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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3 (토)

칼럼

[전용의 Coffee Break] 이탈리아에서 전해온 코로나19 봉쇄령


창문 너머로 보이는 파스텔 색상의 하늘을 보면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봄의 향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부터인지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앗아간 침략자임과 동시에 사람들과의 분리를 강요하는 독재자처럼 군림합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여러 종류의 재난이 있었지만 서서히 사람들의 피를 말리게 하는 고약한 녀석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 자가 격리 8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몇 주 동안은 창살 없는 감옥에 있어야 하는 답답함을 시작으로 쉴새 없이 들려오는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 때문에 극심한 우울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감이 엄습해 오기도 했습니다. 인간을 적응의 동물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이런 삶도 오래 지나다 보니 어느새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실 때가 되면 10주차 이상 지나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당초 이탈리아는 4월 10일 되면 록 다운이 해제되고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란 예측을 했지만, 쉽게 잡히지 않는 코로나의 불길은 현 시점에도 매일 5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부는 이로 인한 경제적인 쓰나미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이동 봉쇄 명령을 5월 3일까지로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현재는 미국과 스페인을 비롯한 국가들이 더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고 수일 내 프랑스와 독일이 이탈리아를 앞지를 전망입니다.  


작은 불씨가 며칠 만에 대형 불길을 만들어 버리더니 유럽의 선진국들도 코로나19 앞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의료 시스템에 대한 국내 언론사의 오보가 무엇을 위한 정보의 제공인지는 모르지만 잘못 전해진 부분이 제법 많았습니다. 사실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끼워 맞추는 느낌이 들어 아쉬움이 컸습니다. 몇 번의 현지 교민 인터뷰도 진행한 바 있지만 이후에는 정중하게 사양하게 되더군요. 팩트가 아닌 그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유럽의 재난 상황을 정리해 본다면 이것은 단순 의료시스템의 문제가 아닙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 같은 나라들은 선진국일 뿐만 아니라 국가 GDP의 상당 부분을 한국보다 많은 비율로 의료비에 지출하고 있고, 인구 1000명 당 기준으로 한국의 두 배 이상의 의료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을 못 추는 이유는 불길이 커지기 전에 그것을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수천 명이 감염되는 상황에서는 코로나 대처를 잘하고 있는 나라로 손꼽히는 대한민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과 같은 나라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은 너무나 피해가 크다.’라는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문화 자체가 아시아와는 전혀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황사와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평소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이 크게 어색하지 않은 한국의 모습과는 달리 유럽권에서는 마스크 착용자 자체를 환자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수십 년 전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때가 있었죠. 이런 이유 때문에 유럽권에서는 마스크의 구매 자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수요가 없기에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되는 것이죠. 실제로 의료진이 사용해야 할 마스크도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많은 의료진이 코로나 환자들을 돌보다 사망하기에 이릅니다. 

코로나 사태는 그동안의 바이러스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파괴를 가져왔습니다. 이로 인해서 유럽권 사람들도 이를 바라보는 인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마스크 자체가 보호의 형태라기보다는 누구나 감염자일 수 있다는 대 전제 아래 감염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전국민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가 돼 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감염자의 이동 경로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적인 여건이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사생활을 강조하는 유럽인의 인식은 갑작스런 재난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독이 돼 돌아왔습니다. 문화에는 옳고 그름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문화적 요소가 재난의 상황에서는 다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아시아권의 국가들이 코로나의 상황에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도 단순하게 의료나 시스템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들입니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2달 동안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아이들은 운동량의 부족 그리고 친구들과의 대화 부족으로 인해 우울한 삶을 보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규 연장된 법령에는 다소 유연해진 제재가 올라왔습니다. 집 밖을 나갈 수 없던 기존의 강한 명령에서 집 밖 200m까지는 산책을 허용합니다. 또한 슈퍼마켓과 약국을 제외한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었는데 서점, 문방구, 유아용품 판매점, 세탁소 등은 영업이 가능합니다. 이는 집에만 있어야 하는 초, 중, 고 학생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가정, 셀프 세탁물이 쌓여만 가는 싱글 등을 배려한 조치로 보여집니다. 

외출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근이지만 외출이 허용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자유를 선물 받은 느낌입니다. 



+ ‌집 밖으로 나갈 경우 마스크 또는 의류로 코와 입을 가리고, 
손 소독제 등을 사용해 감염으로부터 자신과 타인을 보호
+ ‌외부 활동 시 반드시 1m 이상 안전거리 유지  
+ ‌호흡기 감염 증상과 37.5°C 이상의 발열이 있는 경우 자택을 벗어나서는 안 되며, 
의사에게 연락을 취하고 사회적 접촉 최소화
+ ‌개인 운동은 자택 인근 200m 이내로 제한되며, 타인과 1m 이상 안전거리 유지
+ ‌반려동물 산책도 자택 인근 200m 이내로 제한, 타인과 1m 이상 안전거리 유지
+ ‌공공장소 또는 야외에서 2인 초과 운집 금지



누구나 좋아하는 봄의 향기를 창밖으로만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은 매우 서글퍼 보입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란 저항 시인의 시 제목처럼 코로나가 앗아간 우리의 삶 가운데 봄은 객석 없는 무대처럼 쓸쓸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지구촌의 바람이겠지만 하루 속히 일상으로 돌아와 여러분께 커피 향기 가득한 이야기가 있는 카페와 지역을 소개해 드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코로나 가운데 건강한 삶을 지키시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전용(Jonny Jeon)
Dalla Corte S.R.L
한국에서 오랫동안 바리스타였던 전용 Pro는 각종 대회 수상,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론칭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다가 이태리로 건너가 세계 유명 커피 머신 회사인 Dalla Corte S.R.L에서 Pro로 일하고 있으며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로 육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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