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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전용의 Coffee Break] Cigaló 아르헨티나의 스페셜티 카페


#Prologue


우리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하곤 하지 않았을까요? 지구 반대편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어디와 마주하게 될까? 최근에는 이런 호기심을 해결해 주는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해 쉽게 그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고 합니다. 가령, 슈퍼 두더지 한 마리가 있다고 가정을 해볼까요? 서울 한복판에서 지구 끝까지 땅을 파들어간다면 이 녀석은 마침내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항구에서 조금 떨어진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게 될 것입니다.

이곳은 지리적으로 정반대일 뿐만 아니라 시간과 기후도 정반대인데요. 계절이 반대여서 한겨울의 중심에 새해를 맞이한 한국과는 다르게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합니다. 필자는 지난 5년 동안 밀라노에서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폭죽이 터지고 때로는 눈이 오기도 했습니다. 올해 저는 지구 반대편인 아르헨티나에서 새해를 맞이했는데 한여름에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터지는 폭죽을 바라보며 2020년을 소망했습니다.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솟아오르는 폭죽을 넋을 놓고 바라봤지요.


   


#Scene 1


장소는 바뀌었지만 이튿날 저는 사람들로 붐비는 밀롱가(Milonga : 아르헨티나 탱고를 추는 공간을 칭함)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로스 레이에스 델 땅고(Los Reyes Del Tango)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를 눈앞에서 감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땅고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전설의 악단, 후안 다리엔조(Juan D’arienzo)가 부활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명연주의 백전 노장 예술가들이었습니다.

필자는 지금 영문 표기인 탱고로 더욱 익숙한 땅고(스페인어 발음)의 본고장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습니다. 이들의 연주를 감상하면서 손뼉을 치는 이들, 이들 사이에서 두 손을 깍지 모으고 공연에 넋을 잃고 보는 사람들, 라이브의 현장에서 커플과 함께 춤을 추는 소셜 댄서들까지 이곳은 열정의 에너지로 가득합니다.

필자는 2002년에 아스트로 피아졸라(Astro Piaozzola)의 리베르 탱고(Liber Tango) 오블리비언(Oblivion)을 듣고 탱고 음악에 매료됐습니다. 악마의 악기라 불리울 만큼 연주하기 어렵다던 반도네온은 영혼을 울리는 소리로 탱고 오케스트라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탱고는 미국식 발음이지만 정작 본토인 아르헨티나와 라틴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땅고라 부릅니다. 아르헨티나는 땅고의 발상지로 유명합니다. 안타깝게도 탱고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입에 장미를 하나 물로 양손을 쭉 펴고 로봇처럼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장면을 상상하지만 이런 춤은 아르헨티나의 땅고가 유럽을 거쳐 세계로 번져 나가면서 하나의 스포츠 형태를 자리 잡게 되면서 변형된 것입니다. 마치 에스프레소의 본고장에 이탈리아에는 정작 아메리카노가 없는 것처럼 말이죠.

무엇이든지 현지화될 수 있는 일이지요. 다만 여전히 본고장에서는 그들만의 정서가 담긴 춤과 음악을 선보이고 있음에도 이를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우린 미디어에 매우 취약한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Scene 2


피아졸라의 땅고 음악에 심취해 아르헨티나 땅고에 입문한지 어느덧 16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춤의 깊이를 더해 보고 싶은 마음에 찾은 지구의 반대편은 이번이 벌써 세번 째 여정이네요. 이곳은 남유럽의 1800년대 후반 같은 낯선 설렘이 있습니다.

201912월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우리는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빠져있다고 선언하면서 실제로 이곳은 경제 먹구름이 가득합니다. 남미에서는 멕시코, 브라질 다음으로 큰 경제 규모의 국가이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기 때문이죠.

중남미 국가들은 살인사건이 많기로 유명하지만 그 중에선 매우 낮은 편에 속하는 편으로 전 세계 중 72위에 속하며, 이는 남미 국가 중에서도 안전하다고 알려진 에콰도르나 우루과이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화된 경제 상황 가운데 소매치기와 잡범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경제가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고 싶지 않습니다.

1870년대부터 해외 투자와 이민자들이 밀려 들어오며 농업 등이 근대적으로 발전했고 아르헨티나 사회와 경제 새롭게 재편돼 국가 통합이 강화됐습니다. 1880년과 1929년 사이 아르헨티나는 경제 성장을 계속해 세계 8위의 경제 대국 가운데 한 곳이었습니다. 이 시기와 맞물려 수많은 이민자들이 정착을 하게 됐죠.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정착한 이탈리아 이민자는 그 숫자가 40% 가량이 됐다고 합니다.




#Scene 3


이런 이유 때문일까요?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다 보면 이곳의 커피는 스페인 지역의 커피숍과 메뉴와 비슷하면서도 어떤 커피숍은 이탈리아의 BAR를 연상시킵니다. 또한 유명세가 있는 레스토랑이나 유서 깊은 BAR는 이탈리아의 커피를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많은 커피숍이 커피만 판매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아침 메뉴부터 브런치를 판매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리고 매장의 컨셉에 따라 주류를 판매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사람들은 오후 5시 경에 메리엔다 (Merienda)라고 하는 간식 시간을 갖는데요. 저녁식사를 매우 늦게 시작하는 이들의 행동 양식에서 자연스럽게 파생한 문화입니다. 차와 커피 스콘, , 토스트, 케이크와 같은 간식을 먹는데요. 이 시간에는 카페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경제의 악화와 맞물려 왠지 스페셜티란 말이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이곳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7년 만에 찾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상당한 숫자의 스페셜티 커피숍이 문을 열었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릴 곳은 Cigalo’라고 하는 팔레르모(Palrermo)에 위치한 스페셜티 커피숍입니다.


#Scene 4


팔레르모는 서울의 가로수 길과 같은 곳으로 도로와 인도의 사이에 가로수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습니다. 유명 패션 브랜드와 펍, 레스토랑, 커피숍이 즐비하고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젊은 이들과 외국인들에겐 핫 플레이스 가운데 한 곳입니다.

이곳의 오너는 페데리코(Federico)입니다. 학창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뮤지션으로도 활동을 했던 그는 수년 전 스페셜티 커피에 특화된 매장 Cigalo’를 오픈하게 됩니다. 그리고 2호점을 201810월에 오픈, 이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게 됐는데요. 3월에는 새로운 숍을 오픈하면서 동시에 이들만의 커피를 볶고 연구를 하는 LAB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처음 스페셜티를 콘셉트로 오픈할 당시만 해도 성공 여부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인 시선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콘셉트의 품질 지향적인 매장은 이내 곧 소비자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빈부의 격차가 제법 큰 이 나라에서는 스페셜티 커피숍에서의 소비는 대중에게 조금은 부담되는게 사실입니다. 큰 가격 차이가 아니라면 아니지만 말입니다. 이곳을 찾는 고객의 비중은 50%은 외국인 관광객 또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거주의 외국인이고 나머지 50%은 현지 로컬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Cigalo’에는 훌륭한 브런치를 제공하기 위한 오픈 키친과 셰프는 기본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사람들은 주로 카페 꼬르따도(Cafe Cortado)라고 하는 일종의 에스프레소를 길게 뽑아낸 카페 룽고에 약간의 우유 또는 우유 거품을 더한 음료를 많이 마십니다. 이것은 에스프레소에 우유 거품을 더한 에스프레소 마끼야또(Espresso Macciato)와 괘를 다르게 하고 있는 메뉴인데요. 스페인을 여행하면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커피입니다.

또한 카페 꼰 레체(Cafe Con Leche) 역시 많이 음용하고 있는데요. 이는 번역하면 카페라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알고있는 에스프레소에 스티밍한 우유를 넣어서 만드는 방식이 아니기때문에 들어가는 재료는 비슷하지만 맛은 다른 메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우유의 양보다 커피가 좀 더 부각되는 커피라고 보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CIGALO’에는 이렇듯 현지인들이 자주 마시는 커피는 물론 이거니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메뉴들이 전부 준비돼 있었습니다. 에스프레소부터 메뉴부터 시작해서 카푸치노, 카페라떼, 플랫화이트 등의 우유가 들어간 음료와 함께 브루잉(Brewing) 방식으로 내려 마시는 각 종 형태의 추출 도구를 사용한 커피, 예를 들어 V60, Chemex, KALITA, AEROPRESS 같은 커피와 콜드브루 같은 커피 말입니다.

저는 이날 과테말라 네츄럴 커피를 마셨는데 매우 훌륭했습니다. 꽃향기와 붉은 계열의 과일 향기가 물씬 풍기면서도 상큼한 신맛과 단맛이 받쳐주는 그런 커피였습니다.

이곳에 거주하는 한국인 이민자 친구들은 일반 커피숍에서는 잘 판매되지 않는 아이스 카페라떼를 마셨는데, 뛰어난 커피의 맛을 물론 이였고, 마테차를 마실 때 사용하는 봄비야 (Bombilla) 빨대(빨대 끝에 필터가 있어 마테를 거르는 역할을 함 를 제공한다는 점이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는 친숙함을, 외국인에게는 새롭게 느껴집니다.


#Epilogue




새로움에 완성을 더하는 일이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요. 땅고 음악에 재즈, 클래식, 팝 등의 다양한 장르 음악을 대폭 반영한 누에보 탱고(NUEVO TANGO)를 내세워 감상용 음악, 순수 음악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피아졸라처럼 말이죠.

기존의 것을 허물어야 한다는 관념보다는 기존의 것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도 다양하게 발전시킨다는 측면은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트렌드라고 보여집니다. 이러한 열정적 관점은 새로운 모험이지만 환영을 받게 될 것입니다.

Cigalo’ Cafe’(o위에 e위에 어파스트로피)처럼 말입니다


전용(Jonny Jeon)
Dalla Corte S.R.L
한국에서 오랫동안 바리스타였던 전용 Pro는 각종 대회 수상,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론칭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다가 이태리로 건너가 세계 유명 커피 머신 회사인 Dalla Corte S.R.L에서 Pro로 일하고 있으며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로 육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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