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호의 Tea Master 49] 티의 명소를 찾아서 ⑤ 동유럽의 티 명소들

2021.11.28 09:00:53

- 차요브니, 티 하우스에서 바이에른, 보헤미안 스타일로 티를 즐기는 동유럽의 티 명소들



 

동유럽은 실크로드 경로였던 러시아에 비해서 티 문화의 전파 시기가 비교적 늦었다. 그러나 동유럽의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보스니아 등에서는 각 지역의 풍속과 결합해 매우 독특한 티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폴란드의 바이에른풍 밀크 티, 체코, 슬로바키아의 보헤미안풍 스페셜티 티를 즐길 수 있는 동유럽의 티 명소를 소개한다.

 

바이에른풍 밀크티, ‘바바르카(Bawarka)’로 유명한 폴란드

 

 

폴란드는 17세기에 폴란드·리투아니아 연합국으로 당시 유럽에서도 최강국이었지만 18세기에 이르러 국력이 쇠퇴해 프러시아, 러시아, 오스트리아의 3국 분할 통치를 받았다. 이와 함께 티가 유입된 역사도 다른 서유럽 국가와 비슷하다. 그러나 1949년 소련에 의해 공산화된 뒤로 티의 문화도 쇠퇴했는데, 1989년 자유노조의 독립운동으로 공산정권이 붕괴하면서 경제 개방과 함께 티문화도 새롭게 활기를 띠었다.

 

 

오늘날 폴란드는 티 소비량이 세계 20위권으로 국민의 티 소비가 많은 나라다. 그중 허브티, 푸르트 티의 소비가 많으며, 홍차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 바이에른식 밀크티인 ‘바바르카’도 국민 티 음료다. 따라서 폴란드에는 폴란드 민속 고유의 티를 즐길 수 있는 명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 터키식 디자인 티룸을 선보이는 차요브니아(Czajownia) 티 하우스

폴란드의 옛 수도, 오늘날엔 제2의 도시인 크라코프(Krakow)의 카지메즈(Kazimierz)의 중심부에는 아주 매혹적인 티 하우스, ‘챠요브니아’가 있다. 이곳에서는 터키식으로 디자인된 티 룸에서는 전 세계 각지에서 생산된 100여 종 이상의 고품질 티를 직접 맛볼 수 있다. 매년 관리자들을 티의 산지에 파견해 관리를 통해 수입된 티의 신선도와 품질을 검사한 뒤 엄선해 티를 고객들에게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양의 티로는 중국의 6대 차류와 일본의 산지에서 나는 모든 종류의 녹차, 한국의 녹차, 인도산의 오서독스 홍차를 비롯해 루이보스, 예르바 마테 등 다양한 허브티, 꽃 향이 다채롭게 풍부한 플레이버드 티, 그리고 푸르트 티들도 함께 구비하고 있어 고객들이 티를 즐길 수 있는 폭이 매우 넓다. 물론 폴란드 고유의 허브티와 전통 바이에른식 밀크 티인 ‘바바르카’도 제공된다.

 

여름철에는 정원형 티 룸의 전원적인 풍경 속에서 아이스티를 포함해 차가운 티도 있다.

 

한편, 이곳은 특별히 동양의 티 준비 방식에 많은 노하우를 쌓고 있는데, 일본의 차도, 중국 공부식의 티 준비 방식과 관련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2006년부터 이곳을 찾는 고객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출처_ https://czajowniakrakow.pl/naszeherbaty

 

수도의 티 숍 뒷골목으로 유명한 에스토니아

 

 

발트해 동부에 위치하는 에스토니아는 18세기부터 이미 티 소비 문화가 발달했던 러시아 제국의 통치를 받아 티의 문화가 유입돼 있었다. 1918년 소련에 합병된 뒤로 티 소비문화도 많이 위축됐었지만 1991년 독립한 뒤 개방화와 함께 많이 되살아나 오늘날에는 동유럽 국가 중에서도 매력적이고 독특한 티 숍이 많기로 유명하다.

 

 

- 티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차도(Chado)

에스토니아의 수도이자 항만도시, 그리고 일광욕의 해수욕장으로도 유명한 탈린(Tallin)의 뒷골목을 거닐다 보면 매혹적인 동양풍의 티 숍들이 찾아볼 수 있다. 그 티 숍들 한 곳 한 곳마다 모두가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티 숍인 ‘차도’가 티 애호가들이라면 한 번쯤은 찾아가 볼 만한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 티 숍에 들어서면 매우 희귀한 다기 등의 각종 수집품들이 진열돼 있어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티를 즐길 수 있다. 이곳 주인 또한 티에 대한 강한 열정을 지닌 티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티들은 세계 각지로부터 온 갖춰진 6대 차류, 블렌딩 티, 허브티 등으로 모두 산지에서 윤리적,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스페셜티 티들이다.

 

 

또한 각종 이색적인 다기들도 티 애호가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고, 전문가인 주인장으로부터는 티를 준비하는 완벽한 방식도 배울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에스토니아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이곳 티 숍을 찾아 잠시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다.

사진 출처_ www.chado.ee

https://www.facebook.com/chadoteepood/

 

보헤미안의 나라, 체코

 

 

체코의 보헤미아 지방에는 오래전부터 방랑자인 집시들이 많이 거주해 사람들은 그 집시들을 보헤미안으로 불렀다. 집시 문화도 있고해 티 문화도 역사가 깊을 것으로 언뜻 생각되지만, 실은 19세기 후반까지 체코에는 티 문화가 유입되지 않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수도인 프라하에 수많은 차요브니(Čajovny)(티 하우스)들이 들어섰다.

 

 

1968년에 공산주의 국가가 되면서 티 하우스들이 많이 쇠퇴했는데, 1989년 벨벳혁명(Sametová Revoluce)을 통해 ‘피를 흘리지 않는 혁명’에 성공하면서 티 문화도 서서히 성장하기 시작해 오늘날에는 체코 전역에서 티 하우스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프라하의 벨벳혁명이 ‘티’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있어 티 애호가들에게는 흥미로움을 더한다.

 

 

- 벨벳혁명으로 탄생한 티 룸, ‘도브라 차요브나(Dobrá Čajovna)’

체코에는 공산정권의 붕괴를 촉발한 ‘벨벳혁명’이 실은 ‘티’로 촉발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보스턴 티 파티(Boston Tea Party)’ 사건이 미국의 독립 전쟁을 촉발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졌지만, 체코에서 ‘티 혁명’으로 공산정권이 붕괴됐다는 이야기는 낯설 수도 있다.

 

 

1980년대 후반 당시 체코슬로바키아는 외환이 부족한 상태로 일부 청년 티 애호가 그룹이 티를 밀수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때 고품질의 티들은 정치인, 관료, 군인 등 일부 엘리트층에게만 독점 거래되면서 이것이 빌미가 된 결과,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벨벳혁명이 일어나 1989년 공산주의가 붕괴됐다는 것이다.

 

 

그 뒤 1992년 ‘티 애호가협회’가 결성됐고, 이듬해 ‘보헤미안풍의 티 룸’이 수도 프라하에 생겼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도브라 차요브나’다. 체코어로 차요브나는 ‘티 룸’이라는 뜻이다. 벨벳혁명이 ‘티 혁명’이고, 그것이 정권 붕괴로 이어졌으며, 그로 탄생한 것이 도브라 차요브나라는 점에서 실로 역사적인 티 명소가 아닐 수 없다.

 

 

이곳에서 선보이는 티들은 티 전문가들이 전 세계 수백 여 개의 티 가공공장, 야생 다원, 그리고 수천 명에 달하는 산지의 티 마스터들을 직접 방문해 만나 품질을 관리, 티의 품질도 최고급을 자랑하고 있다.

 

 

보헤미안의 땅 체코를 방문한다면 수도 프라하의 이곳 티 하우스에 들러 티 한 잔에 당시 역사적인 순간을 잠시 떠올려 보는 것도 좋다.

사진 출처_ www.dobratea.eu/our-history

 

체코와 비슷한 티 문화의 슬로바키아

 

슬로바키아도 체코와 함께 체코슬로바키아로서 공산주의 국가였다가 체코와 마찬가지로 벨벳혁명으로 공산정권이 붕괴된 뒤 1993년 체코와 분리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티와 관련한 문화는 앞서 소개한 체코와 비슷하다. 오늘날 슬로바키아에서는 차요브나를 전국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보헤미안풍의 차요브나 포드제미(ČJOVŇ V PODZEMÍ)

 

슬로바키아에서도 수도 브라티슬라바(Bratislava)의 중심부 뒷골목 지역에서 티 숍들을 간간이 찾아볼 수 있다. 마치 서울 한복판 종로의 골목길 사이사이로 전통 찻집을 찾아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브라티슬라바에는 수많은 티 숍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차요브나 포드제미의 티 숍은 한 번쯤은 찾아가 볼 만하다. 이 티 숍에서 내걸고 있는 사항은 근심, 걱정거리, 스트레스를 없애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환영한다는 것인데, 그 내용대로 건물 자체도 보헤미안(집시) 전통의 건물 형태이고, 실내 장식도 매우 자유분방하고 고즈넉해 집시풍을 물씬 느낄 수 있도록 설계돼 편안한 마음으로 티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한편 이곳에서는 고품질의 티, 티잰(Tisane), 허브티들이 갖춰져 있는데, 특히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채식주의자(Vegetarian), 철저한 채식주의자(Vegan)도 그들에게 적합한 티 푸드를 티 룸에서 간단히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보헤미안풍의 분위기 속에서 티를 즐길 수 있는 티 명소다.

사진 출처_ www.podzemicko.sk



 

 



정승호 칼럼니스트 shawn@teasommeli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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