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호의 Tea Master 35] 세계 홍차 대국, 인도의 홍차 역사

2020.09.06 08:50:04


19세기 새 품종의 차나무가 발견된 뒤 오늘날 세계 홍차 생산 1위국에 오른 인도. 인도는 홍차 소비 1위국이며, 인도 자국 내에서 소비하고 남은 티를 수출하는 양도 세계 3위국인 명실상부 ‘세계 홍차 대국’이다.


이번 호에서는 인도에서 아삼종의 차나무가 발견된 뒤 세계 홍차 역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인도 홍차의 역사를 살펴본다.




새 품종의 차나무, 인도에서 발견되다
19세기 인도를 지배했던 영국. 당시 영국은 대중국 티 무역에서 큰 적자를 내고 국력이 휘청거리자, 인도로부터 아편을 구해 중국 청나라에 판매했다. 그리고 그 대금으로 티를 구입해 자국의 티 수요를 충당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는 청나라와 아편전쟁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이때 영국에서는 홍차의 소비문화가 상류층뿐만 아니라 노동자 계층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영국은 그동안 중국에만 의존하던 티 무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개척지를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었다. 그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영국은 당시 식민지였던 인도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1823년 동인도회사의 직원으로 인도 북동부의 아삼 지역에 파견을 나가 있던 로버트 브루스(Robert Bruce) 소령은 원주민들이 차나무로 추정되는 식물의 잎을 따서 입에 넣어 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식물을 유심히 살펴봤는데, 처음으로 그 식물이 야생차나무임을 확인했다. 이후 로버트는 원주민 족장으로부터 다음에 이곳을 방문할 때 묘목과 씨앗을 얻을 수 있도록 약속을 받은 뒤 그곳을 떠나게 된다.


인도에서 차나무의 첫 재배에 성공
한편 영국에서는 로버트 브루스 소령의 발견 이전에도 인도에서 차나무를 재배하려는 시도가 있었다.중국종의 차나무 씨앗을 인도로 들여와 실험적인 재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씨앗들은 다르질링, 아삼, 남부 지역에 보급됐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한편 19세기에는 영국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티의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었고, 그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하루 속히 식민지에서 차나무의 재배에 성공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 속에 놓였다. 그러던 중 1834년 로버트 브루스 소령의 동생인 찰스 알렉산더 브루스(Charles Alexander Bruce)는 형의 지시로 원주민들로부터 야생차나무의 묘목과 종자를 가져온 뒤 재배에 나섰다. 그리고 마침내 인도에서 최초로 차나무를 온전히 재배하는 데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그 4년 뒤 찰스는 처음으로 아삼종으로 재배한 차나무로부터 생산한 아삼 홍차를 12상자에 넣고 영국으로 배송했다.


이 세계 최초의 아삼 홍차의 품질에 대해서는 당시 영국인들이 큰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막상 경매가 진행되자 사람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면서 매우 높은 가격으로 낙찰됐다. 인도 홍차가 세계 홍차 시장으로 진출할 첫 출발점에 선 셈이다.



산업스파이 포춘의 대활약
그러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난 중국의 티와 견줘 아삼 홍차는 상품 경쟁력이 많이 떨어졌다. 당시는 녹차는 녹차나무에서, 홍차는 홍차나무에서 재배되는 줄 알고 있던 사람이 많았을 정도로 티의 가공에 무지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아삼 홍차의 품질 향상과 상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영국은 당시 식물학자 로버트 포춘(Robert Fortune, 1812~1880)을 산업스파이로 급파했다. 포춘은 홍콩을 거점으로 중국의 부분산화차인 ‘보히 티(Bohea tea)’의 산지인 무이산을 비롯해 푸젠성 남부의 명차 산지들을 상인으로 위장해 두루 잠행하면서 차나무의 재배와 티의 가공 기술에 대해 지식을 캐냈다. 특히 유명 홍차의 가공 과정과 산화 과정에 관해서도 중요한 사실들도 파악했다.


1848년 포춘은 찻잎의 가공 과정에 관한 매우 중요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샘플 차나무 몇 만 그루를 채집한 뒤 중국인 티 장인 약 100여 명과 함께 인도로 돌아가 현지에서 차나무의 재배에 나섰다. 인도에서 중국인의 장인 기술을 바탕으로 차나무가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의 식민지 시대, 대규모의 다원들을 조성
이와 함께 영국은 인도 아삼 지역에서 대규모의 다원들을 조성하는 데 나섰다. 영국은 다원에서 홍차의 대량 생산에 나섰고, 1860년대 초에 이르면서 영국 국내의 티 수요를 완전히 충당했다. 특히 영국은 홍차를 보다 더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가공 방식인 ‘CTC 공법’을 개발했다. 이 CTC 공법은 찻잎을 ‘으깨고(Crush)’, ‘찢고(Tear)’, ‘휘 마는(Curl)’ 방식이었는데, 홍차의 빠른 추출에 보다 용이한 가공 방식이었다.


이리해 인도에서는 근대적인 티 산업의 인프라스트럭처가 구축되면서 향후 세계 1위의 홍차 대국으로 발돋움하는 초석을 다지게 됐다. 아울러 적은 양이지만 고품질의 홍차를 생산하기 유리한 북부의 다르질링이나 남부의 닐기리 산지에서도 다원들을 조성하기 시작했고, 오늘날 세계 최고 품질의 홍차 브랜드인 ‘다르질링’도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참고로 오늘날 인도의 연간 티 생산량은 2018년 현재 약 134만 5000t(FAO 집계)에 다다르며, 이중 약 80%는 국내에서 소비되고, 나머지 약 20%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정승호
(사)한국티(TEA)협회 회장,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원장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은 국내 최초의 티(TEA)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 및 연구 기관이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맞게 외식 음료 산업의 티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백차, 녹차, 우롱차, 홍차, 보이차, 허브차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티를 시음하며 향미를 감별하는 훈련과정(Tea Tasting & Cupping)과 티 산지 연수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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