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앤레스토랑 뉴스레터 신청하기 3일 동안 보지 않기 닫기

2024.04.23 (화)

[이용숙 사케 소믈리에의 All about Sake] 효고현 아마가사키시(兵庫県 尼崎市) 키시모도키치지쇼덴(菰樽岸本吉二商店)

새로운 세상으로의 시작 긍정의 힘
열려라 참깨 VS 열려라 거울아

효고현 아마가사키시(兵庫県 尼崎市)
키시모도키치지쇼덴(菰樽岸本吉二商店)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카가미비라키’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열려라 참깨’하면 바위 문이 쫘악 열린다. 일본에서는 신년이나 결혼식, 개업식 때에 이런 별천지 입장의 행사가 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거나 비즈니스를 일으킬 때 대박나라는 의미다. 카가미비라키(鏡開き)라는 의식이다. 한국말로 옮기면 ‘나무 술통 깨기’다. 행사 시작 때 몇 사람이 술통주 위에 둘러서서 나무망치로 ‘요이쇼, 요이쇼, 요이쇼’하고 세 번 구호를 외친 후 술통 뚜껑을 힘껏 내리친다. 나무 뚜껑이 깨지고 술통이 대박으로 열린다. 술통의 술을 나무잔에 따라 마신다. 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며 이런 의식을 거행하면서 나무망치를 내리치는 순간 일본인들에게는 새 희망과 긍정의 힘이 불끈 불끈 솟아난다. 많은 일본인들은 카가미비라키의 마력 같은 긍정의 힘을 믿는다. 그래서 카가미비라키는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시루떡과 돼지머리를 재단에 올려놓고 고사를 지내는 풍습과 좀 비슷하다.
카가미비라키라는 말을 직역하면 ‘거울을 연다.’이다. 원래는 ‘거울을 깨다.’라는 뜻이다. 일본에서는 신년하례로 둥근 삼단 떡(카가미 모치)을 쌓아 불단(불상이 있는 재단)에 올리고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카카미 비라키’는 ‘떡을 잘라 먹는다’라는 뜻인데, 카카미는 둥근 떡이 둥근 거울과 비슷하다는 데서 왔다. 모나지 않고 원만하다는 것이다. 비라키는 떡을 ‘열다’ 즉 ‘자르다’라는 뜻이다. ‘자르다’라는 말은 할복을 의미한다해 쓰지 않고 ‘열다’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간접화법을 쓰는 것도 일본다운 발상이다. 이런 것을 비교 할 때 한국어로 ‘떡을 썰다’란 표현이 있는 것에 언어의 우월성을 느낀다.


카가미비라키를 위한 ‘코모다루’
카가미비라키 의식을 할 때는 반드시 나무로 만든 커다란 전통 술통을 사용한다. 스기나무(삼나무 종류)로 나무술통을 만들고 나무통 안에 술을 부어넣는다.
그리고 술 담은 나무통이 깨지지 않게 나무통 위에 볏짚을 짜서 만든 가마니로 두른다. 그리고 여러 개의 새끼줄로 단단히 앞뒤를 묶은 뒤 술도가의 상호를 넣어 모양을 낸다. 술도가의 상호는 쇠 금형을 불에 달궈 도장처럼 찍는다.
새끼줄과 가마니로 두른 술통이 코모다루·나무 술통(菰樽)이다. 쌀로 만든 사케를 절이나 신사에 신년이나 특별한 날에 바치는 것이 건강과 발전을 기원하는 일본의 전통적 풍습이다. 일본의 절이나 신사입구에는 코모다루(나무술통)를 쌓아 올려놓은 모습이 자주 보인다. 또한 술도가 현관이나 입구에는 각 도가별 상호가 박힌 코모다루(나무술통)가 반드시 비치돼 있는데 이것은 바로 술도가의 간판이자 상징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떡장수가 떡을 빚어 팔려면 반드시 방앗간이 있어야한다. 사케를 빚는 술도가들에게 코모다루는 방앗간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신년, 쌀, 떡, 전통술, 나무, 짚, 가마니, 새끼줄…. 한국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단어들이다.



코모다루의 역사
일본의 전통 술 사케 주조장은 전국적으로 약 1600개 정도이다. 사케 기술과 함께 코모다루기술이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오고 있지만 코모다루 기술 장인이 있는 곳은 일본 전국에서 단 2곳 뿐이다. 다시 말하면 일본에 떡장수는 1600명인데 방앗간이 단 2곳 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 중에서도 생산의 80%를 맡고 있는 곳이 바로 코모다루 키시모도키치지쇼덴(菰樽岸本吉二商店)이다. 따라서 술도가들에게 키시모도씨의 코모다루는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인 것이다. 코모다루 사용이 줄어들게 된 원인은 그 옛날부터 오랫동안 나무술통을 사용했지만 사케 용기가 점점 유리병이나 종이팩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모다루 키시모도키치지쇼덴 장인은 혼을 다해 기술을 이어가고 있다. 코모다루(菰樽)의 역사는 350년 전 에도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교토(관서지방)가 일본의 도읍지로서 에도(지금의 동경)지방으로 갈 때는 하경한다는 말을 썼다고 한다. 지금은 동경이 수도가 돼 동경으로 갈 때는 상경한다고 말한다. 에도에는 당시 막강한 권력을 가진 토쿠가와계 중심사회로 고급스럽고 좋은 물건들은 에도로 보내는 시절이었기에 술 또한 술 생산지의 중심이었던 관서지방에서 좋은 사케를 엄선해 에도로 내려 보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내려간다는 말을 쿠다루(下る)라고 한다. 일본어 중에 쿠다라나이모노(くだらないもの)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변변치 못한 물건’이란 뜻이다. 즉 오사카에서 동경으로는 좋은 물건만 보낸다는 뜻이다. 당시 사케도 좋은 사케만 골라서 동경으로 보내졌다고 하는데 오사카에서 동경으로 사케를 배로 실어 나를 때 술통이 상하지 않도록 가마니로 싼 것이 코모다루의 기원이라고 한다.
키시모도코모다루가 위치해 있는 효고현 아마가사키 쓰카쿠치죠(兵庫県尼崎町)는 유명한 술 생산지인 灘(나다), 伊丹(이타미)와 가깝다.


코모다루 장인 ‘키시모도 토시히로(岸本敏裕)’
키시모도 토시히로(岸本敏裕)는 4대 가업장인이다. 메이지 시대 가마니 제작소로 창업해 100년 이상 기술을 이어왔다고 한다. 키시모도 토시히로 가업장인은 고베에 있는 코오난대학 경영학부를 졸업한 후 닛카위스키회사에 입사해 세일즈맨으로 영업부터 배웠다. 자신의 가업인 사케의 겉포장뿐 아니라 내용물(사케)을 공부하기 위해 5년간 사케 주조장에서 견습생으로 지냈다. 계란 노른자를 알기 위해서 역발상으로 주위에 둘러 쌓인 흰자를 공부하는, 오랜 시간을 지켜왔던 것처럼 오랜 시간을 앞으로 지켜나가려 하는 장인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다. 오랜 시간 수행을 거쳐 1996년 키시모토상점 4대 가업장인으로 취임했다. 또한 인근 지역 주민과 사회에 공헌과 기여하는 사회적 기업으로도 주위의 평판이 자자하다.
키시모토상점에서는 전통의 바탕 위에서 큰 나무술통 뿐만 아니라 고객의 요구에 맞춘 다양한 제품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부담 없이 가족끼리의 조촐한 정월행사를 위해 뚜껑 부분에 자석을 붙여 여러 번 사용가능한 작은 나무술통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소량의 코모다루로 싼 유리 용기에 사케를 넣은 제품도 판매하고 있어 외국인 고객들에게 선물용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새끼줄 한 땀 한 땀 장인의 정성이 들어간다. 새끼줄을 감는 일에는 손이 많이 간다. 바늘 등 도구를 이용해 4개의 새끼줄을 감는데 장인의 손놀림이 어찌나 빠르고 섬세한지…. 필자는 무엇을 봤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 지혜와 기술에 경탄했던 그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2016년 4월 게재>




이용숙
니혼슈 키키사케시(사케 소믈리에)

(주)린카이 이용숙 대표는 오랫동안 사케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오사카경제대학 객원교수 및 니혼슈 홍보 한국사무국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의 사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밤’을 매년 개최, 사케에 대한 정보 공유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25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배너

기획

더보기

배너



Hotel&Dining Proposal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