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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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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숙 사케 소믈리에의 All about Sake] 치요무스비 사케로 양국을 정답게 묶어 볼까요? 돗토리현(鳥取県) 치요무스비(千代むすび) 주조

1. 미즈키시게루의 거리  2·3·8. 치요무스비의 대표 상품들  4. 치요무스비의 준마이다이긴죠슈카메   5. 돗토리현 사막   6. 치요무스비 주조의 외관모습   7. 고구마소주


일본 주고쿠 지방의 돗토리현은 한국 사람들이 많이 아는 지역이다. 돗토리란 이름이 한국인에겐 재미있기도 하다. 돗토리현에는 특별한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사막이 있다는 점이다. 사막이라고 하면 한국 사람들에게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바닷가에 있는 넓디넓은 사구(砂丘)를 말한다. 또한 사막에 빠질 수 없는 낙타도 여러 마리가 산다. 둘째로 돗토리현은 일본 전체 47개 현 중 47위, 즉 인구 57만 3000명을 보유한 현으로 주민들이 오붓하게 모여 사는 곳이다. 일본을 동서로 나눠 본다면 서쪽에 후지산이라 불리는 다이센(大山)과 동해를 마주보는 바다를 끼고 있다. 수질이 좋기로 유명한 온천도 많아서 천혜의 관광명소다. 한국인들도 잘 아는 일본 요괴만화 거장 미즈키 시게루의 고향이 이곳이다. 미즈키 시게루 거리도 만들었다. 그래서 ‘명탐정 코난’ 등 만화 주인공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돗토리현이다. 


이 돗토리현에 다이센에서 내려오는 깨끗한 물과 특별한 쌀로 술을 빚는 도가가 있다. 바로 치요무스비 주조다. 치요무스비의 뜻은 ‘영원히 변함없이 서로의 인연을 소중히 하고 유대를 맺다’는 뜻에서 지어졌다. 히로시마 대학에서 발효공학과를 졸업하고 5대째 151년의 역사를 지켜오는 치요무스비 가업장인 오카소라(岡空晴夫) 씨는 사케를 만드는 중요한 3가지 요소인 쌀, 물, 기술 중 특히 이곳의 벼와 쌀을 강조한다. 이 도가가 사용하는 쌀은 강력(強力)이란 벼인데 일본어 발음으로 ‘고리키’라 부른다. 돗토리현 다이센조의 와타나베 씨가 1891년 벼 품종 21종을 다른 지역에서 구입해 선별배양을 거듭한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고리키다.
고리키란 이름의 유래엔 고다이고 천황이 그 지역 주민 중 강력한 인물에게 고리키(高力)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이 있다. 돗토리현의 농업시험장에서 이 지역의 쌀들을 감별한 후 고리키 1호에서 고리키 10호까지 등급을 붙였는데, 그중 1호와 2호가 장려품종으로 채택됐다고 알려졌다. 고리키 1호는 식용으로 사용하고, 쌀의 중심부인 심백의 발아 기능이 탁월한 고리키 2호는 술 원료로 쓴다. 125년 전부터 고리키를 성공적으로 재배해온 결과 1921년에는 돗토리현의 장려품종으로 채택돼 돗토리현 쌀의 3분의 1을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자연에 의지한 나머지 기상 문제와 재배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재배량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1988년 돗토리현 주조기술전문가였던 우에하라 히로시 씨의 지도 아래 돗토리대학 농학부에서 그동안 보존해왔던 볍씨를 제공받았다. 그 결과 1989년부터 다시 재배를 시작했다. 고리키의 부활인 셈이다. 벼 품종은 연 1%에서 3% 정도는 자연배양이 가능하지만 순도가 낮은 품종들만 발아됐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품질이 좋은 종자를 발아해 좋은 품질의 쌀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로, 농가와 양조장이 힘을 합해 1998년 ‘고리키를 키우는 모임’을 결성했다. 종자의 관리를 철저히 하기위해 회원에게만 원종자를 배포하고 자가 채취를 금지했다. 매년 종자를 개량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1. 고리키 벼 익는 모습   2. 쌀 재래식 선미작업   3·4 술밥 발효 공정 수작업   5. 발효과정의 주조 공정


각고의 노력 끝에 2014년엔 준마이슈(양조 알코올을 첨가하지 않고 쌀, 누룩, 물만으로 만든 술)뿐만 아니라 준마이 다이긴죠슈(정미율 50% 이하의 쌀, 누룩, 물을 원료로 만든 술)까지도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현재 ‘고리키를 키우는 모임’의 회원 주조는 돗토리현에서 9개의 도가뿐이다. 대부분의 도가에서는 일반적으로 야마다니시키(山田錦)라는 사케 전용 쌀을 많이 사용하는데, 돗토리현에선 ‘고리키를 키우는 모임’에 의해 고리키 쌀의 재배량이 증가함에 따라 타 지역과 해외에도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현재 치요무스비 주조가 사용하고 있는 고리키 품종의 쌀은 돗토리현의 농가 몇 채와 독점 재배 계약을 맺었다. 계약된 농가가 모내기와 벼 베기를 할 때는 반드시 치요무스비 주조의 많은 직원들이 함께 한다. 고리키 쌀의 특징은 벼의 줄기 길이가 길고 쌀 중심부인 심백에 전분량이 많으며 쌀 외면 경도는 강하고 내부는 수분 흡수력이 강하다는 데 있다. 그래서 누룩을 만들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고리키로 만든 농도 깊은 맛의 사케가 애주가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리키의 벼를 다른 품종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술의 원료로 쌀 못지않게 중요한 물은 시마네현의 깊은 대동산에서 나오는 깨끗한 약수를 사용한다. 왕복 약 2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거리지만 매일 신선하고 깨끗한 물을 조달한다. 치요무스비 주조의 판매처는 돗토리현 50%, 타 지역 40%, 해외 10%(미국, 한국, 홍콩, 중국, 싱가포르, 호주)를 차지한다. 특히 한국에는 2009년 100% 출자회사 JIZAKE CY KOREA를 설립했다. 치요무스비 주조장은 사케 이외에도 고품질로 유명한 긴토키 고구마를 원료로 한 소주와 다이센 산기슭에서 채취한 매실로 만든 매실주, 쌀과 누룩으로만 만든 무알콜 아마자케(식혜) 등 현지 농산물을 사용한 상품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주조장 안에는 시음이 가능한 코너도 마련했다. 주조장의 위치는 위에서 설명한 미즈키 시게루 거리와 접해 있다. 관광과 사케 한 잔의 시음을 원하는 나그네라면 돗토리현으로 훌쩍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용숙
니혼슈 키키사케시(사케 소믈리에)
(주)린카이 이용숙 대표는 오랫동안 사케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오사카경제대학 객원교수 및 니혼슈 홍보 한국사무국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의 사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밤’을 매년 개최, 사케에 대한 정보 공유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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