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는 홍차가 전 세계의 곳곳에서 재배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작은 섬나라 스리랑카에서부터 히말라야산맥의 네팔, 인도차이나반도의 베트남, 동아프리카의 케냐 등 수 많은 나라에서 홍차를 생산해 전 세계의 티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중국, 일본, 타이완, 인도 외의 다국적 티 생산국들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
‘실론티’의 나라, 스리랑카
스리랑카는 옛 국명이 ‘실론(Ceylon)’이었다. 따라서 오늘날에도 스리랑카 산지의 홍차는 ‘실론티’라고 부르고 있다. 스리랑카는 인도 최남단에서 해상으로 40km 떨어진 도서국가로서 전 지역이 차나무의 재배에 적합한 열대 기후에 속한다. 홍차 생산량은 인도 다음으로 케냐와 함께 2~3위를 다투고, 수출량도 케냐 다음이다. 이와같이 홍차 대국인 스리랑카 티 산업의 역사는 의외로 짧다. 사실 1860년도 이전에는 스리랑카에는 차나무가 한 그루도 없었고, 커피나무들로 가득했다고 한다.
차나무의 첫 재배
스리랑카에서 차나무를 최초로 재배한 시기는 19세기였다. 당시 커피 농장에서 근무하던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가 영국의 ‘왕립 페라데니야식물원(Royal Botanical Gardens of Peradeniya)’으로부터 얻는 차나무 씨앗 몇 개를 다원에 심은 것이 시초다. 주로 실험은 캔디(Kandy) 지역에서 이뤄졌는데 주로 재배 방식과 찻잎의 가공 방법 등이었다. 이러한 실험은 한동안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1869년 스리랑카에서 기생성 곰팡이균에 의한 갑작스러운 전염병으로 커피농장들이 초토화되자 새로운 작물로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때부터 스리랑카에서는 작물이 커피나무에서 차나무로 신속한 전환이 일어났던 것이다.
티산업의 성장
한편, 스리랑카 홍차는 1872년에 영국으로 최초로 수출됐다. 그 뒤 영국에서 실론티의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티 산업도 크게 성장했다. 특히 1890년에 영국의 티 상인 토머스 립턴(Thomas Lipton, 1850~1931)이 다원들을 인수해 티를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스리랑카의 티 산업은 세계 홍차 대국으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또한 구소련의 붕괴로 여러 러시아 연방 공화국들로부터 티의 수입이 늘어나면서 스리랑카의 티 산업은 오늘날 세계 3위의 티 수출 국가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도 국가 경제의 큰 수익원인 홍차의 산업 육성 및 관리하면서 스리랑카의 티는 오늘날 품질이 우수하기로도 유명하다.
스리랑카 홍차의 특징
스리랑카 홍차는 생산지의 해발고도에 따라 품질과 특성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해발고도가 낮은 다원에서는 생산된 것과 높은 다원에서 생산된 것이 품질을 크게 좌우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원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 저고도의 다원(해발고도 약 600m)
· 중고도의 다원(해발고도 약 600m~1200m)
· 고고도의 다원(해발고도 약 1200m~2000m)
스리랑카에는 섬 전역에 걸쳐 다원이 분포하지만 특히 품질이 훌륭하기로 유명한 곳으로는 누와라엘리야(Nuwara Eliya), 딤불라(Dimbula), 우바(Uva) 지역을 들 수 있다. 이중 우바는 소위 ‘세계 3대 홍차 산지’로 불린다.
세계 지붕의 티 생산국, 네팔
세계의 지붕이라는 히말라야산맥에 위치하면서 북으로는 중국, 남으로는 인도 사이에 있는 네팔은 해발고도가 8000m가 넘는 여러 산의 영향을 받아 기후가 인도의 다르질링과 비슷하다. 지난 20년간 네팔의 티 산업은 크게 성장했고, 최근에는 생산의 효율성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CTC 방식으로 홍차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CTC 방식의 홍차는 주로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다. 그러나 단쿠타, 타플레중, 일람 등의 산악 지역에서는 인도의 다르질링과 기후와 비슷해 홍차를 오서독스 방식으로 고품질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이러한 네팔은 인도의 다르질링 지역과 기후가 비슷해 그 잠재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 3대 홍차인 인도의 다르질링과 같은 그랑크뤼급의 홍차를 생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티 생산국, 베트남
베트남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차나무를 재배해 온 전통이 매우 오래됐다. 중국과의 접경지인 ‘황금의 삼각지대(the Golden Triangle)’로부터 약 1000년 이상 전에 차나무가 들어왔다는 전설도 있다. 이 황금의 삼각지대는 라오스, 미얀마, 태국의 접경지로 수령이 높은 고차수들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해 오늘날 차나무의 기원지일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베트남은 커피 산지로도 유명하지만 티 산업도 잘 정착돼 있다. 티 산업계에 종사자들만 약 200만 명 이상에 이른다. 그리고 최근에는 세계 티 시장이 성장하면서 티의 생산량도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베트남은 영토가 남북으로 매우 길기 때문에 중심부의 열대 지역에서부터 북부의 산지에 이르기까지 약 30곳 이상의 지역에서 차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이중 북부 지역의 티 생산량은 연간 티 생산량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산지로는 타이응우옌(Thai Nguyen)이 있다. 티 분류별 생산 비중은 홍차가 약 60%(오서독스 방식의 홍차는 극히 비중이 낮다), 녹차가 약 35% 정도 된다. 그리고 나머지는 재스민차, 우롱차 등이다.
세계 홍차 수출 대국, 케냐
오늘날에는 티가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차나무의 종주국이 동양의 중국인 것을 떠올려 볼 때 너무도 의외의 장소다. 이와 같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차나무가 재배가 시작된 것은 18세기에 서구 열강들의 식민지 시대였다.
케냐를 비롯해 탄자니아, 우간다, 부룬디, 말라위, 모잠비크, 르완다가 대표적인 홍차 산지다. 그중 케냐는 20세기 초 이후부터 홍차 산업이 성장해 오늘날에는 세계 홍차 수출 1위국으로 올라섰다.
대표적인 홍차 산지로는 밀리마(Milima), 마리닌(Marinyn), 캉가이타(Kangaita)를 들 수 있다. 이러한 다원에서는 CTC 홍차뿐만 아니라 오서독스 방식을 통해서도 고품질의 홍차를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백차, 녹차도 지금은 그 생산량을 점차 늘리고 있는 상태다.
정승호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원장
국내 최초의 티(TEA)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 및 연구 기관인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장으로 글로벌 시대에 맞게 외식 음료 산업의 티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