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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의 Coffee Break] 이탈리아를 만나다 Road to Coffee


Prologue#
‘Winter is coming’ 전 세계의 드라마 팬을 열광시키는 시리즈물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문장입니다. 이 드라마틱한 대사가 생각나는 이유는 실제로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콧속으로 스며들었기 때문입니다. 수능을 준비하는 입시생들의 마음도 덩달아 얼어붙기 쉬운 매서움이란. 유독 시험 당일이 다가오면 강추위로 변해버리는 대자연의 질서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도무지 불변의 방정식은 쉽게 깨어지지 않습니다. 징크스는 어느덧 실체가 돼 버렸습니다.


Scene 1#
따뜻했던 가을 어느 날의 기억을 끄집어냅니다. 초콜릿 상자에 아껴두고 하나씩 꺼내며 그것의 달콤함이 사라질까 조마조마 하는 아이의 심정으로 말이죠. 지난 호에서 언급했듯이 저는 이탈리아 DALLA CORTE 회사의 주최로 ‘Road to Coffee’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이 힘들었던 탓인지 ‘다시는 이런 기획을 하지 않을 거야’라며 공언했지만 벌써 마음 한 곳에는 이번에 보여주지 못했던 주옥같은 지역과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힘들었지만 분명 좋은 추억이 많이 남았던 게지요.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의도에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곳에 살면서 느낀 이들만의 아름다운 모습이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의 오류 내지는 후발주자의 질투심 때문에 왜곡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Scene 2#
한국을 여행하면서 우리나라의 매력에 빠져들고 유구한 역사에 대해 놀라는 외국인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어떤 이들은 한국의 스토리를 우리가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잔인했던 일제 강점기나 비극적인 분단의 역사를 알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남대문 시장, 남산타워, 경복궁과 같은 상징적인 것을 뛰어넘는 관점에서의 여행으로 우리를 바라보기도 합니다. 당사자인 우리보다 감정이입을 해서 말이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는 김치야.”라는 말을 들을 때면 파란 눈동자의 외국인이 사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서울 시내에서 맛있는 김치를 찾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야.”란 말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실제로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서울 시내의 90% 정도가 중국산 김치를 사용한다는 통계가 나왔으니 말이죠. 하지만 오늘처럼 콧바람이 싸늘한 계절이면 겨울나기를 위해 100포기, 200포기씩 김치를 담그던 어머님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냉장고가 흔치 않던 시절, 밥상에 올라오는 찬거리들이 부족했던 그 시절 김치는 마치 구황작물처럼 우리의 식탁에 든든한 지킴이였습니다.
한국에 출장을 올 때면 친척들이 보내주시는 시골에서 담근 김치와 밥을 먹을 때 소소한 행복감을 느낍니다. 디지털 사회를 살면서 잊고 있었던 아날로그한 기억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자연이 담고 있는 천연의 맛 덕분인지. 시골된장, 김치, 이런 것은 향수를 자극합니다.
집마다 김치의 맛이 다르고 ‘그 집 맛은 장맛’이란 이야기를 우리는 기억합니다. 물론 도심에서 그것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세월이 변했어도 여전히 그것을 지키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첨단의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이러한 자연의 향기는 도시와 멀어질수록, 자연과 가까울수록 피어오릅니다.


Scene 3#
RTC(Road To Coffee) 프로그램은 커피가 매개체지만, 커피를 향한 여정만은 아닙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기 위해 맛, 예술, 역사란 카테고리안에서 움직였습니다. 커피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 외에도 다양한 이들이 참가 의사를 밝혔습니다.
커피 전문인, 애호가, 이탈리아 음식, 미술, 와인 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프로그램에 참가 가능합니다. 이탈리아의 문화를 공유하기 위함이기 때문입니다. 맛이란 테마 앞에서는 인터넷 여행객들 사이에서 족보처럼 내려오는 한국인이 절반을 메우는 식당이 아닌, 현지인에게 사랑받는 식당들로 엄선 했습니다. 음식의 퀄리티 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보내는 환대, 그리고 정이 느껴지는 공간들. 음식도 지역에 맞는 해산물이나 프로슈토와 치즈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 등 현지에서 좀 더 특별할 수 있는 공간들을 선택했죠. 꼬모의 한 레스토랑은 건너편 스위스의 알프스산과 함께 공존하는 낭만적인 이탈리아의 호수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답니다.
우리는 이탈리아의 이야기도 느끼길 원했습니다. 우피치와 미술관에서 3시간이 넘도록 메디치 가문에서부터 시작한 찬란한 중세 미술역사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밀라노 대성당과 피렌체의 대성당, 잠시지만 이탈리아의 수도였던 사보이 왕가의 토리노, 산지미냐노의 솟아오른 거탑이야기. 하나의 나라지만 수 백 가지의 얼굴을 하는 이 도시는 5일 정도 지나고 나니, 피렌체에서 마셨던 평소 접하기 힘든 시리얼 넘버가 있는 고가의 와인처럼 시간이 지난 후의 다양한 모습을 피어냈습니다. 팔색조 와인처럼 다른 맛과 향기로 말이죠.


Scene 4#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가치’를 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에스트로 한 분 한 분을 찾아가 그들의 눈을 마주보고 삼고초려의 심정으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고국인 한국인들에게 이탈리아의 본 모습과 아름다운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지요. 이따금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면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란 제목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진심은 통한다.’는 아름다운 교훈을 마음에 되새기는 시간이 되곤 합니다.
모든 교육 프로그램은 이탈리아의 거장들의 재능기부 프로그램으로 진행됐습니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보다 좋은 경험을 선사하고 싶은 욕심 탓에 1000km를 직접 운전했죠. 수 천 유로 이상이 절약됐고, 덕분에 한국에서는 비싸서 엄두도 내기 힘든 수십, 수백 만 원 대의 와인을 매일 맛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몸은 방전됐지만 영혼은 자유로웠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밀라노, 베르가모, 꼬모, 토리노, 피렌체, 리보르노, 산지미냐노 등 7박 9일의 열정을 바쁘게 소화해 냈습니다. 너무나 많은 프로그램과 추억들이 있어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그 가운데 개인적으로 감사한 것은 이탈리아 친구 마르코의 집 정원에서 함께한 바베큐 파티입니다.
지난 여름 개인적으로 마르코가 소유한 커피숍에서 3일 동안 앞치마를 두르고 바리스타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커피 전문가로 일 한지 4년차지만 이곳 현장의 열기를 몸소 느끼고 싶어 친구에게 부탁했었습니다. 저의 여름휴가는 그 어느때보다 특별했습니다. 이 ‘체험 삶의 현장’의 끝자락에 저는 이탈리아 친구에게 어려운 간청을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끼안띠의 절경이 보이는 친구의 집 정원에서 마르코가 직접 비스테까 피오렌티나를 손님들을 위해서 대접해 주는 것이었죠. 이런 발상은 지난 여름, 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고 최고의 절경과 함께 영롱하게 빛난 우정이 선사하는 감동이 제 뇌리에 너무나 강렬하게 남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참가자들은 이탈리아인이 초대하는 진심 어린 식탁에서 토스카나 최고의 와인과 비스테까를 나누며, 각자의 시선대로 토스카나의 황홀한 별빛을 마음에 수놓기 시작했습니다.


Epilogue #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것은 우주와 또 다른 우주가 만나는 것과 같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르게 살아온 삶이 하나로 융합 되는 과정은 너무나 아름답기도 하지만 어려움을 동반하기도 하지요. 이토록 문화라는 것을 이해함이란 여행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참가자 가운데 한 분의 후기를 소개하며글을 마감하길 원합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2018년에는 호텔앤레스토랑 ‘전용의 COFFEE BREAK’ 독자와 함께 떠나는, 독자들를 위한 ‘Road to coffee 시즌 2’가 펼쳐지길 기대해 봅니다.


Road to coffee with coffee pro JJ_ RTC 1기 송인영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이탈리아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10년 후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2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좀 더 깊숙이 들어가서 자세하게 그리고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확신이 있었다. 그렇게 Road to coffee with coffee pro jj의 첫번째 일정이 시작됐다.
2년 전에도 나름 우리끼리의 커피 여행이었다. 그러나 그때의 여행은 단지 이탈리아라는 건물만 보고 왔다는 사실을 나는 이제 깨달았다. 대신에 오래된 전통, 오래된 카페, 그리고 오래된 역사와 문화가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고도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배울 점이 있음을 여행을 통해 스스로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다.
Road to coffee가 끝나고서 이제는 이탈리아라는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가 봤음을 확신할 수 있다. 내가 이런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Road to coffee가 주제는 커피지만 내용은 문화고 역사였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커피, 카페, 음식, 문화, 역사, 체험은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도 현지인과의 깊이 있는 대화는 정말 귀한 경험이었다. 커피도 음식이기 이전에 문화와 역사지 않은가? 이것들에 대한 이해 없이 커피만 얘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이번 여행이 어디에서도 만날 수도, 기획하기도 힘든 프로젝트였음을 알고 있다.
몇 번의 여행을 하면서 나는 여러 부류의 여행객들을 만났던 것 같다. 대부분은 단체관광이나 배낭여행이었다. 아니면 유명한 곳의 축제나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진 장소와 그 곳에서의 체험 상품을 경험하는 여행이었던 것 같다. 나도 그저 궁금해서 무작정 가서 그곳에서 체험해 볼 수 있는 것들을 경험하면 그걸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나처럼 여행자들은 시간이 없고 게다가 그들의 언어를 몰라 더욱 한정된 경험에 만족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가고자 하는 나라에 대해 서나 알고 싶은 목적에 대한 공부를 하고 가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가이드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현지에 거주하면서 관광이 아닌 전문가와 함께 하는 여행이 바로 Road to coffee with coffee pro jj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Road to coffee는 우리에게 기회였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이탈리아는 스페셜티보다 블랜딩된 에스프레소만 추구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커피는 올드하고 전통에 갇혀있다고 생각한다. 커피를 업으로 하는 이들도 여전히 그런 생각을 갖고 일반 대중에게 설파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이탈리아의 커피에 대한 정보는 찾기가 힘들다. 물어봐도 모르고 궁금해 하면 올드한 커피에관심이 많은 걸로 여겨진다.
또 세계의 커피 시장은 스페셜티 커피만 얘기하고 있다. 세계 브랜드가 이탈리아에 자리 잡지 못한 것은 이탈리아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인식은 나만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을까? 트렌드에 민감한 동네, 새로움이 항상 가득한 동네 중의 하나가 밀라노지 않은가? 밀라노에서 만난 카페며 커피는 이미 그 유명한 브랜드가 새롭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탈리아 커피는 이미 변화하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당연 한 것이 아닐까?
전 세계가 ‘스페셜티 커피가 맛있기 때문에 스페셜티 커피를 먹는다.’고 한다면 이미 몇 백 년을 먹어 온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맛있는 것을 먼저 찾고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 변화가 빠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천천히 이뤄졌기 때문에 요란하지 않아서 우리가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Road to coffee를 마친 지금은 이러한 사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편견을 깨기가 쉽지 않다. 여행가면 다 좋아 보인다는 인식과 밀라노만 그럴 것이라는 생각 등. 무엇보다 에스프레소에 대한 편견은 정말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상의 이탈리아를 이미 경험하고 왔기에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지 미리 짐작해 볼 수 있다.


전용(Jonny Jeon)
Dalla Corte S.R.L
한국에서 오랫동안 바리스타였던 전용 Pro는 각종 대회 수상,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론칭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다가 이태리로 건너가 세계 유명 커피 머신 회사인 Dalla Corte S.R.L에서 Pro로 일하고 있으며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로 육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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