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Tea)는 서양에서 오직 차나무의 찻잎으로만 우린 음료를 지칭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차(茶)는 찻잎, 차나무, 찻물을 모두 지칭하고, 찻잎이 아닌 식물을 우린 음료도 차라고 표기하므로, 본 지면에서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찻잎을 사용한 상품을 ‘티(Tea)’로 표기한다.
•단, 중국 티의 이름은 우리나라 한자어 ‘茶’의 독음을 원칙으로 표기하고, 중국어 병음의 한글 표기법에 따른 이름도 병기했다. 단, 일본 티의 이름은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다.
전 세계에 일고 있는 웰니스의 열풍을 타고 세계 티 시장에서도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보이차다. 보이차는 오늘날 건강 효능으로 인해 RTD 분말 형태로까지 가공, 판매되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7세기에 당나라 시대에 차마고도를 통해 동서양의 무역로를 열었던 그 보이차가 21세기의 오늘날 새롭게 부활한 것이다. 보이차는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을까?
오늘날 파우더 형태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보이차(普洱茶, Pu er, Pu-erh Tea)’는 그 건강 효능뿐만 아니라 150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보이차는 찻잎 속에 든 산화효소의 산화 반응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후발효 반응(後醱酵反應, Post-Fermented Reaction)’을 이용한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보이차는 보통 ‘숙차(熟茶, Aged Tea)’, ‘후산화차(後酸化茶, Post-Oxidized)’라고 하고, 영어권에서는 ‘다크 티(Dark Tea)’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보이차를 티의 6대 분류인 ‘흑차(黑茶)’에 종속시킨다.
보이차는 발효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품질이 좋아지는 특성이 있다. 이 보이차의 기원은 당나라 시대(618~907)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티를 끓여서 마시거나, 스프에 향신료로 넣어 먹은 것으로 전해진다.
보이차의 이름은 중국 남서부의 윈난성에 위치한 푸얼시(普洱市)의 지명에서 유래됐다. 이곳의 사람들은 산지로부터 생산한 티를 중국의 다른 지역으로 판매하거나, 몽골이나 티베트와 같이 먼 지역으로까지 운반했다. 티의 수요가 높아 그 먼 곳까지도 말의 등에 실어 보내야 했던 고달픈 현실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찻잎을 떡 형태의 병차로 ‘긴압(緊壓, 압축)’하는 가공 방법을 고안했는데 지금까지도 그 전통적인 풍습은 계승되고 있다.
송대(宋代)에 이르러서 푸얼시는 이제 티 무역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이때부터 이 지역에서 판매되는 티는 그 독특성과 상관없이 모두 ‘보이차(普洱茶, Pu er, Pu-erh Tea)’로 부르기 시작했다.
보이차는 당나라 시대부터 지금까지 무려 1500년 이상이나 윈난성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지만, 그 밖의 다른 지역인 광시좡족자치구, 안후이성, 광둥성, 그리고 베트남 북부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중국 당국은 원산지 표기를 강화하는 지리적 표시제의 시행에 나섰다.
윈난성 표준계량국은 다른 산지의 사람들이 원산지를 도용하는 일을 막기 위해 지난 2003년에 보이차의 정의를 「윈난성에서 수확한 대엽종(大葉種)의 찻잎으로 가공한 발효 녹차 상품」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이 정의에 모든 전문가들이 다 동의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윈난성에서 재배된 대엽종(대엽종, Da Ye) 품종의 차나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최고 품질의 보이차는 시솽반나에 위치한 명산들로부터 생산되고 있다. 이 명산들의 인근지인 유러(攸樂), 반장(班章), 만좐(蠻磚), 이우(易武), 멍숭(勐宋), 반펀(班盆), 이반(驿坂) 등과 같은 지역은 지금도 보이차의 생산지로서 매우 유명하다.
오늘날 그 약리적 효능과 풍부한 향미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보이생차(普洱生茶)는 중국에서는 매우 오래전부터 음용돼 왔다.
보이생차는 전통적인 가공 방식에 따라 찻잎들을 보통 떡 형태로 압축한다. 그 뒤 공기와의 접촉으로 산화 과정이 서서히 일어나면서 향미가 더욱더 향상되는 것이다. 이런 보이생차는 약 10년에서 50년 동안 긴 기간에 걸쳐 발효되는데, 적어도 30년 이상이 지나야 완전히 숙성된 것으로 본다. 또한 이렇게 긴 기간에 걸쳐 숙성된 뒤에야 비로소 ‘빈티지’가 되는 것이다.
다른 모든 티와 마찬가지로, 보이차의 품질도 생산에 사용하는 식물성의 원재료에 의해 결정된다. 그로 인해 보이생차는 종종 수령이 수백 년인 차나무로부터 생산한다. 1970년대에 희귀한 보이생차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중국 티 산업체에서는 시장에 보다 빨리 유통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보이차를 개발했다. 바로 ‘보이숙차(普洱熟茶)’다.
보이숙차는 보이생차와 동일한 방식으로 가공되지만, 숙성 과정을 앞당기기 위해 45일에서 60일 동안에 빠른 발효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악퇴(渥堆)’라고도 한다. 이 악퇴 과정을 거친 보이숙차는 곧바로 소비될 수 있지만, 보이생차와는 달리 긴 시간에 걸쳐 보존하더라도 품질이 더 나아지지 않는다. 다만 향이 시간이 지나면서 약간 나아질 뿐이다.
이런 속성 보이숙차는 보통 품질이 낮은데, 생산에 사용되는 찻잎들은 거의 전적으로 농장으로부터 공급 받는다. 진정한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산업적 생산이 오랜 염원이기도 했던 보이숙차는 오늘날 덤불 냄새를 풍기는 흙 향, 빠른 숙성을 통해 생긴 동물성 향 등 그 독특한 특징으로 인해 높이 평가 받고 있다.
보이차를 수 년 동안에 걸쳐 숙성시킨 숙성 보이생차는 희소성을 띠기 때문에 수집가들은 ‘보이생차(普洱生茶, 푸얼성차, Sheng Pu er Teas)’를 숙성시킨 병차를 구하기 위해 고액을 스스럼없이 지불하고 있다.
숙성 보이생차는 그 희소성으로 실제로 가격이 급등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투자의 기회로 보고 있다. 2000년도 초에는 보이차만 생산할 용도의 차나무를 재배하는 농장들이 산비탈면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도 했다. 숙성 보이생차의 이 같은 폭발적인 성장은 2007년 가을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투기 시장에서 버블 버스트를 초래했다. 치솟은 가격으로 인해 시장이 붕괴하면서 새로운 투자자들이 급속히 빠져나갔다. 그 뒤 보이차 시장은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숙성 보이생차는 이런 영향에 구애받지 않고 여전히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 왜냐하면 숙성 보이생차의 희소성과 수요가 지금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한편 산업적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보이숙차도 오늘날 다양한 형태로 가공돼 세계 RTD 음료의 세분화된 시장에서 점점 더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세계의 명차 66
닐기리 타이숄라 SFTGFOP (NILGIRI THAISHOLA SFTGFOP) 홍차
타이숄라 다원은 인도의 남부에서도 가장 높은 해발고도에 위치하고 있다. 19세기에 아편 전쟁이 발발한 기간에 영국인들에게 붙잡혀 온 중국 포로들이 건설했다.
닐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홍차는 ‘차이(Chai)’를 만들기 위해 CTC 방식으로 가공, 내수 시장에서 소비되고 있다. 오서독스 방식으로 생산하는 곳도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타이숄라 다원에서 생산되는 홍차는 1월에 수확한 찻잎 중에서도 품질이 가장 뛰어나다. 가공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향을 티로 우렸을 때 그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마시는 법 300ml 용량의 서양식 티 포트에는 6g 정도의 찻잎을 70~75℃의 물로 4분간 우린다.
자사호나 개완에는 ⅓가량의 찻잎을 70~75℃의 물로 30초~5분간 우린다.
※ 차의 이름은 ‘중국어 병음의 한글 표기법’에 따라 표기했다.
정승호
(사)한국티(TEA)협회 회장,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원장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은 국내 최초의 티(TEA)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 및 연구 기관이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맞게 외식 음료 산업의 티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백차, 녹차, 우롱차, 홍차, 보이차, 허브차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티를 시음하며 향미를 감별하는 훈련과정(Tea Tasting & Cupping)과 티 산지 연수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