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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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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숙 사케 소믈리에의 All about Sake] 후쿠이현의 카도주조(加藤酒造),봉 사케(梵)

신(神)도 취하게 하는 사케


어느 추운 겨울날, 필자는 후쿠이현 사바에시(福井県鯖江市)를 방문했다. 유명한 봉(梵) 사케 도가를 견학하기 위해서였다. 아라비안 나이트에나 나올듯한 짙고 검은 눈썹, 보통사람의 1.5배 정도의 커다란 몸집, 동양인 같지 않은 풍채의 중년 남성이 오사카에서 방문한 나를 맞이해줬다. 바로 봉(梵)사케 도가의 가업장인 카토(加藤) 씨다.
사케는 본래 추운 겨울에 빚지만 그 날은 유난히도 추웠다. 하지만 술 도가 안의 공간은 상큼한 술 향기와 따뜻함이 가득했다. 도가 안에서 일하는 기술 장인들을 비롯한 쿠라비도(蔵人 술빚는 사람들)들의 적당한 온도 유지를 위해 술 곳간 안의 공기를 순환시키는 시설이 완비돼있기 때문이었다. 함께 일하는 종사원을 위한 섬세한 배려부터가 남달랐다.



사케를 빚기 위해서는 먼저 쌀로 밥을 지어야 한다. 쌀에 물을 넣고 밥을 하는 게 아니라 증기로 쌀을 찐다. 커다란 솥에 밥을 찌는 경우, 솥의 밑면과 옆면은 미묘하게 온도 차이가 생긴다. 그래서 밥이 다 된 후 솥의 가운데와 겉, 그리고 옆면의 밥 색깔은 각각 다르다. 봉 사케에서는 고품질 사케를 만들기 위해, 가능한 한 솥 가운데 부분의 밥만을 사용한다. 그래서 솥에 넣는 쌀과 같은 성질을 가진 유리로 만든 모형 쌀을 그물망의 주머니에 넣어 솥의 밑에 깔고 옆과 윗부분까지 둘러싼다. 유리로 만든 모형 쌀의 겉은 매끈해서 수분을 머금은 본래 씻은 쌀의 상태와는 다르다. 그래서 모형 쌀의 성질을 씻은 쌀이 가지고 있는 것과 같게 맞춘다. 즉, 유리로 만든 모형 쌀의 겉면에 날카로운 물체로 아주 작은 상처를 낸 후 물에 씻어 꺼낸다. 이렇게 하면 모형 쌀 겉의 상처 사이로 물이 스며들어 본래의 쌀과 같이 된다. 이것을 증기미 나카도리(蒸米の中取り)라고 한다. 봉 사케는 사케의 맛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본래의 쌀과 비슷한 성질의 비지마이(擬似米 유사쌀)를 독자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쌀을 씻어 건질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쌀의 찌꺼기도 쌀에 묻어 나온다. 봉 술도가에서는 이마저 없애고자, 부드러운 기포(気泡)를 발생시켜 수류(水流)와 함께 이물질을 흘려보내는 선미용 특허 기계를 개발했다. 또한, 사케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저장 탱크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자 탱크 겉면에 역원추형 모양으로 생긴 이중 공간을 만들었다. 그 공간 사이로 냉수가 순환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의 순환은 엄동설한에도 탱크를 얼지 않게 한다. 이 열정과 파이어니어로서의 개척 정신은 높게 평가받아 마땅하다.
카토 주조는 현재 11대의 장인 가업이다. 환전상과 지역의 촌장으로 가업을 이어오던 카토 선조가 1860년 카토 주조를 창업했다고 한다. 카토 주조가 자리 잡고 있는 술 도가 근처의 春慶寺山(슌케이지산)중턱에는 맑은 약수가 나온다. 일본 약수 100선에 손꼽히는 약수다. 이곳은 유명한 水上勉(미나카미쓰도무) 작가의 고향이기도 하다.

카토주조는 고급술의 선두답게 품질과 맛을 최고로 높이는데 전력을 다한다. 그 덕에 1969년 일본에서 최초로 다이긴죠(大吟醸) 사케를 생산했다. 사케 주조에 사용되는 물은 지하 184m의 우물 침전수다. 쌀도 야마타니시키(山田錦)와 오백만석(五百万石)쌀만 사용한다. 제조된 모든 제품이 정미율 60% 이상인 긴죠슈(吟蔵酒)이며 봉 사케의 최고급 사케로 ‘梵·超吟’ 21%를 출시하고 있다. 봉 사케의 평균 정미율은 38%다. 일본 최고급 사케의 정미율이다. 정미율이 낮을수록 고급 사케다. 35% 이상 정미를 하게 되면(65%를 깎아 버린다는 뜻) 쌀의 성질이 깨져버리기에 더는 깎을 수 없다. 따라서 21% 정미율(89%의 쌀을 깎음)의 사케를 빚으려면 특수한 정미기계와 기술이 필요하다. 카토 주조는 20% 이상의 정미율에 도달하고자 자체 정미 기계를 개발해 특허까지 받았다. 최근 10%(90%의 쌀을 깎음) 정미율 달성에 성공해 쌀의 가장 중심부의 깨알만 한 ‘심백’만을 사용한 ‘夢は正夢’(유메와마사유메) 준마이다이긴죠를 출시했다. 영어로 하면 ‘Dreams come true’이다. 사케는 제조 후 빙온상태에서 최소 5년간 장기 숙성되며 마이너스 저온에서 저장된다.



‘Dreams come true’ 사케는 국내외 국빈의 만찬회에서 사용된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시 일본 총리가 이 사케를 축하선물로 보냈다. 또, 2016년 5월 일본에서 열린 ‘G7 세계 정상회의’에서도 국빈을 위한 아베 총리의 선물로 사용됐다. 뿐만 아니라 이 사케는 2008년 미국에서 수입되는 일본 사케 중 최우수 사케로 TOP Gold 상을 연속 수상했다. 201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 와인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받았다. 2015년에는 전 미국 일본 사케 품평회에서 역대 최우수상인 에메랄드 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현재 봉 사케는 세계 38개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각국 재외공관과 워싱턴, 런던 등 유명 도시뿐 아니라 통가, 스리랑카, 콩고,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사케 판매로 얻은 이익은 다시 투자로 이어진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교훈 삼아 규모 8.5 이상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도가로 재건축하고 모든 조명은 LED로 바꿨다. 비상 전기 공급을 위해 태양광 발전시설을 완비하고 에너지 절약과 화재 등 재해 예방을 위해 대형 수로와 탱크 설비도 도입했다. 카토 가업 장인은 ‘빛나는 미래의 탄생과 창조’라는 철학으로 사회에 공헌하리라는 포부를 밝혔다.
사람 냄새 나는 인정미, 공동체가 살아있는 지역을 만들겠다는 검은 눈썹의 카토 씨에게 봉 사케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걸어본다.


이용숙
니혼슈 키키사케시(사케 소믈리에)
(주)린카이 이용숙 대표는 오랫동안 사케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오사카경제대학 객원교수 및 니혼슈 홍보 한국사무국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의 사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밤’을 매년 개최, 사케에 대한 정보 공유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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