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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전용의 Coffee Break] TAZZE PAZZE

Prologue #



하늘은 높고 말은 살이 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새벽이면 비몽사몽간에 이불을 잡아당기게 됩니다. 꿈속에서도 ‘아 벌써 겨울이 오면 안 되는데...’라며 침대 안으로 침입하는 가을 아침의 차가운 공기를 향해 투덜댑니다. 천고마비의 유래는 은나라 때 흉노족의 침입과 관련 있다고 합니다. 흉노족은 2000년 동안 중국의 각 왕조와 백성들에게 공포와 증오의 대상이었습니다. 척박한 초원에 살면서도 유목 생활을 하는 이들은 말에 의한 기동력으로 오랜 기간 위협의 대상이 됐습니다. 기동력을 바탕으로 국경을 넘어 들어와 약탈을 일삼곤 했는데요. 유목민인 ‘흉노족’에게는 겨울이 가장 두려운 계절이었습니다. 초원이 얼어붙는 고난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늘 흉노의 침략을 두려워하던 북방 지역의 중국인들은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찔(천고마비)가 가장 두려워!”라고 푸념했는데, 이것이 천고마비의 유래가 됐다고 합니다.


Scene 1 #

계절의 변화는 지구의 공전을 통해서 생겨납니다. 자전축이 기울어진 채로 공전하기 때문에 태양의 남중 고도와 밤낮의 길이가 달라져 생기는 현상이지요. 하루에 1도씩 365일을 끊임없이 경주하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이 긴 여정에는 다양한 변화를 마주합니다. 태양을 4바퀴 돌고 나서 완벽하게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 커피숍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미 지면을 통해 인사드린바 있는 TAZZE PAZZE의 새로운 여정을 관찰하기 위해 필자는 제노바에 다녀왔습니다. 제노바는 밀라노와 토리노와 함께 북부의 삼각형 구조의 대도시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최대의 조선소를 중심으로 금융업까지 발달한 곳으로 한때는 베네치아, 피사 공국과 함께 가장 강력한 해양 도시로 발전해 왔습니다. 이탈리아의 지형적인 특성은 동방과 유럽의 교통 요충지 역할을 하면서 엄청난 부의 이동이 이뤄졌습니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탄생지로도 유명한데요. 그는 죽을 때까지 본인이 발견한 땅을 인도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그의 새로운 항로 개척으로 아메리카 대륙은 비로소 유럽인의 활동 무대가 됐습니다. 오늘날의 미국이 탄생할 수 있었던 뿌리가 되는 사건이 바로 콜럼버스의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선사 시대에 이미 아시아인들이 베링 해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했을 뿐 아니라, 바이킹들이 발견한 바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하지만 신대륙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던 그 당시의 유럽에서는 세계관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충격적인 사건이 분명했다고 합니다.



Scene 2 #

유전적으로 변화에 익숙한 사람들이기 때문일까요? 따체빠체 카페테리아(TAZZE PAZZE CAFFETERIA GOURMET)의 주인공 두 형제인 안드레아와 마테오는 새로운 목표를 위해 2년 6개월 전에 새로운 콘셉트의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4년 전 소개해 드렸던 매장이 동네의 골목에 위치해 있었다면 또 하나의 새로운 매장은 제노바 시내의 중심인 첸트로 스토리코(Centro Storico)에 있습니다. 제노바의 역사적 중심지를 둘러싼 문은 많았지만, 이곳은 그중에서도 첫 번째 문으로 역사적 의미가 깊은 장소입니다. 스페셜티 커피(Specilty Coffee)란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선 충분한 고민을 해야만 했습니다. 아직도 이탈리아의 현지인에게는 스페셜티 커피란 단어가 생소하게 들립니다. 굳이 무엇인가 특별하지 않더라도 보편적으로 마실 만한 커피가 있다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과거에 정체돼 있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안드레아 형제처럼 젊고 패기 넘치는 친구들이 커피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다섯 평 남짓한 매장이지만, 손님들이 끊이질 않습니다. 이 매장의 꽃은 야외 광장에 위치한 테라스입니다. 분주한 가운데에서도 훌륭한 커피 한 잔과 여유를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TAZZE PAZZE 1호점은 안드레아 형제의 어머님과 팀 TAZZE PAZZE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2호점 스페셜티 커피 TAZZE PAZZE는 안드레아, 마테오 형제와 함께 팀원들이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데요. 안드레아는 SCA 이탈리아의 트레이너로 활발하게 활동 중입니다. 유명 커피 회사를 비롯한 에스프레소 머신 제조사, 호텔관광 학과에서도 그를 초빙해 세미나를 개최하고 트레이닝 과정을 개설하고 있습니다.



Scene 3 #

형 마테오는 이미 10년 이상 제노바의 유명 커피 BAR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 바리스타 출신입니다. 현재는 TAZZE PAZZE 커피가 사용하고 있는 HQ란 커피 제품 브랜드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수 년 동안 직접 사용하는 커피의 최적화 된맛을 찾기 위해서 볶아내고 테이스팅하기를 반복하면서 형제의 다른 강점이 빛을 발했습니다. 형제는 모두가 Q 그레이더 인증서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맛을 보는 능력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전에는 본인들의 트레이닝 센터에서 콩을 볶았었는데, 현재는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Fratelli Pasqualini 공장과 협력해 공유 로스팅을 하고 있습니다. 브람바티(Brambati)와 기센(Giesen) 같은 차세대 정밀 로스터를 사용해 품질 향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제노바 지역에서 콜드브루 커피를 선보였고, 이는 매우 성공적입니다. 아이스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 현지인에게도 커피가 와인처럼 여겨지는 이 음료는 실제로 바텐더들의 시그니처 음료로 환영받게 됩니다. 술과 섞어도 잘 어울리는 음료의 베이스로 자리 잡기에 이릅니다. 다양한 커피 칵테일이 제노바의 바(Bar)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콜드브루(Cold Brew) 커피도 한 가지 맛만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다. 11곳의 유명 바텐더들이 자신만의 레서피를 만드는데 HQ의 콜드브루 커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커피에서는 초콜릿과 바닐라 캐러멜의 풍미를 어떤 커피에서는 과일의 향미를 느낄 수 있게 제조돼 바텐더가 연출하고자 하는 맛에 근접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현재 이 바텐더들은 본인만의 칵테일을 홍보하고 있으며, 식전 또는 식후에 알맞은지에 대한 제안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리테일 상품으로 가정에서도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는 도구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푸어 오버(Pour Over) 커피 판매율이 높은데요. 흔히 가정에서 모카포트(MOKA)를 사용하는 이들이지만, 훌륭한 커피를 경험하고 퍼블릭 커핑(Public Cupping)을 통해서 새로운 맛을 보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



Scene 4 #

새로운 팀원인 라파엘라는 이곳의 고객들과 소통을 하는데 매우 탁월합니다.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으면서도 환한 웃음으로 손님을 상대하니 이 매장은 더욱 사랑받습니다. TAZZE PAZZE는 이미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숍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2018년 BARAWARD에서 최고의 매장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고, 두 형제는 유명 잡지와 라디오에도 출연합니다. 제노바에서 스페셜티 커피 전문 매장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옵니다. 무엇이 이들에게 이런 변화를 가져다줬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이들의 열정과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모두가 변화를 두려워하지만 ‘형제는 용감했다.’는 말처럼 이들은 말보다 용감한 행동으로 실천하는 주의입니다. 이것은 단순하게 이들의 장사가 잘되고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고객과 지역 주민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탄탄하게 자리잡은 커머셜한 커피산업과는 별개로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는 TAZZE PAZZE와 같은 매장들이 생겨나면서 이탈리아에는 제2의 커피 붐이 조심스럽게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하게 됩니다. 한국에서 외식산업에 종사하는 필자의 지인들과 통화하면 화두는 늘 경기 침체입니다. 좀처럼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엔 두렵고 어두운 시기라는 것입니다. 위기에 기회가 온다는 말도 있지만, 먹구름이 가득해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비행기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코 ‘라이트 형제’일 것입니다. 이 형제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꿈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면, 꿈만 좇는 바보처럼 보여도 좋을 것이다.”



Epilogue #



어떠한 선택이 바보 같아 보일지, 최상의 선택인지 오로지 시간만이 알고 있습니다. 제노바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에스프레소에 휘핑크림과 각종 토핑이 올라간 신기한 메뉴들을 만나게 됩니다. 왠지 일이 풀리지 않고 답답할 때면, 진한 에스프레소 위에 크림이 올라간 카페 꼰빤나(CAFFE’ CON PANNA) 한 잔 어떨까요?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박카스 같은 커피로 말이죠.


전용(Jonny Jeon)
Dalla Corte S.R.L
한국에서 오랫동안 바리스타였던 전용 Pro는 각종 대회 수상,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론칭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다가 이태리로 건너가 세계 유명 커피 머신 회사인 Dalla Corte S.R.L에서 Pro로 일하고 있으며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로 육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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