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떠들석한 가운데 중국인들의 출입국이 많은 싱가포르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 1월 23일 첫번째 케이스가 확정이 된 이후 이 수가 계속 증가해 2월 7일에는 DORSCON(Disease Outbreak Response System Condition)이 3단계의 ‘경고’ 레벨인 ORANGE로 바뀌고(이는 2003년 사스와 2009년 돼지 독감에 이어 3번째 이다), 이를 계기로 패닉이 된 싱가포르안들은 식료품 사재기를 하는 해프닝이 생기기도 했다.
싱가포르 호텔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이미 중국 도시 전체에서의 싱가포르 입국이 금지되었기에 전체 여행객의 약25%를 차지하는 중국인 입국자의 수는 현재 거의 제로에 가깝다. 약 10%를 차지하는 한국과 일본의 여행객들의 입국자도 3% 이하로 감소했다. 또한 싱가포르는 크루즈선들의 출도착 항구로 자주 사용되는데 일본의 크루즈 안에서의 바이러스 확산 케이스가 연일 뉴스에 나오면서 크루즈 랜드 프로그램으로 이용되는 호텔에서의 숙박 예약도 줄줄이 캔슬되고 있는 추세다. 확진자가 다녀간 몇몇 호텔들은 직격탄을 맞아 임시휴업 또는 잠복 기간인 2주 동안 부분 영업을 중지하고 소독을 하고 재개를 했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또한 싱가포르G호텔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유럽 5개국에 바이러스 전파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호텔은 물론 싱가포르까지 바이러스의 국제적 확산의 온상으로 눈총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기에 호텔들은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호텔 출입구를 하나로 관리하며 모든 손님들이 체온 측정을 필수로 체크 하고 있다. 또한 몇몇 호텔에서는 공항의 검역을 지날 때처럼 셀프 검역서 작성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호텔 안 곳곳에 손세정제를 배치하고 손잡이와 같은 곳들의 소독도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같은 과정은 호텔의 직원에게도 함께 적용된다. 직원들의 경우 가벼운 감기 증상이 있더라도 의무적으로 병가를 쓰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직원들의 여행기록을 조사하고 함께 사는 이들과의 관계를 조사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다. 또한 해외여행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당분간 직원가로 해외 호텔을 예약할 수 없도록 막기도 했다.
이와 함께 호텔마다 비용절감을 위한 대책 실행에 들어갔다. 우선 유급 휴가를 1분기 안으로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앞으로 상황이 더 좋아지지 않는다면 무급휴가 사용 의무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저조한 레스토랑들은 당분간 영업을 중지하거나 영업시간 단축에 들어갔다. 또한 사용하지 않는 객실 층을 블럭해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 절약에도 들어간다. 특히 싱가포르에서는 구정 연휴를 앞뒤로 호텔마다 고객사와 함께 ‘로헤이’라는 신년 파티를 하는데 이들 대부분 취소되었으며, 해외 호텔 로드쇼와 같은 일정들도 줄줄이 연기 또는 취소되고 있다. 호텔 세일즈의 경우 세일즈콜 대신 텔레마케팅을, 손님접대 비용을 50% 이상 줄이는 등 단단히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최경주
샹그릴라 호텔 그룹 싱가포르 어카운트 디렉터
아시아 퍼시픽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최경주 디렉터는 팬 퍼시픽 하노이에서 한국과 일본 마켓을 담당했고 현재는 샹그릴라 호텔 그룹에서 싱가포르 어카운트 디렉터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