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Tea)는 서양에서 오직 차나무의 찻잎으로만 우린 음료를 지칭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차(茶)는 찻잎, 차나무, 찻물을 모두 지칭하고, 찻잎이 아닌 식물을 우린 음료도 차라고 표기하므로, 본 지면에서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찻잎을 사용한 상품을 ‘티(Tea)’로 표기한다.
•단, 중국 티의 이름은 우리나라 한자어 ‘茶’의 독음을 원칙으로 표기하고, 중국어 병음의 한글 표기법에 따른 이름도 병기했다. 단, 일본 티의 이름은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다.
오늘날 전 세계의 음료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티가 있다면 단연 홍차일 것이다. 그 홍차는 오늘날 밀크티의 베이스 티로서 젊은 세대로부터 수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18세기 중국에서 세계 최초의 홍차인 정산소종(또는 랍상소총)이 탄생돼 19세기 서양 열국들을 중심으로 홍차 문화가 번창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세계 음료 시장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는 그런 홍차의 탄생지인 중국의 홍차에 대해 소개한다.
홍차(紅茶, Black Tea)
중국 6대 분류의 하나인 홍차는 다른 티에 비해 역사가 비교적 짧다. 중국에서 홍차로 가공하는 방법은 18세기부터 개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서양에 세계 최초의 홍차로 알려진 정산소종은 19세기 초 푸젠성 우이산 지류의 정산 지역에서 한 농부에 의해 만들어진 뒤, 서양의 상인에 의해 유럽으로 전해지면서 큰 인기를 끌게 됐다. 홍차가 유럽으로 확산되는 데 큰 기여를 했던 이 차는 찻잎을 선반에 놓고 가문비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해 그 연기로 건조시킨 일종의 훈연차였다. 이 당시만 해도 중국에서는 홍차를 그냥 훈연차라 불렀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홍차는 100% 산화시킨 완전산화차로서 찻잎은 흑갈색을 띠고 찻물은 붉은색을 보인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는 찻물 색상을 기준으로 ‘홍차(紅茶)’라고 했지만, 서양에서는 찻잎의 색상을 기준으로 ‘블랙 티(Black Tea)’라 부르게 됐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남아프리카에서 ‘루이보스(Roibos)’를 일컫는 ‘레드 티(Red Teas)’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오늘날 남부 지방인 윈난성, 안후이성, 그리고 푸젠성에서 홍차가 주로 생산되는데, 녹차가 여린 새싹으로 만드는 것과는 달리 성숙한 찻잎으로 가공해 만드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홍차의 가공 과정
홍차는 앞서 언급했던 녹차와 우롱차와는 완전히 다른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티의 기본적인 가공 과정은 동일하다. 먼저 찻잎을 대나무 선반 등에 올려놓고 말리고 시들게 하는 위조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찻잎의 수분은 약 60%가 날아간다. 대량으로 생산하는 경우에는 벽돌 컨테이너 걸쳐진 체 위에 찻잎을 놓고 그 아래로는 장작불을 때 생긴 열기로 찻잎의 수분을 줄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 홍차에서 불의 향, 즉 탄 향을 내는 기술이다.
위조 과정을 거쳐 찻잎이 연화되면, 찻잎의 세포벽을 파괴해 그 속에 든 산화효소가 배어 나오도록 하는 유념 작업(揉捻, Rolling)에 들어간다. 티에 요구되는 품질에 따라 사람이 손으로 문지르거나 기계로 문지른다. 유념 및 성형기는 보통 나선 살이 돋은 원판 모양인데, 찻잎이 여기에 높이면 압력이 가해지면서 길쭉하게 말린다.
유념 과정이 끝나고 나면 8~12시간 동안 산화 과정을 거친다. 이 산화 과정은 홍차의 향미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작업으로서 일반적으로 숙련된 전문가들이 관리한다. 찻잎을 땅 위에 고르게 펴 놓고 화학 반응을 촉진하기 위해 젖은 천으로 덮어 두는데, 이때 산화 온도는 약 22도 내외로 유지한다.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산화시키기 때문에 중국 홍차는 떫은맛이 인도 홍차에 비해 적고, 중국 홍차의 특징인 흙 향, 탄 향, 달콤한 향이 풍긴다. 전문가에 따라서는 이 산화 과정에서 독특한 기술과 전통적인 경험을 발휘하기 때문에 홍차는 매우 다양한 향미로 생산된다.
산화 과정에 이어 건조 작업을 통해 찻잎에서는 잔여 수분이 제거되면서 산화 과정은 중단되고 향미는 고착화된다. 이 건조 기술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가장 일반적은 방법은 컨베이어벨트에 놓고 따뜻한 공기를 불어 보내 말린다. 이때 최고급 훈연 홍차를 만들 경우에는 가문비나무, 소나무 등으로 장작불을 때 말리기도 한다.
끝으로 최종 완성된 홍차의 선별 및 분류 작업에 들어가는데, 오늘날에는 수작업보다 보통 기계식으로 많이 진행된다. 먼저 자동화 선별 작업을 통해 먼지, 가지, 이물질 등이 제거되는데, 고품질의 홍차를 생산하는 경우에는 대나무 체가 사용된다. 이렇게 선별 작업이 끝난 홍차는 분류 작업을 거쳐 포장 과정에 들어가는 것이다.
대표적인 홍차
- 운남홍공부(雲南紅工夫, Yunnan Hong Gong Fu)
이 홍차는 윈난성(雲南省)에서 4월에 운남대엽종의 찻잎으로 만든 고품질의 티다. ‘전홍(滇紅, Yunnan Black Tea)’라고도 한다. 보이차로 유명한 윈난성에서 홍차가 본격적으로 생산된 것은 20세기 초부터였지만, 윈난성에서는 세계적인 홍차들이 생산되고 있는데, 이 홍차도 그중 하나다. 이 홍차 이름에 붙은 ‘공부(工夫, 궁푸, Gong Fu)’라는 명칭은 윈난성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티를 뜻하는데, 큰 찻잎으로 만드는 일반적인 품질의 홍차와는 달리 새싹이 풍부하게 들어 있고 산화 과정이 약한 것이 큰 특징이다. 찻잎에는 황금빛이 아름답게 감도는 ‘금아(金芽, Goden Buds)’가 풍부히 들어 있고. 부드럽게 휘말린 모양의 찻잎에서는 부드러운 블론드타바코(Blond Tabacco)의 향, 캐러멜 향과 함께 강한 탄 향이 난다. 붉은 오렌지색의 찻물에서는 마멀레이드(Marmalade)의 향이 풍긴다. 입안에 감도는 맛은 약간 달콤하다. 담배 향, 이국적인 목재 향, 그리고 잘 익은 살구의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다.
세계의 명차 65
아삼 골든 팁(ASSAM GOLDEN TIP) 홍차
아삼 골든 팁은 오직 새싹만 가공해 만든 최고 등급의 티로서 아삼티 중에서도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찻잎에서 새싹들을 조심스럽게 하나씩 떼어 낸 뒤 그 새싹들이 손상되지 않게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돌돌 휘말아서 만든다. 아삼 골든 팁은 수십 년 전에 시장에서 매우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일반 시장에서 그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가우하티(Guwahati)나 콜카타의 경매 시장에서나 겨우 볼 수 있다. 티 생산자가 아삼 골든 팁을 생산했지만 소비자들이 그 높은 가격으로 인해 구입을 포기하면 생산자들은 결국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셈이 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아삼 골든 팁은 예약 주문을 받고 생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마시는 법 300ml 용량의 서양식 티 포트에는 6g 정도의 찻잎을 70~75℃의 물로 4분간 우린다.
자사호나 개완에는 ⅓가량의 찻잎을 70~75℃의 물로 30초~5분간 우린다.
※ 차의 이름은 ‘중국어 병음의 한글 표기법’에 따라 표기했다.
정승호
(사)한국티(TEA)협회 회장,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원장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은 국내 최초의 티(TEA)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 및 연구 기관이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맞게 외식 음료 산업의 티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백차, 녹차, 우롱차, 홍차, 보이차, 허브차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티를 시음하며 향미를 감별하는 훈련과정(Tea Tasting & Cupping)과 티 산지 연수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