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 있는 도가안의 연회장>
관서공항에서 남쪽으로 1시간 달려가면 기슈(紀州) 와카야마현에 위치한 해남시(海南市)가 나온다. 일본 전국을 통틀어 매실 생산량의 60% 이상을 와카야마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더불어 귤과 유자도 와카야마산(産)을 최고로 손꼽는다. 태평양을 바라보는 기이(紀伊)산맥에 둘러싸인 온화한 기후 속에서 뜨거운 태양 아래 맛있게 익어가는, 어린아이 주먹만 한 ‘왕 매실’. 흠집 하나 없이 갓 따낸 이 굵은 매실로 담근 매실주와 유자즙의 만남. 매실주의 달콤함과 유자의 새콤함이 만들어내는 궁합이 절묘하다. 매실과 찰떡궁합인 유자는 일본 요리에 향미와 산미를 내는 단골손님으로 등장한다. 과육 부분만이 아니라 껍질의 효능도 좋아 향신료와 약재로도 사용한다. 규슈(九州)지방에서는 유자로 만든 후추가 인기가 많고, 유자차는 한국에서 겨울에 즐기는 건강차이기도 하다. 특히 일본인들은 겨울이 되면 욕조 속에 유자를 둥둥 띄워 유자 온천을 즐기기도 한다.
<나카노 BC 주조 전경>
와카야마는 80년 전 간장제조로 시작한 선두 주조회사인 나카노BC 도가가 있는 곳이다. 무려 1200년을 지켜온 유서 깊은 고야산(高野山) 정기와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구마노 천년고도(熊野千年古道)의 긍지가 보존돼 있다. 나카노BC 주조는 최근 ‘체험형 술도가’로서 일반 시장에서 접하기 어려운 4L 크기의 극상품 매실을 100% 사용한 매실주와 매실즙 담그기 교실을 오픈해 주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자긍심이 높은 도가인 만큼, 품질 또한 신뢰 그 자체로 인정받는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일반 매실주 교육이 아니라 일본 양주 주조협회가 정하는 ‘매실주 제조기준법’에 의거해 산미료나 착색원료 등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예로부터 지켜오는 전통 제조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제법이 입소문을 타 동경이나 홍콩 등으로 출장 세미나도 실시하고 있으며, 그 외에 각 지역에서도 의뢰 요청이 줄을 잇는 중이다.
<1. 매실주를 담그는 장인 2. 매실주 저장탱크 3. 매실즙과 매실주 담그기 교실>
또한 나카노BC 주조는 전통 사케인 나가히사(長久)를 출시한다. 이 외에도 100여 년의 오랜 발효 기술력으로 청주를 비롯해 매실주, 증류주, 미린, 달콤한 과실주, 기능성 식품, 에센셜 오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전통기술과 최신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독자적 기술을 개발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고객의 안심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자,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추구하기 위해 전제품에 대한 품질검사를 엄격하게 실시한다. 신선한 상태의 매실 그대로를 유지한 비가열 농축 매실즙과 에키스(추출물) 제조의 출하량은 시장 점유율 70~80%를 차지한다. 또 와카야마의 특산품인 온주귤과 자바라(껍질이 두꺼운 귤 종류)단감을 이용한 기능성 건강식품도 출시하고 있다.
<1. 매실주 전용 판매장 2. 시음을 직접 할 수 있는 판매장 3. 다양한 종류를 판매하는 판매장>
2011년부터 와인 및 사케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사케의 수요를 늘리고, 일본 문화 계승과 발전을 도모하자는 뜻에서 콘테스트가 열렸다. 세대와 업태,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일본 사케의 혼을 널리 알리자는 목적이었다. 2013년엔 ‘와인 잔으로 사케를 마시자’는 타이틀 아래 206개의 도가가 출전해 393점의 후보군이 출품됐다. 나카노BC 주조는 2013년 어워드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이후 ‘Monde Selection 2015’에서 금상을 수상, 이듬해에도 금상을 수상했으며 ‘London Sake Challenge 2015’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이듬해에 열린 ‘London Sake Challenge 2016’에서도 금상을 수상해 쾌거를 올렸다.
<혈류 측정기>
나카노BC 주조에서 출시한 특별한 건강 체크기기가 TV에 소개된 바도 있다. 채혈을 하지 않고 손가락 끝을 기계에 올려놓으면 기기가 모세혈관의 형태와 혈류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것이다. 혈관의 혈류가 깨끗하고 신속하게 흐르고 있는지, 아니면 탁하고 걸쭉하게 흐르고 있는지를 측정한다. 1회 혈류 측정 검사는 1000엔으로 새로운 의학 비즈니스를 탄생시켰다.
<나카노BC 주조안의 일본 정원>
나카노BC 주조의 자랑거리인 3000평의 면적으로 가꿔진 연못을 둘러싼 일본 정원에서는 사계절 색색의 꽃을 보면서 산책도 할 수 있다. 고풍스런 차(茶)실에 들러 일본의 전통차도 체험할 수 있다. 잘 다듬어진 정원에서 전통차와 함께 향긋한 매실주에 푹 빠져 시간을 보내다 보면,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이 실감난다.
‘사케 사무라이’에 한국인 이용숙 사케 소믈리에 임명
대대로 일본 전통주 가업을 계승해 온 젊은 세대의 가업장인들이 모여, 일본주조청년협의회를 창설해 사케 보급 및 확산에 활력을 넣고 있다. 일본주조청년협의회는 일본 내 사케 보급 감소에 따른 위기의식과 일본인들의 전통술에 대한 관심을 회복하고자 2005년 ‘사케 사무라이’를 창설했다. 사케 사무라이는 사케를 사랑하고 사케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려 공헌한 사람으로서, 일본주조청년협의회 본부의 선임이나 추천으로 선정해 임명한다.
2016년 10월 20일 제10회 올해의 사케 사무라이가 임명됐다. 임명자는 총 다섯 명으로, 이탈리아, 캐나다, 한국, 재미일본, 일본(일본소믈리에협회 회장) 이렇게 5개 국에서 각각 임명됐다. 한국은 사케 소믈리에 이용숙 교수가 받았다.
사케 사무라이 임명식은 매년 교토의 시모가모신사(下鴨神社)에서 시행한다. 전통의식에 따라 진행되므로 최대한 예의를 갖춘 복장으로 참석한다. 이용숙 사케 소믈리에는 사케 사무라이 임명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 많은 일본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용숙
니혼슈 키키사케시(사케 소믈리에)
(주)린카이 이용숙 대표는 오랫동안 사케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오사카경제대학 객원교수 및 니혼슈 홍보 한국사무국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의 사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밤’을 매년 개최, 사케에 대한 정보 공유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