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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6 (토)

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이달의 추천 와인] 샹파뉴 코르크의 변신은 무죄?

 

와인 교육자로서 필자는 항상 최고 컨디션의 정상적인 와인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가지고 있다. 한 병 한 병의 와인들은 마개를 열고 향을 맡고 맛을 봐야만 그 와인의 품질과 개성, 정상 여부를 비로소 알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일반 와인들은 교육 시간 전에 미리 오픈해 와인을 시음해 보는데, 스파클링 와인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압력과 기포의 손실을 막기 위해 최대한 임박해 오픈하거나 대개 수업 중에 실시간 오픈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항상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있고 여러 에피소드를 동반한 잊지 못할 기억이 많다. 


필자에게 샹파뉴 시음은 항상 마음을 들뜨게 하는 마성의 와인이다. 샹파뉴 앞에서는 결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3병 3색


그런 점에서, 필자가 진행하는 오랜 전통의 지역 와인 디너 교육인 <와인트웰브> 교육 프로그램의 부산편에서 시음한 한 샹파뉴는 핵폭탄급 놀라움을 선사했다. 여느 때처럼 칠링하고 와인에 대해 설명하며 오픈하는데, 샹파뉴 코르크 마개가 비정상적으로 끝이 오무라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마치 20년은 숙성한 샹파뉴처럼…! 그런데 이 샹파뉴는 데고르주망(Degorgement) 일자가 2022년 1월이라고 적혀 있다. 코르크 마개로 병입한 것이 2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코르크 탄성도가 너무 떨어져 굳어진 상태기에 필자는 매우 곤혹스러웠다. 이유가 무엇일까? 2번째 병을 오픈했다. 이번에는 정상으로 2년 정도의 병입 기간에 적절한 양송이 버섯 모양을 갖고 나왔다. 그럼, 첫 번째 병 코르크 상태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의문을 뒤로 하고, 세 번째 병을 오픈했다. 세 번째 병의 코르크 상태는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중간 정도였다. 그야말로 ‘3인 3색’이 아니라, ‘3병 3색’이었다. 이런 소동에도 불구하고, 오픈한 3병 샹파뉴의 맛은 모두 훌륭했다. 이 소동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니콜라 마이야르의 샹파뉴였다.  

 

 

Champagne, Blanc de Blancs, Extra-Brut, Ecueil Premier Cru, Chaillots Gillis, Nicolas Maillart


샹파뉴 지방에서 프르미에 크뤼로 지정된 에퀴에이(Ecueil) 마을의 60년 수령의 고목 샤르도네 포도 100%로 생산됐다. 밭이 있는 에퀴에이 마을은 ‘몽타뉴 드 렝스(Montagne de Reims)’ 산지에 속해 있는데, 이곳은 전통적으로 피노 누아가 주력인 곳으로 이 뀌베는 특별히 샤르도네 품종 100%였다. 도자주(Dosage) 작업에서 가당을 전혀 하지 않아(0g/L) 매우 드라이한 엑스트라 브륏 스타일이었다. 생산법이 매우 독특한데, 스틸 화이트 와인의 발효 과정을 오크통에서 진행했으며, 발효 후 효모 침전물의 앙금 위에서 장기간 숙성 기간을 거쳤다. 아마도 저온에서 숙성을 거쳐 유산 발효가 진행되지 못했기에 높고 강인한 산미를 갖추게 됐으며, 인위적 정제 공정이나 여과 공정을 거치지 않고, 랙킹을 통한 중력 정제만 거친 후, 병입됐다고 후면 레이블에 적혀 있다. 


튤립 잔에서 끊임없이 올라 오는 건강한 자태의 기포와 향긋한 꽃향기, 레몬과 샤프란이 주는 금속성 시원한 향내음이 입안에서의 미네랄 터치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높은 산미와 견조한 포말감, 정갈한 미네랄 풍미가 멋진 와인이다. 특히 생굴과 가리비 구이 요리와 맛갈진 조화를 보여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 

 

 

노력하는 샹파뉴 생산자 Nicolas Maillart


RM(Recoltant-Manipulant 소규모 농가형 생산자) 샹파뉴 생산자 니콜라 마이야르는 이 회사의 9대째로서 1753년 이래 가족 경영으로 이어온 와이너리를 2003년부터 경영하고 있다. 그는 에뀌에이(Écueil), 빌레르 알레랑(Villers-Allerand), 부지(Bouzy) 마을에 8.5ha의 가족 소유 포도밭을 경작하고 있다. 이 지역들은 샹파뉴 생산 포도 재배에 있어 최고 테루아로 손꼽히는 곳으로, 마이야르는 샤르도네, 피노 뫼니에, 피노 누아, 쁘띠 멜리에 등을 재배해, 블렌딩된 멀티 빈티지 샹파뉴와 싱글 빈야드 빈티지 샹파뉴 모두를 생산한다. 그의 모든 샹파뉴는 오크통에서 발효 및 숙성되며, 최소한의 유황(SO2)을 첨가하고 여과하지 않은 상태로 병에 담는다. 니콜라스 마이야르는 이 시대 가장 혁신적인 와인 메이커 중 한 명이다. 


그는 가업을 물려받은 이후 포도밭을 유기농으로 전환했고, 지금은 거의 사라진 토착 포도 품종인 쁘띠 멜리에(Petit Meslier)를 기적적으로 회생시켰다. 이 품종이 다시 샹파뉴 포도밭으로 돌아온 것은 니콜라 마이야르의 추진력 덕분이었다. 생산성은 높지 않지만 독특한 향을 지닌 이 포도종을 다시 회생시키기 위해 최적의 부지를 찾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한 결과다. 

 


니콜라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깊이 헌신하고 있다. 그는 샹파뉴 농장 중 최초로 ‘HVE((Haute Valeur Environnementale 높은 환경 가치)’와 ‘지속가능한 포도 재배’라는 두 가지 인증을 모두 획득한 곳 중 하나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사용량과 거의 동일한 에너지를 생산한다.


니콜라스 마이야르는 정밀한 작업과 완벽을 향한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샹파뉴 업계의 떠오르는 별 중 한 명임을 드러냈고, 앞으로도 다양한 테루아 샹파뉴로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이다. 오랜 숙성을 통해 니콜라 마이야르 샴페인만의 독특한 표현력을 개발한다. 1차 발효를 마친 베이스 와인은 마치 부르고뉴의 햇 와인을 마시는 것과 같으며, 배럴과 병 숙성의 마법을 통해 몇 년 후에 샹파뉴로 멋지게 바꾸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의 샴페인은 순수하고 우아하며 테루아가 투명하고 드러나고 스타일리시하며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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