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 싱가포르는 도심을 달리는 자동차 레이싱 경주인 F1 싱가포르 그랑프리로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가 된다. 여러 자동차 경주가 있지만 F1 그랑프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모터스포츠 대회로 규모로 보나 시청자 수로 보나 모든 자동차 경기를 통틀어서 가장 권위 있는 스포츠이며 대회를 개최하는 것만으로도 국가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국제적인 행사다. 1950년부터 지난 68년 동안 F1 머신의 엔진 음이 울려 퍼진 곳은 단 30개국에 불과하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전남 영암에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네 차례 걸쳐 개최된 바가 있지만 지리적 위치와 함께 부족했던 숙박 인프라처럼 하드웨어적인 부분이 잘 받쳐주지 못했던 아쉬움이 컸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F1 싱가포르 그랑프리의 경우 싱가포르 관광청과 함께 정부에서 나서 적극적으로 F1 대회뿐만이 아닌 오프 서킷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함으로써 F1 그랑프리를 여는 메이저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경기장의 입장권의 가격은 평균 50만 원대로 아시아에서는 가장 값비싼 입장료를 받고 있으나 야간 레이스라는 희소성 덕분에 경기 자체의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싱가포르 그랑프리는 F1 경기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야간 레이스 경기이며 아시아 최초의 스트리트 서킷에서 개최된 경기로도 유명하다. 특히 경기에 사용되는 마리나베이 스트리트 서킷은 싱가포르 플라이어를 시작으로 싱가포르와 함께 떠오르는 상징들인 마리나 베이 샌즈, 머라이언, 플러톤호텔, 래플스호텔 등을 지나가는 도심 스트리트 코스로 F1 머신들이 아름다운 싱가포르의 야경과 명소를 최대 시속 300km 속도로 질주한다. 이뿐만 아니라 F1을 축하하는 축하 공연에서는 매년 전 세계 슈퍼스타들도 초청돼 콘서트를 열어 축제의 열기를 더한다. F1보다 슈퍼스타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 싱가포르까지 원정을 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지금까지 참석했던 아티스트들의 라인업이 대단하다. 리스트를 살펴보면 마룬 5, 레이디 가가, 아리아나 그란데, 케이티 페리, 두아 리파, 캘빈 해리스 등이 있으며 몇 년 전에는 우리나라의 빅뱅도 초청돼 큰 화제가 됐다. 이 밖에도 서킷 밖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이벤트, 프로모션, 전시회 및 팝업스토어 등도 함께 준비돼 싱가포르 전체가 축제의 장이 된다. 싱가포르 F1 전용 어플도 있어 이를 이용한 그랑프리 관련 정보와 경기 내용을 리얼타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
이 시기 싱가포르 호텔들은 F1 관계자들과 전세계 레이싱 팬들의 방문으로 극성수기를 이룬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제외하고 보통은 20만 원대의 시내의 호텔들의 객실 요금은 약 1.5~2배 이상 가격이 오르며 특히 F1 머신들의 레이싱을 객실에서 직접 바라볼 수 있는 서킷 주변에 위치한 호텔이라면 객실 요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최소한의 숙박 수와 같은 예약 조건을 붙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라스가 딸린 화려한 마리나 베이 서킷 주변의 호텔 안에서 아름다운 싱가포르의 야경과 함께 박진감 넘치는 자동차 경주와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객실에서 서킷이 보이는 경우 객실 안에서 식음료를 즐기며 느긋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파티 패키지를 셋업하기도 하며 F1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객실 인테리어로 숙박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경기장과 다소 떨어진 곳에 위치한 호텔이라면 호텔 숙박과 함께 F1 관람권을 패키지로 만들어 팔기도 한다. 호텔 객실뿐만이 아니다. 경기장 주변의 호텔의 루프탑 바나 레스토랑들은 저마다 스페셜 메뉴를 만들거나 애프터 파티를 만들어 높은 금액에 판매하지만 항상 만석을 이룬다. 몇몇 호텔들은 그랑프리의 기간에 맞춰 음식축제와 같은 자체적인 행사를 마련, F1 경기 입장권의 소지자에 한해 식음료 할인을 해 주는 등 호텔들 또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F1 싱가포르 그랑프리는 경기와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다방면에서 협력이 이뤄져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최고의 이벤트로 자리 잡을 수 있었으며 이에 그치지 않고 싱가포르 최고의 관광수입원이 될 수 있었다.
최경주
팬 퍼시픽 하노이 세일즈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