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호의 Tea Panorama 27] 맛의 생리학!

2015.12.17 10:03:34

우리는 음식을 먹고, 마시며 다양한 맛을 느낀다. 자각의 여부에 관계없이 맛을 느끼는 ‘미각(테이스트, Taste)’과 ‘후각(올팩토리, Olfactory)’은 상상 이상으로 훨씬 더 복잡한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차의 가치를 온전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미각과 후각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맛을 볼 때는 여러 감각을 이용하게 되는데, 미각 뿐만 아니라 후각도 이용해 찻잎이 함유한 방향성 물질의 향을 맡을 수 있는 것이다. 차 한 잔이 앞에 놓여 있을 때, 우리는 가장 먼저 시각을 통해 차의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상상한다. 그 후 차에서 풍기는 향을 통해서 차에 대한 느낌을 받고, 찻잔이 입에 닿을 때는 차의 온도를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입안으로 넘어가는 찻물을 통해 그 맛을 느끼는 것이다. 이때 특정 방향성 성분들은 기체의 상태로 입안으로 들어가 비강을 역류해 날숨으로 나오면서 향으로 감지된다.


들숨으로 ‘냄새’를, 날숨으로 ‘향’을
후각은 두 가지의 메커니즘이 있다. 방향성 물질들을 코(비강)로 들이마시면서 감지하는 ‘직접적인 후각(Direct Olfactory)’과 입안에서 비강으로 역류시켜 숨을 내쉬면서 감지하는 ‘역류성 비강 후각(Reto-Nasal Olfactory)’이다. 이때 들숨으로 직접적인 후각을 통해 감지하는 것이 ‘냄새(Smell)’, 날숨으로 역류성 비강 후각을 통해 감지하는 것이 ‘향(Aroma)’이다. 전문 티테이스터들은 이 역류성 비강 후각을 통해 티의 방향적 특성을 보다 더 강렬하게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인식된 냄새와 향은 미각을 통한 감각과 결합해 맛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예컨대 감기에 걸려 후각이 약화되었을 경우, 음식의 맛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은 모두 이 때문이다.


차의 맛 메커니즘
전문 티테이스터들은 차에서 느낀 후각과 미각을 합쳐 통합 감각인 맛의 정의를 내린다. 이 맛은 차의 종류와 방향성 화합물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신맛, 쓴맛, 단맛으로 구성된다. 짠맛이 나는 차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본래의 맛은 비교적 빨리 사라진다. 대신에 찻물이 침과 접촉하면서부터 새로운 맛이 또다시 생겨난다. 따라서 차의 맛은 본래의 맛뿐 아니라 새로이 생기는 맛도 음미해야 한다. 그런데 각기 다른 감각들은 모두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따로 분리해 인식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 감각 기관을 담당하는 뉴런들의 맛에 관한 신호들은 통합 과정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이러한 과정은 맛의 즐거움을 느끼는 부분과 언어로 표현되는 부분으로 다시 나뉘어 뇌의 각기 다른 부위에서 처리된다.

훌륭한 티테이스터란?
맛을 느끼는 것에 대한 연구는 최근 뇌신경과학을 통해 크게 진전되고 있다. 이들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훌륭한 티테이스터는 선천적으로 감각 수용기관을 특별히 타고난 사람이 아니다. 과거의 경험 등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여 복잡한 세 요소의 관계를 잘 이해하는 사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의 세 요소는 물리적인 ‘감각’과 감각을 언어로 잘 표현하는 ‘의식의 메커니즘’, 그리고 ‘즐거움’이다. 즉 훌륭한 티테이스터는 차를 마실 때 어떤 감각 기관들이 사용되고, 또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면서 그 맛의 즐거움을 언어로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세계의 명차 26

안시톄관인(安溪鐵觀音,
안계철관음, ANXI TIE GUAN YIN) 청차

푸젠성 안시현에서 생산되는 반산화차인 청차(우롱차)다. 추이톄관인(翠鐵觀音, Jade Tie Guan Yin)이라고도 한다. 보통 안시현에서 생산되는 톄관인은 전통적인 톄관인과는 달리 오직 찻잎의 10%만 산화시켜 만든다.
이로 인하여 안시톄관인에서는 진한 꽃향기와 신선한 약초 향이 풍긴다.
지난 몇 년간 중국에서는 가볍게 산화시킨 청차(우롱차)가 큰 인기를 얻었다. 이런 시장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차나무의 재배인들이 그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예전에 룽징(龍井, Long Jing)이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이 차의 성공은 안시현 밖에서도 수많은 농부들이 톄관인을 생산하는 차나무를 심는 계기가 되었다.

※ 차의 이름은 ‘중국어 병음의 한글 표기법’에 따라 표기했다.
마시는 법) 300㎖ 용량의 서양식 티팟에는 6g 정도의 찻잎을 70~75℃의 물로 4분간 우린다. 자사호나 개완에는 ⅓가량의 찻잎을 70~75℃의 물로 30초~5분간 우린다.

<2015년 12월 게재>


정승호
(사)한국티(TEA)협회 회장,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원장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은 국내 최초의 티(TEA)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 및 연구 기관이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맞게 외식 음료 산업의 티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백차, 녹차, 우롱차, 홍차, 보이차, 허브차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티를 시음하며 향미를 감별하는 훈련과정(Tea Tasting&Cupping)과 티 산지 연수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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