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호의 Tea Master 26] 일본의 차나무와 다원, 해양성 기후를 받으며 독특하게 운영되는 일본의 다원들

2019.12.30 09:20:11

•‌티(Tea)는 서양에서 오직 차나무의 찻잎으로만 우린 음료를 지칭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차(茶)는 찻잎, 차나무, 찻물을 모두 지칭하고, 찻잎이 아닌 식물을 우린 음료도 차라고 표기하므로, 본 지면에서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찻잎을 사용한 상품을 ‘티(Tea)’로 표기한다.
•‌단, 중국 티의 이름은 우리나라 한자어 ‘茶’의 독음을 원칙으로 표기하고, 중국어 병음의 한글 표기법에 따른 이름도 병기했다. 단, 일본 티의 이름은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다.



차는 다른 농작물과 마찬가지로 산지의 테루아적인 환경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도서국가인 일본은 해양성 기후로 인해 차의 향미도 해초 향, 바다 향을 물씬 풍기는 것들이 많다.
여기서는 그러한 일본에서 재배되는 차나무와 함께 독특하게 운영되고 있는 다원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일본은 남북으로 기다랗게 뻗은 형태의 도서국가다. 그로 인해 어느 지역이든 바다는 내륙으로부터 120km 이내에 있다. 해양성 기후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일본에서 재배되는 차나무는 해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해풍으로 인해 찻잎에는 아이오딘 향과 신선한 풀이나 해초류와 같은 바다 향이 많이 배게 된다. 해양성의 테루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한 테루아적인 환경 속에서 차나무는 북단의 아키타현(秋田県)에서부터 남단의 오키나와현(沖縄県)에 이르기까지 열도를 따라 긴 지역에 걸쳐 재배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해양성 기후에 더해 남북의 위도 차에 따른 기후 차이도 차나무의 재배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에서 차나무는 주로 혼슈 남부에서부터 남부의 규슈, 시코쿠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다. 이 지역들은 연평균 기온이 10~18도로 다른 지역보다도 더 차가운 기후를 보인다. 연평균 강수량은 약 1500mm 정도다.


일본의 차산지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곳은 시즈오카현(静岡県)이다. 시즈오카현은 바다에 직접 인접하고 있으며, 일본 연평균 기온보다도 낮은 기온으로 가혹하면서도 다양한 해양성 기후를 보인다.


이러한 해양성 테루아로 인해 시즈오카현은 일본 내에서도 차나무를 재배할 수 있는 최적지로 평가돼 오래전부터 차를 생산해 온 역사가 있다. 실제로 시즈오카현에서 생산되는 티는 매우 풍부한 향미를 지니고 있어 품질이 매우 높고, 생산량도 또한 일본 내에서 최고다. 연평균 생산량은 8만~9만 톤 정도에 이르는데, 이는 일본 전체 차 생산량에서 약 40% 가까이 되는 양이다.


일본의 차산지를 여행하다 보면, 다원의 차나무들이 매우 독특한 형태로 정돈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차나무를 두 열로 나란히 심어 놓고 윗부분을 원통형으로 가지치기를 한 모습이다. 이때 차나무들은 앞뒤로 약 30cm 정도의 간격을, 열 사이는 60cm 간격을 두고 있다. 다원이 산비탈에 있든지, 평지에 있든지 간에 이러한 모습은 공통적이다.


일반적으로 평지의 다원에서는 상업용의 차를 생산하기 위해 차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이러한 다원에서는 대량 생산을 위해 대부분 기계로 수확하는데, 어린 차나무로부터 새싹을 처음으로 채엽하는 데는 보통 4~5년의 시간이 걸린다. 첫 수확의 한 해 전에는 수확의 편리를 도모하기 위해 차나무의 열들이 둥글게 원통형을 이루도록 가치치기를 한다. 그 이유는 차나무에서 찻잎을 채엽할 수 있는 표면적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다. 첫 수확이 있은 뒤로는 차나무의 생장을 촉진하고 내구성을 높여 주기 위해 가지치기를 5~6년 주기로 해 주고 있다. 이 가지치기의 이후에는 차나무가 휴면기에 접어들면서 1년간은 수확의 휴식년을 갖는다. 이렇게 관리되는 일본의 차나무는 생산 수령이 약 30년 정도 된다.


한편 일본 다원에는 곳곳에 높이 설치된 환풍기의 팬과 같은 독특한 구조물을 볼 수 있다. 이는 차나무의 재배를 위한 것으로 아침에는 여러 층의 안개를 고루 분산시키고, 낮에는 땅에 축적된 열을 유지시키는 기능을 한다. 또한 여린 새싹에 손상을 줄 수 있는 결로(結露), 즉 이슬이 맺히는 현상도 막는다. 이슬은 강한 태양광 아래에서는 돋보기와 같은 수렴 기능으로 열을 집중시켜 새싹을 태울 수 있고, 영하의 기온에서는 얼어서 찻잎의 품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할을 지닌 환풍기는 보통 기온이 5도 정도로 내려가면 자동적으로 작동되도록 설계돼 있다.


일본에서는 다양한 차나무들이 있고 품종 개발도 매우 활발하다. 지금 약 55종의 재배종이 등록, 그중에서도 약 40종은 오직 녹차의 생산을 위해 재배되고 있다. 오늘날 일본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차들이 소비되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으로 녹차의 소비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차나무의 재배종이 매우 다양하지만, 가장 재배 면적이 넓은 품종은 내한성과 자생력이 강해 어떤 지역에서도 재배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춘 야부키타종(藪北種, 수북종, Yabukita)이다. 그 밖에도 고코(悟空, 오공, Gokou), 베니후키(紅富貴, 홍부귀, Beni Fouki), 그리고 사미도리(さ緑, Samidori) 등의 재배종도 차를 생산하는 데 일부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저지대 티, 뉴 비타나칸데(LOW GROWN: NEW VITHANAKANDE) 홍차

스리랑카에서 고지대 티가 최고 품질의 티로 평가되면서 저지대의 다원 소유주들은 저지대 티의 시장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티의 품질을 높이고 향이 강하지 않는 대신, 매우 다양한 향을 지니도록 차의 생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뉴 비타나칸데 다원은 스리랑카에서도 저지대 티를 생산하는 다원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으로서 저지대 티의 생산에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 다원은 티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약 4700여 곳으로부터 신선한 찻잎을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다른 다원들과 큰 차별점이기도 하다.


마시는 법 300ml 용량의 서양식 티 포트에는 6g 정도의 찻잎을 70~75℃의 물로 4분간 우린다.
자사호나 개완에는 ⅓가량의 찻잎을 70~75℃의 물로 30초~5분간 우린다.
※ 차의 이름은 ‘중국어 병음의 한글 표기법’에 따라 표기했다.


정승호
(사)한국티(TEA)협회 회장,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원장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은 국내 최초의 티(TEA)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 및 연구 기관이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맞게 외식 음료 산업의 티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백차, 녹차, 우롱차, 홍차, 보이차, 허브차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티를 시음하며 향미를 감별하는 훈련과정(Tea Tasting & Cupping)과 티 산지 연수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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