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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 Bar

[이용숙 사케 소믈리에의 All About Sake] 삿포로 라멘, 삿포로 맥주, 그리고 삿포로 사케 북해도 치토세즈루 주조(千歳鶴 酒造)

흰 눈이 소복이 쌓인 ‘러브레터’ 소설 속의 호수, 보랏빛으로 물든 끝이 보이지 않는 라벤더 꽃밭, 동쪽 나라 새벽을 여는 일출, 원숭이들마저 여유로움에 빠져들게 하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노천탕, 낭만의 노면전차가 달리는 도시, 찬 바다에서 잡은 단단한 육질의 생선들로 가득한 미식의 천국. 이렇게 수많은 찬사가 쏟아 지는 지역, 바로 북해도다. 삿포로는 북해도의 대표도시다.
삿포로하면 삿포로 눈 축제, 삿포로 라멘, 삿포로 맥주가 떠오른다. 여기에 삿포로의 사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매서운 겨울, 눈발을 흠뻑 맞은 후 따끈한 삿포로 사케 한 잔 걸쳐보시라. 그 따스함, 포근함, 낭만과 행복감. 세상을 다 가진 진시황, 알렉산더 부럽지 않으리니.





여성 기술 장인
1892년 북해도 삿포로에서 니혼슈 제조를 시작한 시바다주조(柴田酒造)가 있었다. 이 후신이 치토세즈루(千歳鶴)인데 북해도 거점의 사케 전문회사로는 최초다. 여기에 사케 뮤지엄도 있어서인지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이 사케 도가의 6대 기술 장인은 市澤智子(이치사와미치코)다. 창업 이래 여성 도가장인은 처음이다. 대학에서 주조학과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북해도 맥주회사에 입사해 기초를 다진 후 사케 도가의 기술 장인이 됐다고 한다. 북해도 사케 업계에서 유난히 주목을 받는 여성이다. 필자도 여자라서 삿포로에 올 때면 이곳에 꼭 들르고 싶은 걸까? 치토세즈루는 치토세 지역의 학이란 뜻이다. 북해도의 대지에 순백의 날개를 펴고 우아하게 하늘을 나는 용감한 학, 여성에게 참 잘 어울린다.


치토세즈루의 역사
북해도의 사케 주조들이 전통을 지켜내는 데는 뼈를 깎는 아픔의 역사가 있었다고 한다. 술 수입자유화와 격화된 경쟁으로 사케 도가들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1928년 정부의 요청으로 북해도 8개 주조가 1개로 통폐합, 이름도 새로 지어 치토세즈루라 했다. 다행히 1945년 이후 고도 성장기를 맞았다. 북해도에서 태어나고 자라나 이 지역 대표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치토세즈루의 쌀
치토세즈루는 사케 빚기에 최적이라고 하는 효고현의 야마타니시키(山田錦) 쌀을 사용하지 않고 이 고장 쌀로 만든다. 그 장인적 신념이 쌀 소비량 감소의 불황에서도 쌀 생산 농가가 오히려 늘게 한 일등공신이다. 토착쌀만으로 주미酒米(술 전 용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연구와 예산이 필요한데, 그 연구가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 하지만 치토세즈루는 북해도의 대표선수답게 북해도 쌀만으로 주미酒米를 삼아 성공한 신화다. 그 결과 개발된 북해도산 사케 전용 쌀에는 北の雫(키타노시즈쿠), きんぷ(킨푸), すいせい(스이세이)가 있다. 어쩌면 국제화 시대의 이단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토착의 원료와 생산을 신뢰하는 고객들에게는 오히려 이 전략이 맞을 수 있다. 이런 고객과 그 고객을 믿는 장인, 신념과 각고의 노력이 혼합돼 치토세즈루 사케가 여기 이곳에 우뚝 서 있다.



치토세즈루의 복수(伏水)
치토세즈루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사케에 사용하는 물은 삿포로 남부지역으로 이어지는 울창한 숲을 따라 흐르는 토요히라카와(豊平川) 복수류라는 강이다. 치토세즈루의 도가 안에 있는 우물 150m 밑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땅 속에 존재 하는 또 하나의 강이다. 이는 100년 내지 200년 간 서서히 암반층을 통과하면서 자연스럽게 여과돼 땅 속의 미네랄을 흡수한다. 이것을 이 곳 사람들은 ‘과거(역사)의 선물’이라고 한다. 멋진 말이다.
창업 140년을 지나며 삿포로는 인구 190만 명이 넘는 대형 도시가 됐다. 치토세즈루 주조도 교외로 나가 더 넓은 주조장을 지으면 생산 효율성과 비용 면에도 장점이 있지만 이 도심에서 사케주조를 이어가고 있다. 북해도 굴지의 수질을 자랑하는 수맥이 바로 그 치토세즈루도가의 땅 밑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이 수맥과 함께 140년을 이어오며 박물관 같은 흙벽돌 건물의 술도가에서 기술을 지켜오고 있다. 북해도의 명수가 삿포로에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지만 삿포로 맥주와 북해도 와인이 유명한 이유는 바로 이 물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요카이치(余市)의 북해도 와인
와인 하면 프랑스나 이태리를 많이 꼽지만 일본인들은 북해도 산 와인도 선호한다. 북해도의 요카이치라는 곳은 포도밭이 많으며 와인 생산지로 유명하다. 일본판 프랑스 서부지역의 보르도 같은 지역이다. 1974년부터 요카이치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를 사용해 와인을 만들어왔다. 사케와 비슷하게 만든 와인병 라벨에 포도 농가를 표기한다. 또 와인 공장을 개방해 견학할 수 있도록 하고 와인 맛을 보는 코너도 있다. 이 요카이치 와인은 치토세즈루의 그룹 자회사다. 북해도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점심에는 요카이치 와인 한 잔, 저녁에는 치토세즈루 사케 한 잔 하기를 권한다.

이용숙
니혼슈 기키사케시(사케 소믈리에)
㈜린카이 이용숙 대표는 오랫동안 사케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간사이국제대학 경영학과 교수 및 니혼슈 홍보 한국사무국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의 사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밤’을 매년 개최, 사케에 대한 정보 공유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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