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호텔들이 로컬 터치를 가미해 호텔 안팎에서 로컬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트렌드인데 싱가포르 호텔에서도 예외 없이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문화를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문화의 뿌리이자 가장 전통적이고 유니크한 로컬 문화인 페라나칸(Peranakan) 콘셉트를 자주 사용한다. 페라나칸이란 말레이 반도로 이주해 온 중국인 남성과 말레이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남성은 바바(Baba), 여성을 논야(Nonya)로 부르며, 특히 논야들은 손재주가 뛰어나 그녀들이 만든 음식, 옷, 구두, 구슬공예, 식기 및 도자기 등이 페나라칸을 대표하는 문화를 넘어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대표 문화를 잘 나타내는 호텔들을 살펴보면 먼저 싱가포르에서 페라나칸 문화가 가장 잘 보존돼 있는 구역, 카통 빌리지(Katong Village)에 위치하고 있는 호텔들로 호텔 안팎의 디자인과 객실의 인테리어 및 어메니티들이 예사롭지 않다.
이중 IHG그룹의 호텔 인디고 카통(Hotel Indigo Katong) 호텔은 페라나칸 패턴의 욕실 타일과 카페트, 바틱(Batik) 천을 사용한 소파 및 쿠션커버, 알록달록한 페라나칸의 대표 디저트인 쿠에 라피스(Kueh Lapis)를 모티브로한 가구 등을 배치, 호텔의 객실과 레스토랑 곳곳에서 페라나칸 감성을 느껴 볼 수 있다. 또한 욕실을 객실의 가장 안쪽에 위치시킨 레이아웃이나 ‘Good Morning’이라는 글자가 쓰인 수건, 닭이 그려진 컵, 법랑 세숫대야, 싱가포르인의 소울푸드인 카야 토스트집을 그린 벽화 등 레트로 감성까지 느낄 수 있는 어메니티와 디자인으로 싱가포르 문화를 객실 안에 가득 채웠다. 이 밖에도 호텔의 올데이다이닝으로 이용되는 바바 츄스 바&이터리(Baba Chews Bar & Eatery)는 이전에 경찰서 건물로 사용됐고 현재는 국가로부터 보존 건물(Conserved Building)로 지정된 곳으로 페라나칸 스타일의 디자인과 레스토랑 안에서 보이는 카통 빌리지의 알록달록한 숍하우스 전경을 선보여 이 지역 최고의 인기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고 있다.
IHG의 대표 브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싱가포르의 경우 유명 쇼핑몰과 연결된 건물로 몇몇 객실 타입이 마치 싱가포르의 대표 건축 양식인 숍하우스(거주공간과 상점이 함께 있는 건물로 보통 1층은 상점, 2층 또는 3층은 주거공간)를 연상시키는 구조로 레이아웃을 만들어 객실 테라스에 나무로 만든 창문이 있고 그 너머로 호텔 아래의 상점가를 내려다 볼 수 있도록 해 마치 호텔이 아닌 숍하우스에 숙박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또한 싱가포르는 영국 식민지 시절의 영향으로 애프터눈티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호텔 식음료부서의 큰 레비뉴를 차지, 싱가포르의 5성 호텔이라면 어디에서든지 애프터눈티 세트나 애프터눈티 런치 뷔페를 만나볼 수 있다. 대부분의 호텔에서는 전통적인 영국식 애프터눈티 메뉴를 메인으로 갖추고 있으나 인터콘티넨탈 싱가포르를 포함한 몇몇 호텔에서는 페라나칸 논야들의 대표 간식과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페라나칸 스타일의 애프터눈티도 함께 준비하고 있어 고객들의 선택권을 넒혀준다.
또한 이런 페라나칸 음식들이 서빙될 때에는 논야자기(Nonyaware)로 불리는 식기를 사용하는데 과감한 보색과 다양한 디자인이 사용된 식기로 눈과 입이 모두 즐거워지는 호화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이밖에도 호텔 이벤트부서와 연계된 웨딩업체들이 내놓은 콘셉트로 페라나칸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던한 페라나칸 웨딩 데코레이션이나 청첩장 또는 피로연 드레스 등을 선보이고 있어 남들과 다른 특이한 콘셉트를 찾는 젊은 커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이처럼 싱가포르의 많은 호텔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싱가포르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장이 되고 있다. 앞으로 로컬 문화를 경험하는 콘셉트 여행과의 시너지를 기대해본다.
최경주
팬 퍼시픽 하노이 세일즈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