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6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229곳의 기초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기상청의 기후전망 시나리오를 활용해 2021~2030년 보건, 환경 등 사회 각 분야에 미치는 ‘폭염 위험도’ 평가에서 강원도 태백시가 가장 안전한 평점을 받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폭염은 재난’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청정 고원도시인 태백시가 전국 최고 ‘힐링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태백시는 평균 해발고도가 949m로 서울 남산 높이 262m와 비교하면 3.6배 높다.
1981년 7월 1일 옛 삼척군 장성읍과 황지읍이 삼척군에서 분리돼 장성읍과 황지읍 일대에 소속돼 있었던 여러 탄광마을들을 통합, 태백시로 승격됐다. 태백시의 태생 자체가 ‘석탄광업도시(石炭鑛業都市)’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의 석탄산업은 일제강점기에 본격적으로 형성돼 꾸준히 성장하다가 60∼70년대를 거치면서 부흥을 맞았지만, 90년대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1980년대 후반 석탄의 과잉생산을 조정하는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石炭産業合理化)」 계획 시행은 기반시설이 열악했던 탄광마을 대부분을 해체시켰다. 그중에서도 태백시는 석탄산업이 한창 번성할 당시 40개가 넘는 탄광이 있었고, 인구는 12만 명을 넘었다. 석탄산업합리화가 진행되면서 태백시에는 3개의 탄광만이 남게 됐고, 인구는 5만 명을 간신히 유지하는 등 시의 존폐위기에 처하게 됐다. 1980년대 후반부터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철암동은 백두대간 협곡열차 V-train의 종착역, 중부내륙 순환열차 O-train의 정차역이 되면서 조금씩 관광객의 방문이 늘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국토교통부의 공모사업에 ‘smARTravel 철암세상’이라는 사업명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시비 2억 원을 추가로 확보해 총 사업비 4억 원 규모의 소규모 도시재생사업(都市再生事業)을 추진하게 됐다. 철암탄광역사촌 일원에 여행자가 머물며 힐링하고 예술가들이 마음껏 창작활동을 펼칠 수 있는 smARTravel 공동체 거점 공간을 조성해 지역 경제를 되살리고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철암탄광역사촌은 태백시 철암역 인근에 위치한 곳으로 과거 탄광촌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탄광 붐이 일어났던 시기의 마을이 슬럼화 되는 것을 방치하지 않고 박물관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건물은 그대로며 내부를 리모델링해 역사박물관으로 만들었다. 이곳은 우리나라의 석탄산업과 관련된 과거를 조명해볼 수 있고 옛 탄광촌 주거시설을 복원·보존한 과거 생활사박물관이다. 마을 전체가 영화 세트장 같이 30년 전 탄광촌 풍경에 멈춰져 있고, 박물관 내 아트하우스에 예술가들의 시각으로 철암을 재조명한 예술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잊혀져가는 석탄산업의 역사와 광부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다. 당시 일자리를 찾아 몰려드는 사람들은 넘치고 주거공간은 부족해지자 건물을 새로 지을 틈도 없이 급한대로 냇가 쪽에 공간을 더 만들고 하천 바닥에 지지대를 만들어 주거공간을 넓힌 까치발 건물이 특징이다. 일부 상점은 현재도 영업 중이지만 철암탄광역사촌에 페리카나치킨, 호남슈퍼, 봉화식당, 진주성, 한양다방 등의 다섯 건물은 지금은 영업을 하지 않고 간판과는 전혀 다른 용도인 생활사박물관과 아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다. 겉보기에는 낡고 허름하지만, 건물 안에는 탄광의 역사와 문화를 접목한 다양한 전시 공간이 펼쳐져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더하고 있다.
김선일
호텔앤레스토랑 강원·영동 자문위원
한국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 호텔관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