장의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Itri란 도시를 들어본 적 있나요? 현지인에게조차 생소한 인구 1만 명의 소도시는 품질 좋은 올리브를 생산하고 있고 긍지를 갖고 있습니다. 소박하기 이를 때 없는 작은 마을에 이탈리아 최고의 커피숍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이 구역의 크기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올랜도에 위치한 세계적인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의 규모 정돕니다. 세계적인 와인으로 유명한 토스카나 몬탈치노 역시 인구만 명 남짓한 인구에 200개가 넘는 양조장이 있는 것처럼 이 마을도 품질 좋은 올리브를 생산하기로 유명합니다. OLIVE ITRANA가 이 지역의 특산물입니다.





로마 떼르미니 역에서 레조날레 열차로 1시간 20분 정도를 달려가다 보면 이탈리아 중서부 지역의 해안이 드넓게 펼쳐지는데, 덜컹거리는 소음 사이로 펼쳐지는 파노라마는 힐링을 선사합니다. 감상에 잠길만하면 벌써 Itri의 소박한 기차역과 마주하게 됩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깡촌의 시골 역처럼 이곳은 낮은 지역에서 점점 거슬러 올라가는 형태로 도로를 자동차로 5분 정도 달려가야 비로소 오르막의 중턱에서 마을이 시작됩니다.


Scene 3#
올리브의 마을에 진짜 ‘엑스트라 버전’의 커피숍 Bix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곳의 주인 패트릭(Patrick)은 이민자인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서 태어났습니다. 유년시절 미국에서 이탈리아로 돌아온 아버지가 Caffe ‘Bix’를 경영했다고 합니다.



1980년대부터 시작해서 2세대에 걸쳐 대를 잇고 있는 셈이죠. 한국 나이로 42세가 된 패트릭은 학생시절부터 아버지를 도와 바에서 바리스타로 일을 했으니 경력으로 치면 30년이 다 돼가는 장인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그의 아버지가 삼촌과 운영을 했던 것처럼 이제는 그의 사촌 로베르또와 함께 이 특별한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시를 구경시켜 주겠다며 헬멧을 넘겨주더니 이윽고 오토바이에 시동을 겁니다. 기름을 채우러 들른 주유소에서는 주인장과의 유쾌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한국에서 온 친구’라고 저를 소개합니다. 이 질문을 하지 않길 바라는 제 맘과는 다르게 이들의 친절한 질문은 시작됐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가족들을 괜찮냐’며 걱정해 줍니다. 사실 저도 어떤 답변이 모범적인지 몰라 애써 “괜찮아요.”라고 말해버립니다.


주유비를 계산하려 하자 “이따 커피숍에 들렸을 때 대신 커피 마실게.”라며 함박웃음을 짓는 노신사와의 조우는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패트릭은 가는 곳마다 동네 이웃을 만나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시골 경제학’이란 단어가 와 닿는 순간입니다.


세계적인 도시 밀라노나 이곳이나 커피 한 잔의 가격은 비슷합니다. 대신 이 지역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이곳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고, 그들도 도시에서 제법 유명한 화제의 인물이 됐습니다. 패트릭과 로베르또는 유럽 SCA의 여러 가지 인증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대회와 워크숍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해 좋은 성적을 거둔 실력파 입니다. 이러한 이들의 전문성은 고객에게도 신뢰와 자부심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Scene 4#
시원하게 콧바람을 쐬고 돌아온 매장의 입구에는 야외테라스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바에는 칵테일과 커피 섹션이 각각 반으로 나뉘어 전문성을 더하고 있었는데요. 어디선가 스포츠카의 엔진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오더니 요란하게 주인장의 이름을 부르며 “나 맛있는 커피가 필요해, 패트릭!” 하며 중년의 신사가 들어옵니다. 작은 도시지만 멋쟁이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커피를 마실 수 없다는 생생한 증언은 패트릭이 왜 이 지역의 셀러브러티가 됐는지를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뒤쪽에 자리 잡은 주방에서는 매일 같이 빵과 음식이 만들어지며 2층에는 패트릭의 비밀장소가 숨어 있습니다. 그곳은 창고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연습용 에스프레소 머신과 각종 장비가 있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테스트를 위한 온갖 종류의 원두들이 있었는데요, 전문가의 견해로도 대단한 열정과 전문성입니다.


Bix의 네이밍에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골들이 잔을 의미하는 비끼에레(Bicchiere)라고 부르다가 큰 잔이라며 바꿔 부르던 것이 결국 ‘위대한 잔’이란 별칭의 ‘Bix’가 된 것이지요.


Scene 5#
패트릭은 매일 새벽 4시 30분 일어나 5시부터 빵을 굽습니다. 300개 정도를 매일 준비 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이곳의 아침은 매우 분주합니다. 이 작은 마을에서 오전에 빵만 300개가 팔린다는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단지 10센트가 비싸다는 이유로 다른 매장을 찾는 이들도 많지만 Bix의 단골은 모두 품질에 만족하며 이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하루에 최소 500잔 이상은 만들어야 한다는 패트릭은 이곳을 찾는 고객의 취향을 100% 기억한다고 합니다. 고객 전부의 취향을 기억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싶지만 패트릭은 단언합니다. "우리는 손님과 매일같이 하루에 여러 번 만나고 소통을 해. 그들이 좋아하는 커피와 칵테일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 이야기도 잘 알지." 냉장고 안에는 오가닉 음료들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음료뿐만 아니라 커피와 먹을거리 전체에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어. 채식자를 위한 건강빵부터 탄산음료라 할지라도 최대한 유익한 것을 제공하려고 노력하지.” 그가 건넨 커피 한 잔은 전문가의 견지에서도 ‘와우’ 소리가 나는 맛있는 커피였습니다. 이런 커피를 매일 같이 마시다 다른 곳에 가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의 한 곳에는 십여 개가 넘는 카푸치노용 스팀피처가 구비돼 있었는데요, 몇 개 의
필요한 분량을 사용하는 여느 숍들과는 다르게 최대한 위생적이면서 품질 높은 카푸치노를 제공할 목적으로 이 많은 수의 도구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패트릭은 라떼아트도 수준급으로 하는 프로페셔널이지만 최우선은 맛이라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선명하게 보이기 위해서, 다시 말해 ‘예뻐 보이기 위해’ 거품의 양이 충분하지 못한 음료는 아예 만들지를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Epilogue #
Bix에 대한 패트릭의 철학은 이렇습니다.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바의 모습을 유지할 것

오전에는 주로 빵과 커피를 판매하고 물론 직접 만들어야 한다.

저녁이 되면 칵테일과 와인 맥주도 함께 판매한다.

모두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위해 준비돼야 하는 것


4대의 그라인더를 사용해 커피의 특징을 다르게 구성하고 이탈리안 로스팅 챔피언의 싱글 오리진 커피는 물론 다양한 추출 기구를 사용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이들의 커피숍은 로마,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와 같은 대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탁월함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패트릭에게 물어봤습니다. “바리스타란 무엇인가?” 그는 말합니다. “나에겐 삶이다. 그냥 삶 그 자체. 어릴 적부터 부모님과 함께 이곳은 나의 놀이터였고 일터였어. 바리스타는 커피만 만드는 사람이 아니야. 그것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한 지식과 열정이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그것을 통해 고객과 소통해야 해. 이게 내가 삶을 통해 배운 거야. 나의 어린 두 딸과 아들도 이곳을 나처럼 생각하게 되리라 믿어.”


올리브를 닮은 작은 도시, 외부인의 발길이 닿지 않는 이 작은 마을에 이토록 훌륭한 아지트가 있다는 것은 어쩌면 축구에서 패한 재앙이란 단어와는 정반대로 ‘축복’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전용(Jonny Jeon)
Dalla Corte S.R.L
한국에서 오랫동안 바리스타였던 전용 Pro는 각종 대회 수상,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론칭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다가 이태리로 건너가 세계 유명 커피 머신 회사인 Dalla Corte S.R.L에서 Pro로 일하고 있으며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로 육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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