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앤레스토랑 뉴스레터 신청하기 3일 동안 보지 않기 닫기

2024.04.18 (목)

카페&바

[이용숙 사케 소믈리에의 All about Sake] 쓰기노 가쓰라(月の桂)

사케의 고장 교토 후시미(伏見)의 대표 술

교토의 역사 담겨 있어
일본의 옛 수도, 교토(京都)는 1100년간 천황을 비롯해 귀족, 무사층이 머물렀던 곳으로 술 역시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발전했다. 교토의 술은 다른 지역보다 맛이 정교하고 부드러우며 뒷맛이 깨끗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여자의 술’이라고도 불린다. 수도가 도쿄(東京)로 이동하고, 산업화가 진행된 후에도 교토는 옛 수도의 전통을 꾸준히 지켜갔는데, 큰 도시인데도 불구하고 공항이 없고, 고속도로나 건물의 개축, 신축을 까다롭게 관리했다. 이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록된 많은 건축물들에 대한 일본의 자존심이기도 하며, 더불어 우물이나 지하수 등이 오염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수많은 도가들이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교토부(京都府)에서도 60여 개의 술 도가가 모여 있는 후시미(伏見)라는 지역은 물이 깨끗하고 술 만들기 적합한 환경으로 오랜 시간 많은 술도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 중심에는 350년 역사를 가진 쓰기노 가쓰라 도가가 있다. 이곳을 방문하면 우선 오랜 역사가 느껴지는 건물에 놀라게 되는데, 도가 역사는 350년이지만 1200년 전의 도로 위에 350년 된 건물을 사용하고 있어 교토의 역사가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장의 이름을 통해서도 이 도가의 역사와 전통을 짐작할 수 있다. 쓰기노 가쓰라 도가의 현재 주인은 14대 장인인 마스다 도구베(増田兵衛) 씨로, 사실 이 이름은 1675년 이 도가를 처음 세운 창업자의 이름과도 같다. 이것은 일본의 승계 전통 문화 중 드문 관습의 하나로, 가업 장인은 개인이 아닌 집안 대표가 돼 이름으로 대를 잇는 것이다. 단지 형식으로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정식으로 재판소에 신고해 호적을 고치게 된다. 이 관습은 교토의 많은 도가 중 단 두 곳에서만 이어지는 것으로, 그만큼 전통 문화를 지켜나가는 곳이라는 의미도 된다.
쓰키노 가쓰라 마스다 도쿠베 가업장인은 니혼슈 해외 전략위원장으로서 매년 한국에서 실시되는 사케 이벤트에 정기적으로 참석해 사케홍보에 앞장서서 활약하고 있다.



니고리자케의 부활과 고슈(古酒)의 자부심
일본에는 여러 종류의 사케가 있지만, 그 중 우리나라 막걸리와 같은 탁주인 니고리자케(にごり酒)가 있다. 쓰키노 가쓰라 술도가는 니고리 사케와 고슈古酒의 대명사이다. 니고리사케는 혼조식관(本朝食館)이란 문헌을 보고 개발한 13대 마스다 도쿠베 부친께서 직접 개발한 막걸리와 같은 사케이다. 혼조식관이란 고서는 사케, 간장, 된장 등의 발효식품에 대한 정통 교과서 같은 책이다. 13대 장인 마스다 도쿠베 부친은 일본에서 사케박사로 유명한 명장인 사카구치 긴이치로라는 주조 발효균 연구자와 주조 발효 연구소에서 니고리 사케를 함께 개발했다. 사카구치 긴이치로라는 사케 박사는 일본의 아지노모도균, 기고망 간장 발효균 등의 개발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쓰키노 가쓰라의 탁주 제조는 오랜 시간을 거듭해 연구, 개발된 술이다. 또한 쓰키노 가쓰라 고슈는 준마이 다이긴조 술을 숙성한 것으로 일본에서 고슈의 최고봉이라 평가받고 있다. 쓰기노 가쓰라는 탁주를 청주 만드는 기술을 응용, 도수가 높은 탁주를 자체 개발해 탁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집에서 먹던 탁주는 쌀 뿐 아니라 보리, 밀가루를 섞어 탁하고 걸쭉한 느낌이 들었지만 판매용 탁주는 청주 제조법을 응용해 100% 쌀로 만들어 더 깔끔하고 맛있는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도가에서 주세기법을 어기지 않는 탁주를 개발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정말 문제가 되지 않는지 국세청에서 담당자가 나와 탁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검열을 했고, 이를 통과한 전대 미문의 탁주가 1966년 탄생하게 된다. 이렇게 쓰키노 가쓰라를 통하여 니고리자케가 부활한 뒤 현재는 일본 내 약 850개 술도가가 니고리자케를 제조하고 있다. 게다가 1966년 전부터 숙성해 현재 50년째 매년 숙성 술을 보관하고 있다 350년의 전통을 가진 쓰키노 가쓰라 술도가는 좀 더 일찍부터 보관 술을 생산할 수 있었지만 50년 전까지는 현재와 달리 생산하는 술에 세금을 징수해 과도한 세금 때문에 보관 술을 제조하지 못했다. 그런데 쇼와 초기에 주조세법이 새롭게 개정돼 생산하는 술이 아닌 출하하는 술에 세금을 징수하도록 바뀌어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보관 술인 숙성 술을 제조하게 됐다. 쓰키노 가쓰라의 고슈는 매년 생산되는 술 중 20ℓ짜리 100병의 준마이 다이긴조 술을 별도로 분리, 보관해 10년이 지난 후부터 판매를 한다.


정미율도 높이고 맛도 높이는 쓰기노 가쓰라의 기술
쓰기노 가쓰라 니고리자케의 도 한 가지 특징은 특별한 기술. 일본 술은 원료가 되는 쌀을 얼마나 도정하는가에 따라 분류하는데, 80%를 남기고 도정하는 것을 준마이슈(純米酒), 50% 도정하는 긴조슈(吟醸酒) 등 쌀알의 겉을 깎아내고 남은 비율인 정미율의 수치가 낮아질수록 고급 사케다. 그런데 쓰기노 가쓰라에서는 80%를 남기고 도정하지만 쌀의 향과 부드러운 맛이 긴조슈급 못지 않은 사케를 제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술의 생산량이 늘어나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훌륭한 술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쓰기노 가쓰라의 니고리자케는 교토에서 뿐 아니라 일본 전역에 매우 이름이 나 먼 곳에서 이를 구하러 찾아오는 사람도 있고, 천황가에 증정할 정도로 그 명성이 높다.
게다가 단순한 니고리자케 제조에만 머물지 않고 탄산 가스를 넣어 발포성 니고리자케도 만들었는데, 특히 중화요리나 돈가스 등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일본 샴페인’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일본 술은 제조 방식을 고집하고 정형화된 맛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어 고객 입장에서는 고정관념을 가지기 쉬운 술이지만 쓰기노 가쓰라는 기존 도가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니고리자케를 만들고, 게다가 탄산을 더하는 등 색다른 맛을 유도해 일본 술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고, 맛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불러왔다.


가모가와 강의 깨끗한 물과 바람이 만든 술
맛있는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쌀과 물,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 쓰기노 가쓰라 도가 역시 쌀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이와이(いわい)와 아사히(あさひ)라는 교토 지역의 대표 쌀을 사용하는데, 특히 이와이는 잘 자라는 지형과 재배 방법이 까다로워 다른 지역에서는 재배를 기피하는 품종이다. 그러나 쓰기노 가쓰라도가는 교토 사케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이와이를 고집하고 있으며, 더불어 자기 지역의 생산물을 자기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은 지역 발전 활성화, 도가 종사자들에게 다양한 동기부여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 마스다 도구베 씨의 설명이다. 더불어 교토에서 생산되는 교토 쌀을 이용해 술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알리기 위해 술 이름도 평안경(平安京) 교토의 옛 이름으로 지었다.
이와이 쌀은 비료나 농약 등을 일체 주지 않는 유기농 재배를 한다. 하지만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해충 피해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벼 주위에서 잡초가 자연스럽게 자라는 천적의 환경을 만든다. 즉, 벼 주위에 다니시라는 조개 종류의 해충이 서식하여 벼를 해치게 되는데 이를 잡아 먹는 천적들인 작은 새우, 참새, 박쥐들이 자연스럽게 서식하게 한다. 이러한 해충방지 먹이 사슬시스템을 20년에 걸쳐 만들었다. 쓰키노 가쓰라는 이렇게 오랜 시간의 연구, 개발을 통해 인공적 자연 생태계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자연의 유기농 쌀로 술을 생산해 오고 있다.


전통 고수와 함께 도전 정신 가져
쓰기노 가쓰라 도가는 그 지역에서 유일하게 가모가와(鴨川)강 이라는 강의 상류에 위치해 있다. 술도가의 주위 환경이 얼마나깨끗한가에 따라 술 맛이 좌우되는데, 강의 상류 지역은 사람이나 건물이 적어 공기와 물이 깨끗하고, 강가에서 불어오는 깨끗한 바람이 술 맛을 더욱 좋게 한다. 더불어 교토라는 도시 자체가 문화재인만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이러한 조건들이 다른 어떤 지역보다 더 철저히 관리, 유지하고 있는 덕분에 술 맛이 변치 않고 이어진다. 도가 건물이 350년이 넘은 것이다 보니 강풍이나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적도 있어 개축이나 보수를 하기도 하는데, 새로운 건물로 튼튼하게 짓기보다 옛 나무 등 도가의 특징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재료들을 구입하고, 옛 건축물 전문가에게 의뢰한다.
가격도 몇 배나 비싸지기 마련이지만 전통을 고수하기 위한 마쓰다 도구베 씨의 노력이다. 그러나 도가 최초로 니고리자케를 만들고, 또 발포성 니고리자케 등 새로운 맛을 끊임없이 찾았던 것처럼 새로운 기술 개발, 도전 정신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남다르다. 전통과 혁신,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그의 굳은 의지와 자부심이 일본 사케의 미래가 아닐까?

<2015년 7월 게재>



이용숙 니혼슈 키키사케시(사케 소믈리에)
(주)린카이 이용숙 대표는 오랫동안 사케 소믈리에로 활동

하고 있으며 현재 오사카경제대학 객원교수 및 니혼슈 홍보 한국사무국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의 사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밤’을 매년 개최, 사케에 대한 정보 공유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25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배너

기획

더보기

배너



Hotel&Dining Proposal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