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주조 수상 기념 현수막>
효고현 아보시 고즈넉한 시골역에 도착해 개찰구 앞에서 제법 걸어갈 만한 거리에 혼다주조本田酒造가 자리 잡고 있다. 혼다주조까지 가는 좁은 시골길에 조용하게 봄이 오고 있었다. 이 주조장의 회장인 혼다다케요시本田武義씨가 계단을 내려오며 반갑게 맞아줬다.
<86세의 혼다 주조 장인 혼다다케요시 씨>
혼다다케요시 회장은 1932년에 태어나 올해 86세, 고령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86년은 적지 않은 세월이다. 그 긴 시간 동안 동 업계의 많은 전문가들 머릿속에 사케 영웅으로 남기는 더욱 어렵다. 그는 1956년, 히메지 공업 대학 응용화학과를 졸업하고 다시 오사카 대학원 공학부 연구생으로 진학했다. 그리고 1958년 선대로 내려오는 혼다주조에 입사해 경영의 기초를 배우고 사장을 역임한 뒤 1981년 일본 긴조슈협회를 설립했다. 1999년에는 교토 대학 농학 연구과 연구생으로 입학해 현재도 공부 중이다. 학위를 따기 위한 게 아니라 오랜 세월을 오로지 쌀과 토양연구를 하기 위해서다.
사케에 대한 인터뷰 시간, 마른 입가를 가끔씩 손으로 훔쳐가면서도 숫자나 연도, 지역 이름 하나 안 막히고 술술 나온다. 슈퍼에이저(몸은 80대인데 머리는 50대인 사람)라는 별명이 딱 어울린다. 부럽기도 하고 샘도 났다.
원로 혼다 회장이 이렇게 사케와 쌀에 대한 강한 애착과 집착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30여 년 전의 일이다. 니혼슈는 과거에 비해 매년 소비량이 계속 줄어 2008년에는 60%가 감소했다. 그리해서 사케 도가들은 전략을 바꿔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사케를 주조하기 시작했다. 고급사케를 주조하려면 질 좋은 쌀을 확보해야 한다. 쌀은 여러 번 본지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효고현의 야마다니시키山田錦 쌀이 최고다. 혼다주조도 농가를 찾아가 야마다니시키 쌀을 사려고 했다. 그런데 “당신의 주조장에는 팔 수 없습니다. 구입할 자격이 있습니까? 우리가 인정할 수 있게 사케 평가를 받아오시오.” 라는 응답이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마구 앞을 가렸다고 한다. 야마다니시키 쌀을 구하지 못했으니 다른 쌀로라도 이를 악물고 사케를 만들었다. 이것으로 매년 히로시마 사케 협회가 주관하는 품평회에 도전했다. 12년간 연속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혼다주조 대표 브랜드 다쓰리키>
울적한 참에 훌쩍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사케를 고급화하려는 신념으로 여러 서적과 정보를 모으는 중에 한 병에 1000만 원을 호가한다는 로마네 콩티(프랑스 최고의 와인)의 존재를 알고 나서 직접 자기 눈으로 원료와 포도재배지를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1년에 단 8000그루만 관리하며 연간 120억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보고 사케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어 고급 사케를 만들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야마다니시키를 직접 재배해 보기로 마음먹고 쌀 재배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1999년 교토 대학 농학 연구과에 70세 고령의 연구생으로 입학, 벼 재배에 적합한 밤낮의 온도와 배수를 연구했다. 젊은 연구생들은 대부분 데이터로 조사를 했지만 혼다는 직접 흙 성분 분석부터 시작했다. 드디어 그는 ‘왜 야마다니시키가 좋은 쌀인가’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사람이 됐다. 이어 기존의 야마다니시키보다 더 품종이 좋은 최고급 쌀의 종자 개량을 해냈다. 또한 야마다니시키의 인지도를 국제화시켰다. 그 결과 2007년 이후 6년간 연속 금상을 받았다. 2008년에는 미국 ‘World Wine Championship’에서 Rice Wine으로 세계최고금상을 수상했다. 과거의 서러운 눈물을 드디어 닦아내고야 만 것이다.
<혼다주조가 보유 중인 대형 정미 기계>
원로의 혼다 회장과 2시간 가까이 쌀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쌀의 힘, 40㎝ x 1m의 땅속의 흙 연구(식탁 위에 흙덩어리를 올려놓고 연구), 와인에서만 듣던 테루아, 농민의 애정에 따라 쌀과 술이 울고 웃는다, 맛 음치, 향기 음치, 논 음치, 밭 음치 등의 뜨거운 단어들이 흘러나왔다.
고급 사케에는 정미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정미율이 높을수록 고급 사케다. 정미율을 높이려면 특별한 정미 기계가 있어야 한다. 혼다 회장은 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했다. 야마다니시키 쌀은 외부가 단단하고 내부는 부드러워 기계가 마찰하며 돌아가면 기계의 온도가 올라간다. 온도가 올라가면 쌀이 부스러지기 때문에 냉각해야 한다. 그러려면 속도를 늦춰야 하므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35%의 정미율까지 도정을 하려면 100시간 정도가 필요하다.
혼다 주조는 20년 전부터 자체 개발한 야마다니시키를 200농가와 계약하고 맞춤 쌀을 매입한다. 이른바 Muramai 제도다. 이렇게 Muramai제도의 성과를 높이는 데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 기업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한 TOYOTA의 JIT(Just In Time)이나 DELL의 BTO(Build to Order)를 응용해 적용했다. 생산자와 수요자가 공급과 수요를 딱 맞춰서 재배하는 방법이다. 이 제도는 시간 단축과 재고 감소, 캐시플로우 등 비용절감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곧 고객 만족에 연결돼 높은 품질보장의 바탕이 된다.
야마다니시키의 재배
야마다니시키 쌀은 수분이 적어야 하므로 일반 벼보다 키가 크다. 따라서 태풍이나 강한 비바람이 몰아칠 때 휘어지거나 쓰러지기 쉽다. 이런 기후나 날씨에 강하게 견뎌낼 건강한 지질과 토양이 필요하다. 수확이 끝나고 논을 갈아엎을 때 영양이 풍부한 미네랄을 섞어야만 한다. 또한 심백 부분을 크게 하기 위해 후쿠시마 이와야마福島県岩山의 자갈(제오라이트)을 토양에 섞는다. 모내기할 때도 벼와 벼 사이 간격을 넓게 잡아 햇볕과 바람이 잘 들게 한다. 비료를 주지 않고 자연 자체, 즉 햇볕, 물, 흙만으로 재배하는 것인데 이것이 나가타 농법長田農法이다. 낮에는 기온이 높고 저녁으로는 기온이 10도 이상 차이가 나는 낮은 지형이 쌀 재배에는 적지다. 이것이 가을이 긴 지역의 산간이나 계곡이 적합한 이유다. 또한, 야마다니시키 쌀은 평지의 논에서 재배하기 어렵고 입지 조건이 까다로운 복잡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벼가 익어 완숙됐더라도 15% 정도 색이 바랄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해야 술 주조용 쌀로 적합해진다. 따라서 일반 쌀을 재배하는 농가는 이를 취급하기 곤란하다.
야마다니시키의 쌀 가격은 60㎏에 25만 원으로 일반 식미 60㎏ 10만 원 보다 2.5배가 높아 이 쌀을 재배하는 농가 수익의 효자 노릇을 단단히 하고 있다. 야마다니시키 특A지구 중의 초 우량지구인 ‘아키쓰秋津’의 쌀로 만든 준마이다이긴죠 고급 사케의 가격은 1.8ℒ 병 32만 원으로 초고가이다. 그럼에도 재고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이것은 슈퍼에이저의 식지 않는 정열 때문이 아닐까?
이용숙
니혼슈 기키사케시(사케 소믈리에)
㈜린카이 이용숙 대표는 오랫동안 사케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간사이국제대학 경영학과 교수 및 니혼슈 홍보 한국사무국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의 사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밤’을 매년 개최, 사케에 대한 정보 공유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