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호의 Tea Master 25] 녹차 대국, 일본_ 일본의 티 역사와 독특한 문화의 녹차 산업

2019.11.11 09:20:47

•‌티(Tea)는 서양에서 오직 차나무의 찻잎으로만 우린 음료를 지칭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차(茶)는 찻잎, 차나무, 찻물을 모두 지칭하고, 찻잎이 아닌 식물을 우린 음료도 차라고 표기하므로, 본 지면에서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찻잎을 사용한 상품을 ‘티(Tea)’로 표기한다.
•‌단, 중국 티의 이름은 우리나라 한자어 ‘茶’의 독음을 원칙으로 표기하고, 중국어 병음의 한글 표기법에 따른 이름도 병기했다. 단, 일본 티의 이름은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다.




일본은 8세기경 중국의 유학승으로부터 티가 전파된 이후로 매우 독특한 티 문화를 형성해 왔다.
일본인들은 티를 우리는 일을 예술적인 일이자 일생의 일로 여겼고, 이는 ‘차도(茶道)’라는 정신적 의식 문화로까지 발전됐다. 또한 도쿠가와 막부 시대를 거치면서 외부 세계와 차단된 채로 독창적인 티 문화와 가공 방식 등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오랜 전통의 일본 티 역사와 녹차를 중심으로 발달된 티 산업을 살펴본다. 

8세기경 중국에서는 티가 이미 대중적인 음료로 자리를 잡았다. 이 당시 중국에 유학을 나섰던 일본의 승려들이 귀국하면서 일본에 티(당시 말차)가 처음으로 유입되기에 이르렀다. 기록에 따르면, 중국의 티 문화를 일본에 최초로 전파한 사람은 불교 승려 사이초(最澄, 767~822) 였다고 한다. 이후 일본은 중국과의 긴장 관계로 인해 티 문화가 크게 발전하지 못하다가 12세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크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 임제종(臨濟宗)의 창시자인 에이사이(榮西, 1141~1215)가 1191년에 중국으로부터 차나무의 씨앗을 들여온 것이 큰 계기가 됐다. 이 당시 에이사이는 이 씨앗을 규슈(九州) 섬 북부인 히젠(肥前) 지역과 후쿠오카현(福岡縣) 하카타(博多) 지역의 한 수도원에 심었다고 전해진다. 이와 함께 티의 약리적인 효능도 널리 알려지고, 송나라 시대에 유행했던 티 문화도 함께 전파됐다. 바로 맛차(抹茶, 말차, Matcha)의 양식이다. 이 양식은 불교의 전파와 함께 일본의 차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큰 요소가 됐다. 

이때부터 티는 승려들과 귀족들을 중심으로 소비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상류층의 사람들은 높은 수준의 티 모임을 가졌고, 그와 동시에 무사 계층인 사무라이들도 티를 마시는 일들이 생활화됐다. 이로 인해 당시 일본에서는 티 테이스팅 경연 대회의 열풍이 일기도 했다.

한편 16세기부터는 걸출한 티 명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중 센노리큐는 오늘날 일본의 티 의식으로 유명한 ‘차노유(茶の湯)’의 체계를 확립하고, 선종 불교의 가치와 일본 티와 관련한 다양한 양식들을 정립했다.

그런데 17세기 도쿠가와 막부가 들어서면서 쇄국 정책이 200여 년 동안 펼쳐지자 일본은 외부 세계와 고립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때 티 문화가 일본 고유의 색을 지닌 독창성을 띠면서 발전의 시기를 겪게 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건은 1738년, 나가타니 쇼엔(永谷宗円, 1681~1778)이 찻잎을 증기로 찌는 증청 방식을 개발한 것이다. 이는 당시 가마솥 뚜껑에서 찻잎을 덖는 초청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방식이었다. 이 방법으로 찻잎에서 싱그러운 향이 풍기는 새로운 녹차가 개발됐고, 이는 당시 대중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세기에 이르러서는 메이지유신을 통해 서방 세계에 개방화되면서 녹차를 중심으로 미국에 수출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티의 수요가 급증하는 분위기 속에서 다카하시 겐조(高橋 謙造)가 가열식 회전 실린더를 발명하면서 일본은 티 생산의 산업화에 시작됨과 동시에 홍차도 처음으로 생산됐다. 이후 홍차 생산량이 급증했지만, 영국이 식민지인 인도에서 서양인들의 입맛에 맞는 ‘영국식 홍차’를 생산하면서 점차 홍차의 생산도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그로 인해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티의 생산을 수출이 아닌 내수 시장에 맞춰 녹차를 대부분 생산하고 있고, 생산 방식에서도 가지치기의 새로운 기술을 개발, 수확을 기계로 하면서부터 생산성도 크게 향상됐다. 

일본의 티 산업은 여러 단계를 거쳐 성장했다. 일본의 티 산업은 초창기부터 미국 등의 수출을 염두에 두고 성장했다. 1970년대 초까지 일본에서 홍차를 생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에 일본은 생산된 티의 소비가 거의 내수시장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티 수출량은 생산량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일본은 또한 녹차 생산에 집중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센차가 녹차 생산량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전통적인 티보다 커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티의 소비에서도 인도의 다르질링 홍차, 타이완의 고급 우롱차를 중심으로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 오늘날 찻잎에서 추출한 유효 성분을 원료로 사용해 다양한 산업 제품도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의 명차 69
저지대 티 : 고지대 티 : 뉴루와(HIGH GROWN: NELUWA) 홍차

누와라 엘리야, 딤불라, 그리고 우바는 스리랑카에서도 가장 유명한 티 생산지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티는 스리랑카 티 산업에서도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누와라 엘리야의 최고급 티는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지대에서 재배하는 차나무로부터 생산되는데, 보통 2월에서 4월 사이에 수확한다. 딤불라 지역의 다원들은 스리랑카의 중부에서 남부를 관통하는 산악 지역의 서쪽 비탈에 위치해 있으며, 우바의 다원들은 남동쪽 산자락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대부분의 고지대 티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유념기(揉捻機, Roller) 대신에 로터베인(Rotorvane, 유절기)을 사용해 생산된다. 로터베인의 가공 방식은 동일한 시간에 정통적인 방식에 비해 3배나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화 과정도 불과 몇 분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 이 과정에서 새싹들은 모두 제거되기 때문에, 새싹의 양 대신에 찻잎의 길이로 등급을 구분한다. 이때 등급은 모양새를 다지지 않은 채 세 등급(OPI, OPA, OP)으로 분류된다. 한편 고지대 티는 이러한 로터베인을 사용하지 않은 것을 최고 품질로 평가한다. 

마시는 법 ‌300ml 용량의 서양식 티 포트에는 6g 정도의 찻잎을 70~75℃의 물로 4분간 우린다.
자사호나 개완에는 ⅓가량의 찻잎을 70~75℃의 물로 30초~5분간 우린다.
※ 차의 이름은 ‘중국어 병음의 한글 표기법’에 따라 표기했다.

정승호
(사)한국티(TEA)협회 회장,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원장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은 국내 최초의 티(TEA)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 및 연구 기관이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맞게 외식 음료 산업의 티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백차, 녹차, 우롱차, 홍차, 보이차, 허브차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티를 시음하며 향미를 감별하는 훈련과정(Tea Tasting & Cupping)과 티 산지 연수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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