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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9 (금)

[이용숙 사케 소믈리에의 All about Sake] ‘노벨상 사케’를 아시나요? 고베 슈신칸(神戸 酒心館)


대지진 그리고 새로운 도전
20년 전 1월 16일, 추운 겨울 어느 날 평온하게 술 익어가는 마을에 한신 아와지 대지진이 몰려왔다. 이 대지진은 5개의 250년 된 목조건물을 잔인하게 모조리 쓰러뜨리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태였기 때문에, 그저 어이없이 멍하니 바라보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물도 전기도 모두 끊긴 채 2개월간 꼼짝 못하는 사이에 고정 거래처마저 타 지역 술도가들에게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이리저리 뛰었지만 마른 말에 채찍을 가할 뿐이었지요. 거기다 일본 불황으로 인해 연회 등 모임들이 줄어들고 소주와 와인 붐으로 사케 고객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디플레이션으로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대형회사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어요.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만가고 앞이 막막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가족 같은 사케 종사원들은 한 사람도 피해를 입지 않아 함께 버틸 수 있었습니다.”
7대 가업장인 야스후쿠 유키오(安福幸雄) 회장은 눈시울을 적시며 과거를 회상했다. 야스후쿠 유키오 회장은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술도가를 지역의 문화발상지로 만들어보고자 했다. 하지만 고베 지진이 무너뜨린 250년 전통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 이전 계획을 바꿔 일본식 전통 레스토랑과 지역 물산코너, 다양한 이벤트홀로 술도가를 전환했다. “사케 도가에서 사케를 마시며 콘서트 관람을 한다.” 이와 같은 고정관념을 깬 신선한 발상은 니혼슈 애주가 고객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슈신칸(酒心館)은 고베 대지진 이후 니혼슈를 통해 음식과 예능, 그리고 문화가 융합하는 시설로 방향을 바꿔 새로운 자리 매김을 했다. 이로써 일본 전통식 레스토랑과 물산구매, 이벤트 음악회 공연 관람 등으로 슈신칸을 찾는 방문객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주조량은 대형회사의 100분의 1정도였지만 술도가 방문객은 연간 14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젊은 장인의 발걸음
“역사는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기치 못한 재해로 당장 모든 것을 잃었어도 이미 오래된 전통과 문화라는 배경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업 장인의 눈가의 주름사이로 사무라이의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또한 일본 장인의 역사는 피로 이어진다는 말이 있다. 슈신칸 8대 젊은 장인 41세의 야스후쿠 다케노스케(安福武之助) 씨는 4년 전 현재 회장이신 아버지로부터 슈신칸의 이 모든 계보를 물려받았다.
그는 20년 전(당시 21세) 한신 아와지 대지진이 일어났을 당시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 국제 경영학과에 유학중
이었다. 야스후쿠 다케노스케(安福武之助) 씨는 “일본의 아버지로부터 고베에 커다란 지진이 일어났다. 하지만가족들은 모두 무사하다고 홈 스테이하는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다.”며, “전화를 받았을 때만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텔레비전 화면을 보고 끔찍한 광경에 너무 놀랐다.”고 전한다. 고속도로가 무너지고 불길에 휩싸인 마을과 건물들, 특히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낯익은 간판들이 쓰러지고 불타고 있는 모습을 본 야스후쿠다케노스케(安福武之助) 씨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상황이었고, 곧바로 짐을 쌌다. 그 후 야스후쿠 다케노스케(安福武之助) 씨는 수년간 타사에서 사케 관련 경영과 마케팅 실무를 익혔다.


사케 세계화 전략
2005년 슈신칸은 미국에서 2년간 유학한 장남의 경험을 기반삼아 사케 세계화, 그 첫 단추를 끼웠다. 바로 영국에 사케를 수출하게 된 것. 2007년에는 스웨덴으로 슈신칸의 후쿠주(福寿)를 수출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짧은 해외 유학 경험이었지만, 국제적 감각을 가진 젊은 장인의 사케 세계화 전략은 슈신칸을 부활시킨 핵심 키워드였다. 스웨덴 수출전략은 슈신칸을 일약 세계적 사케 브랜드로 거듭나게 했다.
2008년 스웨덴 노벨상 수상 만찬회에서 슈신칸의 사케가 처음 선 보였다. 2012년 일본 고베 출신 야마나카신야씨(山中伸弥) 씨가 인공만능 줄기세포(iPS 세포)로 노벨생리학 의학상 수상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열린 만찬회에서 파란 병의 슈신칸 사케, 후쿠주 준마이긴조슈(福寿純米吟醸酒)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후 일본인 노벨 수상자의 만찬회에서는 반드시 사케를 제공하자는 말이 나왔다. 스웨덴에서는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일약 ‘노벨상 사케’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현재는 주문량이 넘쳐 생산이 미처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호황이다. 기존 사케들은 일반적으로 일본 내에서 유명 브랜드화 되고 그 명성을 바탕으로 해서 해외로 수출했다. 하지만 슈신칸 사케는 이와 반대로 해외에서 먼저 유명세를 날린 후 일본 국내에서 보다 스타일리시하게 된 케이스다. 사케 세계화를 지향하는 젊은 장인의 몸부림이 만들어낸 슈신칸의 후쿠주 사케는 이제 유럽, 미국, 호주, 한국, 중국 등 15개국에서 ‘노벨상 사케’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20년 전 고베 대지진이 쓸고 간 자리에 다시 우뚝 서 있다.

<2015년 12월 게재>



이용숙
니혼슈 키키사케시(사케 소믈리에)

(주)린카이 이용숙 대표는 오랫동안 사케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오사카경제대학 객원교수 및 니혼슈 홍보 한국사무국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의 사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밤’을 매년 개최, 사케에 대한 정보 공유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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