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그 옛날 페르시아 제국으로서 마케도니아의 영웅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패하기 전까지 약 200년 동안 아시아와 유럽을 제패했던 나라다. 또한 지정학적으로 중국에서 인도로 이어져 유럽으로 운송되는 실크로드(티로드)와 인접해 16세기부터 막대한 양의 티를 수입한 역사도 있다. 그러한 역사와 함께 이란은 오늘날에도 티 생산량 세계 7위, 티 소비량 세계 10위를 자랑한다. 여기서는 이란의 기념비적인 티 명소와 함께 이란 전통 방식의 홍차인 소위 ‘페르시아 홍차(Persian Black Tea)’를 즐길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한다.
이란의 티 무역 기원
이란은 중국에서 인도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또는 티로드)와 인접해있어 15세기부터 티 무역을 시작했다. 16세기 사파비 왕조(Safavid Dynasty, 1501~1722)가 페르시아 제국 이후 이란 전역을 통일하고 가장 큰 제국을 세워 티 무역도 본격화되면서 티를 막대한 양으로 수입했다. 이때부터 티하우스인 ‘차이하나(Chaikhanah, 이하 티하우스)’가 들어섰으며, 당시 상류층, 부유층의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티를 즐기기 시작했다.
이런 티는 중국에서 육로로 유입됐기 때문에 오늘날 이란에서는 티(Tea)를 차이(Chay)라고 부른다. 이와 함께 이란에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티하우스에 서사나 종교적인 내용이 담긴 매우 정교한 그림들이 비치된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이란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등록된 나칼리(Naqqali)와 파르데 카니(Pardeh-Kkhani)로 이어졌다. 나칼리는 페르시아식 구연 극예술 공연, 파르데 카니는 천 위의 그림을 보고 서사나 종교적인 내용을 구연하는 이란의 전통문화다.
이 중 나칼리는 2016년 우리나라의 테헤란로 밀라드타워 콘서트홀에서 페르시아와 신라, 두 문명 간의 만남을 이야기로 풀어낸 바실라위드 나칼리 행사로도 선보인 적이 있는데, 이 나칼리가 티하우스에서 탄생한 문화라는 사실도 알아두면 좋을 듯 하다.
페르시아 홍차의 대부, 카시프 알 살타네
이란은 1935년 현재의 국명으로 바꾸기 전까지 기원전부터 여러 왕조에 걸쳐서 페르시아로 불렸다. 그런 페르시아에 차나무를 들여와 최초로 재배, 오늘날 이란 티의 대부 또는 페르시아 홍차(Persian Black Tea)의 대부로 칭송을 받는 사람이 있다. 바로 카시프 알 살타네(Kashef Al Saltaneh)다.
이란의 외교관이었던 그는 당시 막대한 티의 수입에 너무 많은 돈이 유출되는 상황에서 만약 이란에서 차나무를 기른다면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인도에서는 외국인에게 차나무의 재배 방식을 극비로 부쳤지만, 그는 1897년 인도로 건너가 연구 끝에 차나무의 재배 방식과 서식 기후를 파악해 이란의 북서부 도시인 라히잔(Lahijan)에 차나무를 밀반입, 배양을 최초로 성공했다. 그 뒤 라히잔을 포함해 길란(Gilan) 지방의 많은 사람들이 재배하면서 이란은 오늘날 세계 7위의 티 생산국이 됐다.
영국에는 중국에서 인도로 차나무를 밀반입, 재배해 인도 홍차(Indian Black Tea)를 탄생시켜 경제에 이바지한 로버트 포춘(Robert Fortune)이 있었다면, 이란에는 페르시아 홍차(Persian Black Tea)를 탄생시킨 카시프 알 살타네가 있었던 것이다.
티 산지 길란의 레스피나 호텔
이란의 대표적인 티 산지인 길란 지방의 라히잔시로 가면 현지의 페르시아 홍차, 즉 길란 티(Gilan Tea)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5성급 호텔이 있다. 바로 레스피나 호텔(Respina Hotel)이다. 호텔은 차나무의 재배지인 다원의 한복판에 있다. 그리고 다양한 식물로 장식된 가든형 카페, 전망과 풍경이 좋은 야외 테라스형 옥상 카페가 인상적이며, 특히 레스토랑에서는 현지에서 생산된 다양한 페르시아 티와 요리를 선보인다.
이곳 레스토랑에서는 이란 사람들이 허브와 스파이스를 많이 소비하는 만큼, 티 메뉴도 매우 색다른 허브 블렌딩 티, 스파이스 블렌딩 티들이 다수 차지하고 있다. 현지에서 생산된 길란 티(Gilan Tea), 모로칸 티, 마살라 티를 비롯해 보바인플라워(Bovine Flower), 장미, 광귤, 레몬, 시나몬을 블렌딩한 릴랙세이션 티(Rrelaxation Ttea), 애플 티에 시나몬을 첨가한 헬스 티, 다마스크장미(Damask Rose), 오렌지, 레몬, 카르다몸, 시나몬을 블렌딩한 베살 티(Besal Tea), 생강에 꿀을 넣은 진저 허니 티(Ginger Honey Tea), 쥐오줌풀을 블렌딩한 발레리언 보바인 티(Valerian Bovine Tea) 등이 그것이다.
이밖에도 파인애플, 블루베리, 수박, 복숭아, 포도, 딸기 등 다양한 과일 티와 커피, 그리고 풍성한 페르시아 요리도 즐길 수 있다.
이란을 방문한다면 이란 최초로 차나무를 재배한 길란 지방의 도시 라히잔에 들러 레스피나 호텔을 방문해 보자. 그 옛날 카시프알 살타네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페르시아 티와 요리들을 즐겨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진 출처_ https://hotelrespina.com
이란의 전통 티하우스를 간직한 에스피나스 인터내셔널 호텔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는 페르시아 시대의 전통 티하우스를 유지한 호텔도 있다. 5성급 호텔인 에스피나스 인터내셔널 호텔(Espinas International Hotel)이다.
이 호텔의 장점은 테헤란 중심부에 고층으로 지어져 어느 객실에서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주요 유적지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바피 왕조에 건립된 ‘꽃의 궁전’이라는 골레스탄 궁전(Golestan Palace)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네가레스탄 가든(Negarestan Garden), 세계적으로 유명한 주택으로서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모가담박물관(Moghadam Museum), 국립보석박물관 등과도 가까운 거리다.
이 호텔은 테헤란의 중심지에 있어 사통팔달인 것 외에도 다이닝 앤 카페가 최고급이다. 호텔 내의 페르시아 전통식 티 하우스에서는 페르시아 홍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허브 블렌딩 티를 즐길 수 있고, 또한 만다크 레스토랑(Mandak Restaurant)에서는 사모바르로 취향에 맞게 우려낸 티와 함께 페르시아 전통 요리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 출처_ http://international.espinashotels.com/gallery
https://apochi.com/attractions/tehran/golestan-palace
https://apochi.com/attractions/tehran/negarestan-garden
https://apochi.com/attractions/tehran/moghadam-museum
페르시아의 옛 수도 이스파한의 독특한 개성을 띤 티 명소들
- 아자데간 티하우스
이란 중부에는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옛 수도인 이스파한(Esfahan)이 있다. 이곳은 과거에 ‘페르시아 융단’의 산지로 유명한 고장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티 애호가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진 이색적인 티 명소가 있다. 바로 아자데간 티하우스(Azadegan Teahouse)다.
이 티하우스는 천장을 비롯해 사방이 주전자, 램프, 컵, 조리 기구 등 잡동사니들을 설치, 실내 장식이 매우 독특한 티하우스로서 전 세계 티 애호가들에게 매우 유명하다. 이곳에서도 페르시아 전통의 홍차, 커피나 다른 음료, 그리고 간단한 요리들을 즐길 수 있다.
이란에서는 홍차와 함께 ‘칸드(kand)’라는 각설탕이 대부분 함께 제공된다. 이것은 이란 사람들이 페르시아 시대부터 각설탕을 입에 머금고 홍차를 마시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상당히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이곳 티하우스에 이방인처럼 들러 티를 잠깐 즐겨 보기 바란다.
사진 출처_ Azadegan Teahouse
- 토란즈 푸드 콤플렉스
본래 무슬림이 다수를 이루는 이란 중부의 도시 이스파한 내, 역사적인 기독교도 지역인 졸파(Jolfa)에는 한번쯤은 찾아가 볼 만한 깜찍하고도 아담한 티하우스, 토란즈 푸드 콤플렉스(Toranj Food Complex)가 있다. 이곳은 호바네스 하우스(Hovanes House)라고도 한다.
이곳에서는 페르시아 홍차, 각종 허브 블렌딩 티, 스파이스와 허브가 듬뿍 든 전통 음식들을 우아하면서 아담한 실내 장식의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즐길 수 있다. 물론 홍차는 사모바르에서 우려내 찻잔에 따라 적당한 농도로 묽혀서 자신의 입맛에 맞게 즐기면 된다.
사진 출처_ Toranj Food Complex
- 바하르 나렌즈 카페
바하르 나렌즈 카페(Bahar Narenj Cafe)는 페르시아 티하우스의 전통적인 모습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이란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등록된 나칼리(Nnaqqali)와 ‘파르데 카니(Pardeh-Khani)’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대서사나 종교적인 이야기가 담긴 그림이 카페 내부의 벽화로 그려져 있는 것이다.
심지어 메뉴판, 식탁보에도 그림들이 담겨져 있다. 이곳에 들러 그림마다 이야기가 숨어 있는 장소에서 페르시아 방식의 홍차를 비롯해 각종 허브 블렌딩 티, 셰이크, 수프 등을 맛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사진 출처_ Bahar Narenj Cafe
- 파르항 카페
이란어로 ‘문화 카페’라는 의미인 파르항 카페(Farhang Cafe)는 첫인상부터가 방문객들에게 마치 고대 페르시아 제국 시대의 성곽을 찾은 느낌을 강렬하게 준다.
이곳은 티, 커피, 셰이크, 스낵을 비롯해 각종 허브와 스파이스가 가득한 페르시아 전통의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웅장하고 견고해 철옹성과도 같은 이곳에 들어앉아 페르시아 홍차를 한 잔 마시면서 그 옛날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이곳 페르시아 제국의 수도 이스파한을 어떻게 함락시켰을지 역사를 잠시 떠올려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사진 출처_ FARHANG Caf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