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대해서 논할 때 커피를 빼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베트남은 브라질 다음으로 제일가는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이다. 한국의 경우 6.25 전쟁 당시 미군부대에서 나온 ‘믹스커피’가 커피시장을 평정했는데 이 믹스커피의 주재료는 로부스타(Robusta)다. 한국은 가까운 베트남산 로부스타를 주로 사용해 왔으며 현재까지 한국 커피 총 수입량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다. 베트남 로부스타 커피는 카페인 함량이 많고 진한 바디감, 쓴맛, 그리고 보리차 같은 고소한 향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베트남에서는 커피에 우유대신 연유를 부어 마시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역사는 베트남이 프랑스의 식민지 시절이었던 19세기 중반까지 올라간다. 1857년 프랑스 사제에 의해서 베트남에 처음으로 커피가 유입됐지만, 신선한 우유의 공급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우유 대신에 달달한 응축유를 커피에 넣어 마시기 시작했다고 한다. 신선한 우유가 지천에 널린 지금도 베트남 사람들은 이 연유커피를 즐겨 마시는데 특히 연유커피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 ‘카페 스어 다(Ca Phe Sua Da)’는 베트남 커피를 대표하는 대명사로 흔히들 이야기하는 달달한 맛의 종착지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에서는 카페 스어 다 이외에도 색다른 커피 레시피를 만들어내 큰 성공을 거둔 아이템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커피가 바로 ‘코코넛커피(Ca Phe Dua)’일 것이다. 코코넛은 동남아시아 어느 나라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과일임에도 유독 코코넛커피는 베트남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코코넛커피의 레시피를 살펴보면, 코코넛밀크에 연유와 얼음을 넣고 블렌더에 갈아 스무디 형태를 만들어 그 위에 마치 아포가토(Affogato)커피처럼 에스프레소 샷 한잔을 부어주는 것이 전부다. 이미 오래 전부터 커피에 연유를 넣어먹는 것이 익숙한 베트남사람들에게 이는 그다지 신선한 아이디어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흔히 접할 수 없던 맛이었다. 마치 베트남식 프라푸치노 같은 코코넛커피는 큰 인기를 누리게 됐다. 코코넛밀크에 연유를 섞은 것은 ‘신의 한 수’였던 것이다.
특히 이 코코넛커피를 베트남에 대중적으로 알리게 한 로컬커피 체인점이 있는데, 베트남에 오면 무조건 한번은 들린다는 ‘콩카페(Cong Ca Phe)’이다. ‘콩(Cong)’은 베트남어로 베트남 공산당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름처럼 이 카페는 베트남의 게릴라 군사조직이었던 베트콩(Viet Cong)의 콘셉트를 차용하고 있는데, 베트콩의 군복과 같은 직원들의 유니폼, 카페 안 인테리어 소품들(드럼통 테이블, 베트콩 모자로 만든 조명장치, 프로파간다 포스터)로 인해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빠르게 현대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현재의 베트남을 보면서 공산주의 국가라는 것을 가끔씩 잊어버릴 때가 있는데 이 카페를 보면서 베트남이 공산주의 국가라는 것이 상기되기도 한다. 처음 이 카페가 생겼을 무렵 주 고객층은 공산주의 국가와 월남전에 대한 궁금증(아마도 월남전을 배경으로 한 유명 뮤지컬 ‘미스 사이공’ 등과 같은 것들이 한 몫을 한 것 같다.)을 가진 유럽인들과 미국인들로, 그 분위기와 함께 베트남 커피까지 즐길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 조금씩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Trieu Viet Vuong’ 이라는 하노이의 커피거리에서 조그마한 카페로 시작한 콩카페는 이처럼 색다른 콘셉트로 인해 하나둘씩 체인점들이 생기게 됐고, 또 이 새로운 체인점들이 하노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세인트 조셉 대성당, 오페라하우스, 서호, 군사박물관 근처에 위치하게 됐다. 거기다 이 카페의 시그니처 음료인 코코넛커피까지 인기를 끌면서 콩카페는 하노이에 오면 무조선 가야 하는 장소로 거듭났다. 요즘엔 한국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하노이에서 시작한 이 카페는 이제는 하이퐁, 다낭, 호치민 등 베트남의 다른 대도시까지 뻗어나가는 중이며 베트남의 스타벅스라고 불리는 ‘하이랜드’ 카페와 대적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경주
팬 퍼시픽 하노이
시니어 세일즈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