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차 문화는 중국에서 전파된 뒤로 수많은 사람에 의해, 또는 시대 사조에 따라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 과정에서 티를 준비하는 문화는 일본의 정신적 문화에 큰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오늘날 일본에서는 고도의 예절로까지 발전된 티 의식과 함께 오늘날의 시대상에 맞게 변화된 티 문화도 발달해 일본인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티 문화는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여기서는 일본에서 독특하게 발전된 티 준비 방식을 소개한다.
차노유는 오랜 역사를 통하여 수많은 사람에 의해 고도로 성문화된 의식이다. 그 과정도 매우 대단히 복잡하게 이뤄져 있다. 따라서 오늘날 차노유는 일본에서도 차도를 가장 정교하고, 아니, 예술로 승화시킨 의식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차노유는 과정은 일본 차도의 거성인 센노리큐가 원칙을 확립했다. 간단히 내용을 설명하자면 차노유는 겸손하고도 조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손님들이 차를 서로 나누면서 영적인 차원에서 고무시킨다는 것이다.
‘차노유(茶の湯)’는 문자 그대로 ‘뜨거운 찻물’을 의미한다. 차노유에는 크게 두 가지의 방식이 있다. ‘차지(茶事, 차사)’와 ‘차카이(茶会, 차회)’다. 이 두 가지 중에서 보다 더 공식적인 방법이 차지다. 차지는 보통 3~4시간 동안 진행되며, 최대 4명까지 참석한다. 먼저 공식적인 의식이 진행되기에 앞서 안주인은 정원에서 손님들에게 환영 인사를 성대하게 치른다. 그러고 나서 정자나 차실에서 차노유의 첫 도입부인 ‘쇼자(初座, 초좌)’를 진행하면서 간단한 식사를 대접한다. 이를 모임이라는 뜻에서 ‘가이세키(会席, 회석)’라고 한다. 가이세키가 끝나면 정원에서 손님들과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고, 이때부터 안주인은 차노유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인 ‘고자(後座, 후좌)’를 준비하는데, 맛차를 고농도로 우린 ‘고이차(濃い茶, 농차)’를 준비한다. 다시 정원에서 휴식한 뒤, 저농도로 우린 ‘우스차(薄茶, 박차)’를 준비한다. 이와 같은 절차들은 긴 명상 시간과 함께 서로에게 예의와 존경을 보이는 가운데서 진행된다.
한편 차지의 약식(略式)도 있다. 약식은 단지 30~45분 정도로 짧게 진행되고, 이때 보통 차와 사탕이 함께 제공된다. 손님들의 수가 많을 경우에는 약식이 더 적당하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차도에 바탕을 둔 전통적인 티 준비 의식도 있지만, 오늘날에는 편리가 도모되는 세상이기 때문에 보다 간략한 방식으로 발전됐다. 특히 일본 젊은이들의 생활 방식에는 잎 차를 뜨거운 물에 우려내 마시는 방식은 어울리지 않는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자판기를 통해 아이스티나 아이스커피와 같은 인스턴트 식품의 소비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를 마시는 전통적인 방식은 아직도 일부 부유층 사이에서는 유행으로 남아 있고, 특히 레스토랑에서는 ‘반차’, ‘호지차(焙じ茶, Hojicha)’, 그리고 ‘겐마이차(玄米茶, Genmaicha)’를 다관에 넣어 제공하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손님들이 최고급 품질의 맛을 경험해 보기 위해 센차와 교쿠로와 같은 티를 전통 방식인 ‘센차도(煎茶道, Senchado)’에 따라 우려내 마신다.
오늘날 일본에서는 차노유보다는 격식이 덜한 방법으로 티를 즐기는 수도 있다. 바로 센차도이다. 일본의 지성인들은 차노유의 엄격한 규율에서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센차도를 창안한 것이다. 차를 우리는 방식에 중국의 방식을 도입해 보다 더 편안하고 실용적으로 발전시켰다. 이 센차도를 장려하는 사람들은 센차를 물과 함께 끓이는 방법을 차노유의 엄격한 규율과는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개발했다. 센차도는 오늘날 차노유만큼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아직도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널리 보급돼 있다.
센차도는 교쿠로나 센차와 같은 고품질의 차를 고농도로 우려내는 방식이다. 중국의 공부식(工夫式)과 마찬가지로 찻잎을 여러 단계에 걸쳐 우려낸다. 이렇게 우려내는 각 단계에서는 새로운 향미가 탄생한다. 센차도의 준비 단계는 대략 다음과 같다.
정승호
(사)한국티(TEA)협회 회장,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원장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은 국내 최초의 티(TEA)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 및 연구 기관이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맞게 외식 음료 산업의 티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백차, 녹차, 우롱차, 홍차, 보이차, 허브차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티를 시음하며 향미를 감별하는 훈련과정(Tea Tasting & Cupping)과 티 산지 연수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