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호의 Tea Panorama 48] 홍차의 가공 방식 1

2017.09.25 11:15:22


일반적으로 홍차의 가공 방식은 정통적인 가공 방식인 ‘오서독스(Orthodox)’ 방식과 기계적인 방식인 CTC 방식의 두 가지로 나뉜다. 찻잎의 개성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는 모양과 상태로 만들기 위해 그 목적에 맞게 두 방식 중에서 하나를 고른다. 여기서는 먼저 오서독스 방식에 대해 알아보자.


오서독스 방식이란?
19세기 영국인들은 인도에서 차나무를 재배하면서 티를 가공, 생산했다. 처음에는 중국인 기술자들을 고용해 전적으로 생산했지만, 점차 도구들이 개발되면서 기계화의 작업으로 변모했다. 오늘날 이러한 기계화의 작업은 총 여섯 단계로 보통 진행된다. 생잎의 수분 함량을 적당히 줄이는 위조(萎凋, Withering), 위조된 잎을 비벼서 말리는 유념(揉捻, Rolling), 로터베인(Rotorvane)에 잘리고 찢어져 뭉쳐진 찻잎을 고르게 체에 놓은 뒤 진행되는 산화(酸化, Oxidation), 적당한 상태에서 산화를 중단시키기 위해 가열하고 말리는 건조(乾燥, Drying), 등급에 따른 분류(分流, Sorting), 끝으로 포장 작업이다. 이러한 과정들에는 각종 설비들이 동원되지만, 각 과정에는 전통적으로 사람이 직접 손으로 찻잎의 개성을 살리고 있는데, 이와 같은 생산 방식을 바로 오서독스 방식이라고 한다.



위조(萎凋, Withering)
찻잎에서 수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차나무의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70~80%에 달한다. 그늘에 말리는 위조 단계에서는 그중 약 50~60%의 수분이 증발해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찻잎은 연화돼(순이 죽어) 이후의 가공 과정에서 부서지지 않게 된다.
예전에는 찻잎을 햇볕이 쬐는 곳에 늘어 뒀기 때문에 지역과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오늘날에는 온도와 습도, 통풍이 적당히 조절되는 작업실에서 찻잎을 늘어놓아 연중 작업이 가능하다. 작업실 내의 선반에 찻잎을 얇게 펼쳐둬, 환기가 잘되고 습도가 높지 않도록 유지한다. 또한 작업실의 온도도 섭씨 20~24℃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과정은 약 18~20시간에 걸쳐 진행되지만, 경우에 따라 최대 30시간까지 진행될 때도 있다.


위조 과정은 다른 과정에 비해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는 찻잎에서 카페인과 아미노산의 함유량이 증가하고, 카로틴의 함유량은 줄어드는 등의 다양한 생화학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일부 생화학 반응을 통해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아로마(Aroma)의 혼합물도 생성된다. 이로 인해 위조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의 작업실에서는 재스민과 장미꽃의 향을 연상시키는 향긋한 꽃향기들이 늘 가득 차 있다. 이러한 향들의 성분 분자들은 대부분 알데히드류(Adehyde)와 알코올류(Alcohol)에 속한다.
이 방향성 분자들은 앞으로 진행될 산화 과정을 거치면서 변화가 일어나, 또 다른 아로마 혼합물의 향이 더해진다. 따라서 티 가공 공장의 관리자는 찻잎을 눈으로 보고, 코로 향을 맡아 보면서 위조 과정을 언제 중단시킬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세계의 명차 47

보이숙산차(普洱熟散茶, LOOSE BLACK PU ER 흑차)

흑차(黑茶)의 한 종류인 보이숙차는 윈난성(雲南省)의 성도인 쿤밍(昆明)에서 1970년 초에 광둥성(廣東省)의 제조 방식에 따라 처음으로 생산됐다. 본래에는 느리게 진행되는 발효 과정을 빠르게 진행시키기 위해 둥근 떡 모양(餠茶), 병차이나 벽돌 모양(塼茶), 전차으로 긴압(緊壓)했다. 이렇게 속성 숙성시킨 보이차를 ‘보이숙차(普洱熟茶)’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모양으로 압축시키지 않아도 찻잎의 발효 과정(숙성 과정)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뒷날에 새로이 밝혀졌는데, 이와 같이 압축하지 않은 차를 ‘산차(散茶)’라 하고, 압축하지 않은 채로 숙성시킨 차를 ‘숙산차(熟散茶)’라고 한다.
보이차를 이렇게 압축하지 않고 숙성시킨 것이 바로 보이숙산차다. 이 보이숙산차는 보통 10등급으로 나뉘는데, 가장 높은 등급의 찻잎은 겉으로 볼 때는 보이생차普(洱生茶)와 비슷하다. 이때의 생차는 인위적인 속성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고 오랫동안 숙성시킨 차를 이른다. 이와 같은 이유로 보이숙산차는 보통 오래 숙성된 듯한 풍미를 많이 풍긴다.


마시는 법
300㎖ 용량의 서양식 티팟에는 6g 정도의 찻잎을 70~75℃의 물로 4분간 우린다.
자사호나 개완에는 ⅓가량의 찻잎을 70~75℃의 물로 30초~5분간 우린다.

※차의 이름은 ‘중국어 병음의 한글 표기법’에 따라 표기했다.


정승호
(사)한국티(TEA)협회 회장,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원장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은 국내 최초의 티(TEA)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 및 연구 기관이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맞게 외식 음료 산업의 티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백차, 녹차, 우롱차, 홍차, 보이차, 허브차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티를 시음하며 향미를 감별하는 훈련과정(Tea Tasting & Cupping)과 티 산지 연수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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