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두기
• 티(Tea)는 서양에서 오직 차나무의 찻잎으로만 우린 음료를 지칭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차(茶)는 찻잎, 차나무, 찻물을 모두 지칭하고,
찻잎이 아닌 식물을 우린 음료도 차라고 표기하므로, 본 지면에서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찻잎을 사용한 상품을 ‘티(Tea)’로 표기한다.
• 단, 중국 티의 이름은 우리나라 한자어 ‘茶’의 독음을 원칙으로 표기하고, 중국어 병음의 한글 표기법에 따른 이름도 병기했다. 단, 일본 티의 이름은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다.
농작물의 품질과 특성은 그 산지의 천혜의 자연 환경에 크게 좌우를 받는다.
티 또한 다른 농작물과 마찬가지로 그 품질과 특성이 산지의 테루아적인 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여기서는 중국의 대표적인 차 산지인 4대 차구의 테루아 특성과 그 산지를 대표하는 티들을 간략히 소개한다.
중국차의 테루아
중국은 북쪽으로는 온대, 남쪽으로 아열대의 기후에 걸쳐 있을 정도로 광활한 영토를 차지하고 있다. 이 대륙에서 차나무는 아열대 기후대의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지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고, 그 재배지는 2016년 기준 약 220만ha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티 생산량이 최고로 많은 지역은 주로 중국 남동부의 푸젠성(福建省), 후베이성(湖北城), 안후이성(安徽省), 저장성(浙江省)이다. 이 지역들은 해안 지방으로서 기후가 온화하면서도 안개가 잦고 산악 지대가 끝없이 펼쳐져 차나무의 재배에 유리한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어 티 생산량이 집중돼 있다. 또한 차나무의 기원지로 일컬어지는 중국 남서부의 윈난성(雲南省)도 티 생산량이 많기로 매우 유명하다.
이들 각 지역에서 보이는 지리적 환경 조건과 다양한 날씨는 각 산지의 차나무에서 돋아나는 찻잎에 매우 독특한 테루아적인 특성을 띄게 만든다. 그러한 이유로 각 산지에서 생산된 티의 이름에는 지명이 붙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차나무는 그 지역의 테루아적인 요소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중국 차나무의 테루아는 크게 4대 차구(茶區)로 나눌 수 있다. 즉 양쯔강 이남의 강남 차구, 이북의 강북 차구, 그리고 중국 남서부의 남서 차구, 중국 남동부의 남동 차구다. 그리고 각 차구에는 중요 티 생산지가 있고, 그곳에서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티들이 생산되고 있다.
남서 차구
남서 차구에서 대표적인 티 생산지로는 윈난성, 쓰촨성, 구이저우성이 있다. 이들 지역은 험준한 산악지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온난다습한 아열대성 기후를 띤다. 간간히 우기에는 집중 강우도 보이고, 높은 산지에서는 해발고도에 따라 매우 넓은 스펙트럼의 기후를 보인다.
- 윈난성(雲南省)
차나무의 원산지로 여겨지는 윈난성은 가장 오래된 차나무의 재배지 중 한 곳이다. 수령이 약 1700년으로 이름난 야생 차나무들이 아직도 시솽반나의 열대 숲에서 자생하고 있다. 이곳의 지형은 매우 다양한데, 해발고도 2000m 이상으로 치솟은 봉우리의 산들도 많다. 윈난성은 여름의 더운 날씨와 겨울의 온화한 날씨 사이에서 온난다습한 기후를 보인다. 연평균 강우량은 약 1000~2000mm다. 또한 유기 물질을 다량으로 함유한 적색토(Red Soil)도 매우 풍부하다. 따라서 윈난성은 차나무를 재배하는 데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으로 평가를 받는다.
또한 윈난성에서는 수천 년에 걸쳐 내려오는 전통을 오늘날까지도 고수하면서 그 유명한 흑차인 ‘보이병차(普洱餠茶, Bricks of Pu-erh Tea)’를 생산하고 있다. 사실 홍차와 보이차는 윈난성을 대표하는 주요 특산품이다. 오랫동안 티 로드(Tea Road)의 출발지였던 푸얼시(普洱市)는 지금도 여전히 티 무역의 중심지다. 한때 많은 재배인들이 최근 보이병차의 열풍으로 시장이 새로이 열릴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면서 홍차와 녹차의 재배를 포기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윈난성은 유명한 ‘운남공부(雲南工夫, Yunnan Gong Fu)’ 등을 비롯해 아직까지도 홍차의 대표적인 생산지다.
남동 차구
남동 차구에는 도서 지방인 하이난성을 포함해 광둥성, 광시장족 자치구, 푸젠성이 있다. 이곳에서는 티의 6대 분류에 속한 수많은 유명 티들이 생산되고 있다. 대표적 티로는 안계철관음(安溪鐵觀音, Anxi Tie Guan Yin), 백호은침(白毫銀針, Bai Hao Yin Zhen), 백모단(白牡丹, Bai Mu Dan), 정화홍공부(政和紅工夫, Zhenghe Hong Gong Fu), 대홍포(大紅袍, Da Hong Pao), 육계(肉桂, Rou Gui), 자연향(自然香, Zhi Ran Xiang), 기란향(奇蘭香, Qi Lan Xiang), 황지향(皇枝香, Huang Zhi Xiang), 그리고 밀란향(蜜蘭香, Mi Ran Xiang)이 있다.
이곳에서 이와 같이 매우 다양한 종류의 티들이 생산되는 이유는 그 테루아적인 특성이 다양하기 때문인데, 특히 토양은 붉은색과 노란색의 점토가 뒤섞인 오래된 ‘치토(埴土)’가 유명하다. 치토는 진흙이 절반 이상 들어 있는 토양으로 모래를 일정 비율로 섞어서 보통 작물 재배에 알맞은 ‘양토(壤土)’로 사용하기에 좋다.
푸젠성 북부를 제외하고는 연평균 기온은 대부분 19~20도로서 온난하고, 연평균 강우량도 대체로 200~2000mm 정도다. 그리고 수확기는 연중 10개월로 가장 길다.
- 푸젠성(福建省, Fujian)
홍차와 우롱차의 발상지로서 아열대성 기후대에 속하는 푸젠성은 여름에는 덥고 습하고, 겨울에는 온난해 매우 다양한 티들이 생산되고 있다. 특히 우이산(武夷山)의 산악 암괴는 우롱차의 산지로 매우 유명하고, 안시현(安溪縣)에서는 품질이 뛰어난 매우 다양한 종류의 철관음(鐵觀音, Tie Guan Yin)들이 생산되고 있다. 이 지역은 다양한 유기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심토가 매우 풍부해 차나무로부터 최고 품질의 백차를 생산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허현(政和縣)과 젠양시(建陽市) 인근, 그리고 타이무산(太姥山) 일대는 푸젠성에서도 최고의 산지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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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차구와 강북차구는 다음 호에...
세계의 명차 57 _ 센차 (煎茶, SENCHA)
일본의 센차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찻잎의 수확 장소와 시기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그중에서도 일본 교토부의 우지시(宇治市)에서 나는 센차가 품질이 최고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이 시즈오카나 후쿠오카 지역에서 생산된다.
일본인들은 센차의 상큼한 향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수확한 찻잎을 증기로 찐 뒤 비벼서 가는 바늘 형태로 만들어 건조시키는 과정을 세 번 반복하는 작업을 통해 센차만의 독특한 특징들이 형성된다.
센차의 첫 수확은 4월에 이루어진다. 일본에서는 4월을 모든 일이 ‘시작되는 달이자, 새로운 계절의 시작’으로 보기 때문에, 이 시기에 출시되는 센차는 특별히 ‘신차(新茶, Shincha)’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마시는 법 300㎖ 용량의 서양식 티팟에는 6g 정도의 찻잎을 70~75℃의 물로 4분간 우린다. 자사호나 개완에는 ⅓가량의 찻잎을 70~75℃의 물로 30초~5분간 우린다.
※ 차의 이름은 ‘중국어 병음의 한글 표기법’에 따라 표기했다.
정승호
(사)한국티(TEA)협회 회장,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원장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은 국내 최초의 티(TEA)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 및 연구 기관이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맞게 외식 음료 산업의 티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백차, 녹차, 우롱차, 홍차, 보이차, 허브차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티를 시음하며 향미를 감별하는 훈련과정(Tea Tasting & Cupping)과 티 산지 연수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