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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3 (금)

칼럼

[전용의 Coffee Break] Ticinese의 Cofficina

Prologue#


이탈리아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선거로 떠들썩했습니다. 2009년 과격한 반체제주의자인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창당한 오성운동이 선거에서 싹쓸이를 했기 때문입니다. 불과 10년 사이에 비주류에서 주류가 된 것입니다. 이들의 등장을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비웃었지만 다크호스를 넘어 메이저가 돼버렸습니다. 변화의 속도는 계절의 변화만큼이나 빠릅니다.


Scene 1#
사무실 창문을 누군가 두드립니다. 저와 직장동료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3층 높이의 건물 창문을 누군가 두드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죠. 뜻밖의 침입자는, 아니 어쩌면 친구가 되고 싶었는지 모르는 불청객은 다름 아닌 참새였습니다. 부리로 계속 두드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조류들에게도 표정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왠지 천진난만해 보이는 표정의 새가 벌이는 난타공연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표정이라... 기분 탓이겠지요?


실제로 봄은 오고야 말았습니다. 이탈리아의 아침은 커피 잔이 부딪치는 소리, 그라인더에서 커피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주문이 오가는 소리로 분주합니다. 어떤 날은 그것이 ‘난타공연’처럼 일정한 리듬을 갖추고 있는데 세라믹 재질의 그것들이 부딪치며 나는 소리가 어쩔 때는 악기연주처럼 들릴 때가 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기분이 설렙니다. 여기에 손님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멜로디를 더합니다. Bar에 들러 아침식사 대용으로 카푸치노 한 잔과 브리오쉬를 먹기 위한 사람들로 이곳은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그것이 바로 이탈리아의 아침이니까요.



테이크아웃용 종이컵에 우유거품을 가득 붓고, 그 위에 시나몬 가루 내지는 초콜릿 가루를 잔뜩 뿌리는 것이 카푸치노로 인식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유행인 적도 있었으니까요. 최근에는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살짝 올려진 우유거품의 ‘플랫화이트’를 카푸치노라 명명하기도 하고, 혹은 카푸치노와 까페라떼, 플랫화이트 메뉴는 구분돼 있지만 주문을 하면 차이를 발견하기 힘든 만큼의 애매한 정체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Scene 2#
수년 전 이탈리아에서는 에스프레소 커피가 세계화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커피전문점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다르게 해석해 전달하는 것을 염려한 나머지 카푸치노의 표준 제조법을 국제사회에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제시한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25㎖의 에스프레소에 거품을 낸 125㎖ 우유를 섞어 정량 150㎖의 도자기 잔에 담아야 한다. 액체보다 거품이 많아단 몇 초 안에 마실 수 있어야 한다. 다 마신 컵 바닥에는 우유자국이 남아있어야 하고, 바닥 쪽의 커피가 섞이면서 완전히 갈색으로 변해서는 안 되며 마신 뒤 콧수염 모양의 우유거품 자국이 남아있어야 한다.”



해묵은 기억이 떠오르네요. 2007년까지 ‘라떼아트 챔피언십’에서는 150㎖ 잔에 1cm이상의 거품을 만들지 못하고 디자인을 하게 되면 심사의 기준에서 아예 배제됐었습니다. 예선탈락이 되는 상황이었죠. 풍부한 우유거품은 물론 부드럽고 미세한 거품, 적절한 우유의 온도, 라떼아트 디자인 모두를 충족시켜야 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적은 우유거품으로 선명한 그림을 그려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낮은 수준의 바리스타로 인식된 시절이 있었죠.


실제로 WBC의 룰도 지속적으로 변화했고, 심사위원도 이제는 맛을 평가하지 않고 디자인만 평가합니다. 유행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기 마련이죠. 결국 개인의 취향이라는 편안한 명제를 남겨둘 수밖에 없습니다.



‘플랫화이트’에 대한 기원과 관련해서 뉴질랜드에서 이런 일화도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한 바리스타가 카푸치노를 만들려고 했는데, 우유거품이 풍성하게 만들어지지 않아 손님에게 내놓지 못하고 버리기가 아까워 본인이 마셨는데,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그것을 판매하게 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기술의 부재가 더 나은 메뉴를 탄생시켰다는 아이러니인 셈이죠.


Scene 3#


이탈리아의 카푸치노는 유행이 없습니다. 어떠한 룰에 지배당하는 것도 아니고 일상적으로 만들어내면 그만입니다. 한국에는 가정의 숫자만큼 김치의 맛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마저도 요즘에는 직접 담그지 않고 사다 쓰기에 반드시 옳은 말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집마다 맛과 레시피는 천차만별이죠. 한국인이라면 정말 김치인지, 기무치(외국산)인지 정도는 쉽게 구별해 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탈리아의 카푸치노는 김치의 뉘앙스를 닮았습니다.


이탈리아 Bar의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숍이 최근에 오픈 했습니다. 일반적인 카푸치노가 아니라 탁월한 카푸치노를 만날 수 있는 매장입니다. 이름은 Cofficina. 젊은이들의 비상구인 NAVIGLIO에 가까운 지역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월드 라떼아트 챔피언십 2위의 주인공인 ‘끼아라’는 이곳의 프로듀서입니다. 기존의 정체된 커피숍과는 다르게 오로지 커피에만 집중한 매장, ‘스페셜티 커피’ 만을 판매하는 공간입니다.


오픈한지 몇 개월 채 되지 않아 벌써 커피 애호가 사이에 입소문이 퍼졌습니다. Cofficina의 디렉터 스테파노(Stefano)와 끼아라(Chiara)가 추구하는 가치는 밀라노를 비롯한 이탈리아 Bar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입니다. 특별함이 있는 커피와 공간을 제공해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죠.



이들은 싱글 오리진 커피를 비롯한 새로운 블렌드를 끊임없이 창조해 내려고 노력합니다. 로스팅에 따라 같은 생두라 할지라도 맛이 다릅니다. 그 집만의 육수의 맛을 창조해내는 일련의 과정처럼 Cofficina의 블렌드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소비자들이 좋아할 수 있는 다양한 맛을 찾아내는 것이 그들의 미션입니다. 이곳의 프로듀서 끼아라는 세계대회 준우승을 거머쥔 세계적인 실력자입니다. 오랫동안 라떼아트와 카푸치노를 트레이닝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Cofficina의 팀원들도 최상의 카푸치노를 만들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있죠.


고객과 Bar의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든 동선은 고객과의 소통을 자연스럽게 연출했습니다. 바리스타가 직접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세개의 수도꼭지가 바의 측면에 비치돼 있어서 그것을 틀면 탄산수와 미네랄 중 본인이 원하는 물의 종류를 선택해서 마실 수 있는 재미도 있습니다.


천장에는 자전거 한 대가 오브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못지않게 이탈리아인의 자전거 사랑도 유별합니다. 때문에 세계적인 브랜드도 많습니다. 피나렐리, 지오스, 카렐라, 비앙키, 콜나고 ,치넬리, 마지, 스페조또와 같은 자전거 브랜드만 봐도 이들의 자전거 사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Scene 4#
이 매장은 수석바리스타 로렌조가 매장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2016년 이탈리안 컵 테이스팅의 우승자로 섬세한 감각을 지녔습니다. 매장에 오는 고객에게 본인이 사용하는 원두의 특성과 맛, 그것을 어떻게 구현해 낼 것인지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이 탁월합니다. 처음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은 신뢰감이 느껴지는 바리스타의 몫입니다.


열정 있는 바리스타의 손길에서 탄생한 커피 한 잔은 그들의 발길을 사로잡습니다. 일반 숍에 비해서 60%나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퀄러티를 위해 선택합니다. Cofficina의 향후 오픈 가능성에 대해서 물었습니다.“만약에 Cofficina를 오픈하길 원하는 이가 있다면, 그들은 본사의 기준에 충족하기 위한 SCA의 인증을 획득하고 일정 수준의 레벨에 도달할 때까지 트레이닝을 거쳐야만 한다.


모든 동일한 재료와 장비를 사용함은 물론, 그것을 만들어내는 이들이 같은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면 새로운 숍이 생기는 의미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점주가 되기를 희망한다면 트레이닝에 최우선을 둬야 한다.”고 말합니다. Cofficina는 ‘스페셜티커피협회(SCA)’에서 제공하는 커피 입문, 바리스타 스킬, 브루잉, 로스팅, 생두, 센서리, 라떼아트에 관한 모든 콘텐츠가 가능한데요. 이런 강점을 살려서 보다 실력 있는 바리스타가 커피를 제조하고 서비스하는 매장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컨설팅하는 것 역시 이들의 차별화 전략입니다.


스타벅스 1호점이 밀라노에 오픈 준비 중입니다. 그것은 이탈리아의 BAR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들과 패스트푸드점 같은 외국의 문화는 들어오지 말라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두모오를 찾는 무수한 관광객들만 상대해도 스타벅스는 이미 포화상태일 것입니다. 결과는 ‘관광객을 위한 것이냐? 로컬인의 마음을 사로잡느냐?’의 문제겠지요.


이탈리아의 젊은이들은 Cofficina와 같은 곳에서 커피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고 기존의 것을 더욱 세련되게 만드는 것을 선호합니다. 세대의 교체와 더불어 해외에서 들어오는 브랜드는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Epilogue #
젊고 생동감 있는 숍들이 천천히 생겨나면서 이탈리아의 Bar문화는 서서히 진화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빠릅니다. 5G의 등장처럼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 Bar에 들어서는 순간은 느림의 미학을 느끼길 원하고, 열정적인 바리스타의 손에서 탄생한보다 탁월한 한 잔의 커피가 위로가 된다는 것입니다.


커피 한 잔의 위로는 바흐가 활동했던 1700년대 초반에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당시 독일에서도 엄청난 커피 열풍이 불었습니다. 의사들은 커피가 불임의 원인이 되고 얼굴빛이 검어진다고 여성들에게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커피사랑을 멈출 순 없었습니다. 바흐는 커피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커피칸타타’를 작곡하게 됐는데요. 커피에 열중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아버지, 커피를 못 마시게 하면 죽어버리겠다는 딸, 결국 아버지는 커피를 끊지 않으면 시집을 보내지 않겠다는 내용이지요.


여주인공의 아리아 가운데 “아 커피의 맛은 얼마나 기가 막힌가! 천 번의 키스보다도 더 사랑스러우며 포도주보다 달콤하네. 내게 즐거움을 주려거든 제발 커피 한 잔을 따라줘요 .”라고 노래 합니다. 설탕을 반 스푼 정도만 넣은, 천 번의 키스보다 달콤한 카푸치노 한 잔과 함께 봄의 향기에 빠져 보면 어떨까요?




전용(Jonny Jeon)
Dalla Corte S.R.L
한국에서 오랫동안 바리스타였던 전용 Pro는 각종 대회 수상,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론칭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다가 이태리로 건너가 세계 유명 커피 머신 회사인 Dalla Corte S.R.L에서 Pro로 일하고 있으며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로 육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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