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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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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숙 사케 소믈리에의 All about Sake] 43년 전 사케 산업 대 혁신을 일으킨 M&A 선두 주자 이치노쿠라 주조


이치노쿠라의 창설
미야기 현에 가면 이치노쿠라(一ノ蔵) 사케 도가가 있다. 4개의 사각형으로 이어진 주조사 마크에 그 역사가 배어 있다.
이야기는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야기현(宮城県)에 있는 4개의 사케 도가였던 아사미상점(浅見), 카쓰라이주조(勝来), 사쿠라이주조(桜井), 마쓰모토주조(松本)가 합병해 현재의 이치노쿠라가 탄생했다.
당시 일본 사케 시장의 출하량은 정점을 찍고 장기간 판매가 저하돼 위기에 몰렸다. 대를 이어 가업을 물려받은 20~30대의 젊은 가업 장인들은 결단을 내렸다. 살아남기 위해 의기투합, 기업합병을 한 것이다. 요즘 말로 M&A를 시행했다고 할 수 있다. “각 가족끼리 일치단결해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전통 기술을 지켜 고품질의 사케를 만들자.”고 결의했다. 이치노쿠라의 주조사 마크는 4개의 도가를 하나로 묶었다는 합병역사를 나타낸다. 당시 4개 주조 노동 인력은 모두 합쳐 12명이었다. 지금은 160명이다. 현재 이치노쿠라의 사장은 젊은 47세 스즈키鈴木 씨다. 그는 “제가 젊다고요? 아닙니다. 선대 사장님들은 20대였습니다.”라며 펄쩍 뛴다. 사케 도가라면 대부분 장인 문화를 토대로 하기에 노인장의 기술로 이어 가는데, 이 점에서 이치노쿠라의 역사는 심상치 않음이 분명하다.




일본 전통식 술 빚기
이치노쿠라 창업 2년 후 일본주조조합중앙회는 전통 사케 주조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을 엄격히 요구하는 규정을 제정했다. 이 요건은 시루에 밥 찌기, 누룩실에서 배양한 누룩 사용하기, 밑술 내리기 등 세 가지였다. 그러나 그 방식으로 사케를 빚으려면 손이 많이 가기에 많은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케의 생산량을 늘리려면 전통 방식으로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 시기에 다른 술 도가들은 사케 인력 부족 때문에 한 곳 두 곳씩 기계화로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드시 장인의 손으로 사케를 만들자는 것이 이치노쿠라 정신인지라, 그들은 대량 생산 방식 즉 기계화로 바꿀 수 없었다. 그래서 전통 방식으로 사케를 빚을 수 있으면서도 차근차근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절충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 가업 장인 스즈키 사장은 누룩을 만드는 작업부터 본인이 직접 뛰어들었다. 시루에 찐 쌀을 식히고 그 위에 누룩곰팡이균을 뿌리는 작업을 했다. 그 후 누룩실에 옮겨 온도를 조절한 후 다음날 새벽 누룩상자에 옮겨 건조시켜 누룩균의 번식상태를 확인했다. 2~3일은 잠시도 눈 돌릴 틈 없이 밤낮으로 효모의 발효상태를 살펴야 했다. 그만큼 정성이 필요한 수작업이었다. 단지 쌀을 찌고 원료들을 섞으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누룩을 손으로 느낀 감촉, 시각, 후각 등의 암묵적 지식과 기술을 통해 온도와 시간 조절을 해야 한다. 발효 정도도 술 젓는 긴 막대기에 전해오는 술 밥 덩어리를 통한 손끝 감촉이나 부글거리는 발효거품과 향으로 판단한다. 이때 사케 온도가 달라졌다면 이미 늦은 것이라고 한다.
“장인은 이런 변화가 생기기 전에 미리 알아차려야 합니다. 전통을 이으려면 경험을 쌓고 기술을 연마해야 합니다.”라고 스즈키 장인은 말한다.


농사짓는 사케 도가
사케 원료는 그 지역 농가에서 재배한 쌀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다. 25년 전 이 지역에 심각한 냉해가 찾아와 흉작을 면치 못한 때가 있었다. 사활이 걸린 중대한 어려움을 겪은 뒤 새로운 대책을 세웠다. 농가들과 합심해 마쓰야마초(松山町) 연구회를 만들어 냉해 등 자연재해에 강한 쌀을 개발한 것이다. 그 결과 이 지역은 수전 농업활성화 특구로 허가 받았다. 그 후 이치노쿠라는 쌀농사를 직접 짓기 시작했다. 기업(사케 제조업)이 농업을 할 수 있는 포문을 열었던 것이다.




통은 혁신에서 나온다.
사케 업계의 부진이 계속되는 시기에 창업한 이치노쿠라다. 경기 저하의 물결 속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기에 그들이 살길은 새로운 도전밖에 없었다. 어떤 산업이든 역사와 전통이 존재 기반일 것이다. 이치노쿠라 스즈키 사장의 전통에 대한 개념 정의는 조금 독특하다. 그는 “전통은 혁신의 반복”이라고 말한다. 사케를 만드는 것은 사람 손이 많이 가는 공정이므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도입하려면 기존 공정과의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거부감과 반발도 있다. 그러나 이치노쿠라는 창업 10년 후 결단을 내렸다. 도수가 낮은 사케의 개발이었다. 애주가들은 높은 도수의 사케를 좋아하지만 일본인의 반 이상은 술에 약하다. 술에 약한 사람에게는 기존 사케 도수가 너무 높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도수가 낮아지면 사케 맛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이치노쿠라는 조사 결과가 확실한 이상, 신념을 갖고 이에 대한 개선과 대안을 마련했다.
“도수가 낮으면서도 맛이 좋고 여성들이 좋아하는 사케를 빚자.”라는 목표가 설정됐고, 그 결과 히메젠(ひめぜん)이라는 사케를 완성했다. 이것이 시장 개척의 큰 전환점이 됐다. 그 후 10년간 히메젠의 노하우 위에서 스즈오토(すず音) 사케가 개발되고 발포청주라는 탄산첨가 사케도 등장했다. 이곳저곳에서 불평불만도 없지 않았지만 이치노쿠라는 불안해하지 않았다. 이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확신 덕분이었다. 점점 대박이 나면서 혁신이 일어났다. “혁신이 있어야 전통도 있다.”는 가업장인의 말이 현실로 이뤄졌다.


사케 대학
사케 대학! 참 재미있는 워딩이다. 이치노쿠라는 사케 도가에 현장 체험으로 방문하는 일반객들을 위해 사케 대학을 만들었다. 사케 제조 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1박 2일 직접 공정을 배우도록 해 도가 장인들의 신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사케 도가를 적극적으로 개방해 발효 공정에 참여할 수도 있다. 또한 미생물 임상학교 코스도 만들었다. 이 또한 새로운 혁신이었다. 미야기현 초등학교 5, 6학년 학생들은 이 코스를 통해 미생물과 쉽게 접촉하고 배울 수 있다. 학생들이 미생물을 통한 발효를 배워 집에서 빵을 직접 만들게 한다든지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관찰하게 해 관심을 높였다. 특히 여름방학을 이용한 현장 학습이 각광받고 있다. 나아가 사케 박물관도 열었다. 이 박물관에서는 사케 빚을 때 사용한 나무통 등 도구를 전시한다. 옛 문헌에 등장하는 유명한 기술 장인 이야기, 술이 취하는 인체 메커니즘, 술잔 등 사케에 얽힌 역사를 모두 보여준다. 사케의 역사, 자연을 지키는 마음, 도전을 보여주고 일본 문화에 대한 자긍심까지 고취시킨다. 현대판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인 셈이다. 이 혁신이 미래의 어느 날에는 전통으로 굳어지지 않을까?


이용숙
니혼슈 키키사케시(사케 소믈리에)
(주)린카이 이용숙 대표는 오랫동안 사케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오사카경제대학 객원교수 및 니혼슈 홍보 한국사무국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의 사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밤’을 매년 개최, 사케에 대한 정보 공유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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