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티를 우려내 마실 때 입안 전체에서 느끼는 ‘맛의 깊이’는
사실 촉각을 통해 느끼는 질감과 관련이 있고,
질감은 우려낸 액상의 티에서 촉각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점성도와 깊은 연관을 가진다.
맛의 깊이를 더해 주는 질감에 대해 알아본다.
질감이란?
티를 우려내 마시면서 맛의 깊이를 더해 주는 요소가 바로 촉각을 통해 느끼는 질감이다. 질감은 맛을 느끼는 감각 기관인 혀를 통해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입술과 뺨 안쪽, 입천장, 그리고 혀의 합일 구조에서 촉각을 통해 느껴지는 통합적인 감각이다. 그런데 질감에는 우려낸 티의 점성도가 크게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와인의 세계에서도 이런 점성도에 따른 질감은 매우 중요한 평가 요소로 간주된다. 물론 티의 세계에서도 티테이스터들이 입안에서 총체적으로 느껴지는 이런 질감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는데 이를 ‘체성 감각(somesthesia)’이라고 한다.
함유 성분에 따른 질감의 차이
티는 점성도에 따라 독특한 질감을 보여 준다. 그런데 같은 점성도로 우려낸 티 일지라도 그 질감은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티에는 많은 화학 성분들이 내포돼 있지만,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함유 성분인 폴리페놀류의 타닌 성분에 따라서도 질감이 달라진다. 즉 폴리페놀의 분자 구조에 따라 맛의 깊이(질감)도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와인과 티는 타닌으로 인해 모두 쓴맛과 떫은맛을 띤다. 그런데 타닌은 입안이나 입술, 그리고 혀의 분포한 촉각 수용기에 직접 1차적으로 작용해 떫은맛이나 쓴맛을 느끼게 하는 것은 아니다. 타닌의 구성 성분이 저작 작용과 침을 통한 소화 작용을 거치면서 농도가 달라지는데, 이때 비로소 2차적으로 ‘떫은맛’과 ‘쓴맛’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러한 맛들은 점성도가 있는 수용액 상태인 침을 통해 입안, 혀, 입술로 퍼지면서 촉감의 범위가 확산돼 맛의 깊이인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물의 온도와 질감
물의 온도는 알다시피 티를 준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맛을 느끼는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음식이나 음료가 너무 뜨거우면 우리의 미각은 통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가지 감각에만 집중한다. 따라서 그 외의 감각들은 일시적으로 기능이 중지된다. 그런데 질감은 입안, 혀, 입술 등의 전체적인 촉각을 통해 느끼는 통합 감각이므로 온도가 너무 뜨거울 경우 전체적으로 온전하게 느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전문 티 테이스터들은 티의 미각과 후각을 포함해 전체적인 질감을 두드러지게 느끼면서 감별하기 위해 항상 티를 약간 식혀서 테이스팅 한다. 결국 맛의 깊이를 더해주는 질감은 점성도, 함유 성분, 온도 등에 의해 결정되는 통합적인 감각인 것이다.
세계의 명차 29
수이셴 (水仙茶, 수선차, SHUI XIAN) 청차
푸젠성 젠양시 수이지다(水吉大湖) 호의 주셴퉁(祝仙洞) 지역이 원산지인 청차(우롱차)이다. 주셴퉁 지역에서는 ‘주(祝)’와 ‘수이(水)’의 발음이 똑같아 이후 ‘수이셴’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수이셴차는 서양에서는 민북수선(閩北水仙, Min Bei Shui Xian), ‘워터스프릿(Water Spirit)’이라고도 한다. 오늘날에는 푸젠성 우이산시(또는 우이산 일대)의 산악 지대에서만 주로 생산된다. 다른 종류의 우이옌차(武夷岩茶, 무이암차)와 마찬가지로 색이 검붉은 색으로 매우 어두운 우롱차이다. 산화 정도는 약 40~50% 가량 된다. 독특한 점은 건조 과정이 끝나면 숯으로 향을 북돋는 작업(洪焙, 홍배)을 거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굽는 향과 숯 향이 난다. 오늘날 레스토랑에서는 수이센차를 딤섬과 함께 내기도 한다.
※ 차의 이름은 ‘중국어 병음의 한글 표기법’에 따라 표기했다.
마시는 법) 300㎖ 용량의 서양식 티팟에는 6g 정도의 찻잎을 70~75℃의 물로 4분간 우린다. 자사호나 개완에는 ⅓가량의 찻잎을 70~75℃의 물로 30초~5분간 우린다.
<2016년 3월 게재>
정승호
(사)한국티(TEA)협회 회장,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원장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은 국내 최초의 티(TEA)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 및 연구 기관이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맞게 외식 음료 산업의 티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백차, 녹차, 우롱차, 홍차, 보이차, 허브차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티를 시음하며 향미를 감별하는 훈련과정(Tea Tasting&Cupping)과 티 산지 연수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