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이하 여의도 메리어트)의 13년차 프랜차이즈 멤버로서 여의도의 지리적 입지와 단골고객의 성향, 함께하고 있는 직원들의 분위기까지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김명희 과장은 특이하게도 다른 호텔에는 없는 식음료 판촉팀의 수장이다. 대개 한곳에 오래 머물면 안주하게 될 법도 한데 그는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동료들과 같이 성장하고자 하는 리더십, 그리고 오랜 벗 같은 단골손님에게는 편안함을, 새롭게 찾아오는 고객에게는 친근함을 발휘하며 여의도 메리어트의 F&B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장점들을 뽐내고 있다. 레스토랑의 식음업장이 축소되고 있는 요즘, 김명희 과장의 세일즈 철학과 전략은 무엇일까? 여의도 메리어트에서 파크카페 세일즈 총괄을 맡고있는 그를 만나 소믈리에이자 호텔 레스토랑의 세일즈 팀장으로서 지나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방에서 시작된 서비스에 대한 관심
그의 몸속에는 타고난 세일즈 DNA가 있었던 것일까. 호텔조리식당경영학과 출신인 김명히 과장은 처음부터 와인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대학교에서 조리를 배우면서 조리에 필요한 음료를 곁들여 배우는 정도였지 당시만 해도 요리사로서의 길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조리 실력을 갈고 닦는데에 열중하던 그는 대학 졸업 후 경험을 쌓기 위해 압구정의 작은 파스타 가게에서 주방 막내로 들어가게 됐다. 당시를 회상하며 그는 “실제로 현업에 뛰어든 것이 그때가 처음이라 학교에서 조리 수업에만 열중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서비스 직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기본적인 접객 서비스는 물론이고 손님에게 추가 주문을 이끌어내기 위한 프로모션이나 음료를 어필하는 과정을 직접 보니 더 할 수 있는데 어느 수준에서 멈춰버리는 느낌이 있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한다.
아쉬움도 잠시,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헤드셰프에게 프로모션을 제안했다. 당시 몬테스 와인이 인기가 있을 때여서 시그니처 메뉴인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음식과 와인을 함께 마시는 페어링의 개념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음식과 와인의 시너지가 배가 돼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고, 그는 음료 매출의 비중이 크지 않던 시기에 음료 프로모션의 가능성을 경험하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주방에서 홀로, 셰프에서 소믈리에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호텔 레스토랑 세일즈의 의미
호텔의 식음 업장은 호텔의 격이나 이미지를 나타내지만 사실 수익을 바라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객실 ADR도 떨어져가는 요즘, F&B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호텔들은 대부분 식음 업장을 줄이거나 비공식적인 외주화를 통해 운영하는 방향으로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식음료 판촉이라니.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소 의아하기도 한 이 보직을 맡게 됐다.
김명희 과장은 2007년 여의도 메리어트의 F&B 오픈 멤버로 입사 후 2014년부터 판촉부서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식음 세일즈라는 포지션은 2013년 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에서 호텔의 레스토랑이 이제 단순히 호텔 레스토랑이라는 타이틀로만 어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 식음료 파트도 누군가 전문적으로 관리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닿아 F&B 파트에도 세일즈 매니저를 두라는 지침이 내려오면서부터 생겨났다고 한다. 당시 그렇게 여의도를 포함해 반포와 동대문의 메리어트에 식음 판촉팀이 포지셔닝 됐다고. 그는 “당시 와인이나 다른 음료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물’ 매출을 높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동안 무료로 받아오던 물을 값을 지불하고 마시는 데 익숙하지 않았던 터라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던 중 텐트 카드와 같이 작은 요소지만 한번 보여주고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프로모션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식음료 파트에도 세일즈의 필요성을 더욱 깨닫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파크카페의 프랜차이즈 스타
식음 세일즈도 객실과 마찬가지로 식음료를 판촉하는 활동을 한다. 김명희 과장은 여의도 메리어트의 파크카페에서 주로 웨딩과 기업연, 가족연 그리고 와인 컨설팅을 포함해 와인 리스팅, 행사, 디너 이벤트와 같은 식음료 관련 행사들도 기획하고 운영한다. 아무래도 여의도라는 지역적 특성상 주로 연예인, 유명 정치인들이 그의 주 고객. 여의도 메리어트의 시그니처 이벤트로 만든 ‘수요 와인바자’나 ‘와인 뷔페’, 테마별 ‘갈라디너’는 인근 직장인에게도 사랑받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다른 호텔에는 없는, 게다가 식음료 업장이 그렇게 다양하지도 않은 여의도 메리어트에 여전히 식음 판촉부서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일관성 있는 컨설팅, 안정적인 행사 진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이야기했다. 일반적인 호텔의 경우 전체 세일즈 부서에서는 판매만 이뤄지고 정작 이벤트나 행사 진행은 F&B에서 맡게 되므로 인수인계를 한다고 해도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두 번 이야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커뮤니케이션의 미스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식음 세일즈에서는 클라이언트와의 계약에서부터 행사 마무리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기 때문에 클라이언트도 편하고, 행사 진행도 안정적이다.
그는 “세일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계약이 완료됐다고, 행사가 끝났다고 그대로 끝을 내버리면 다음 세일즈는 없다. 오늘의 클라이언트가 내일 다른 클라이언트가 될 수 있고, 기업 행사로 방문했던 분들이 개인적인 행사를 계획하기 위해 다시 우리 레스토랑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세일즈는 엮어낼 수 있는 연결고리들을 어떻게 연결 짓느냐에 따라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 판가름이 나는 것”이라며 덧붙여 그 모든 과정에 바탕이 돼야 하는 것이 바로 신뢰라고 강조한다. 매출 2~3만 원 차이에 연연하기보다 금액을 조율하고자 하는 손님의 상황을 헤아리고 최대한 그 수준에 맞추는 것. 이렇게 신뢰를 중시하는 그의 신념이 바탕이 돼 파크카페의 이벤트는 믿고 맡겨도 된다는 후기들이 자자하다. 이미 5년째 매년 연말이 되면 송년회를 위해 파크카페를 찾는 단골 기업도 생겼다고. 호텔의 식음료에 대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 김명희 과장의 세심한 터치가 앞으로 어떻게 파크카페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갈지 기대가 된다.
Interview
“호텔 F&B가 가진 최대 강점 살려
지역이 필요한 레스토랑 포지셔닝 이룰 것”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서울 식음료 김명희 판촉 과장
식음료 판촉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팀의 리더로서 약 6년간 식음 세일즈를 맡고 있는데 식음 세일즈를 맡게 된 당시 소감을 이야기한다면?
전에 없던 부서였기 때문에 물론 어려움이 많았다. 반포나 동대문은 업장이 다양해 세일즈에 대한 다양한 방향성 제시가 가능한데 여의도의 경우에는 파크카페 한군데서 모든 것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여의도라는 지리적 특성을 토대로 나만의 강점을 발휘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단순히 레스토랑을 예약해주고 관리해주는 취지에서 벗어나 고객이 우리 파크카페를 예약하고, 일정을 마치고 떠날 때까지 필요한 모든 접점에 자리할 수 있도록 했다.
식음 세일즈 업무를 담당함에 있어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노력해 왔는지 궁금하다.
파크카페 세일즈에 있어 나만의 접점을 ‘와인’으로 승화시켰다. 당시 다행히도 외식문화에서 와인의 포션이 점점 커지고 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접할 기회는 많지만 “이 와인을 어떻게 마셔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토로하는 고객이 대부분이었고, 그렇게 손님들의 와인에 대한 고민을 레스토랑에서 해결해주면서 조금씩 관계를 맺어가게 됐던 것 같다.
와인은 혼자 마시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좋은 분위기, 그리고 맛있는 마리아주와 함께 즐기는 사람들이 어우러져야 배가 되는 음료다. 그렇기 때문에 손님이 어려워하던 와인을 우리 레스토랑에서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와인에 대한 스토리, 이 와인은 어떤 이가 즐겨 마셨고 어떻게 마셔야 풍미를 더 느낄 수 있을지 이야기를 얹었다. 일단 손님의 와인이 내 손에 들어오면 떠나는 시점까지 계속해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다(웃음). 그렇게 하다 보면 손님에게는 자연스럽게 해당 와인에 대한 정보가 쌓이고, 맛있게 마신 와인은 그때의 분위기와 이미지가 더해져 기억에 남게 된다. 또 다른 자리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대화 주제 거리가 생기기도 하고. 이전까지 한 종류의 와인만 찾았던 고객들이 보다 다양한 와인을 접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면서 다른 고객을 소개해주고, 그렇게 컨설팅을 하면서 파악한 고객들의 니즈로 또 다른 행사 아이디어를 얻는 식으로 긍정적인 연쇄작용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진행해왔던 많은 행사가 있었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3년 전 일이다. 연말의 행사였는데 어느 회사 대표님의 퇴임식 겸 새로운 대표님의 취임식, 그리고 송년회까지 겸하는 매우 중요한 행사였다. 그런데 행사를 9일 앞둔 토요일, 호텔에서 부서미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행사와 관련해 연락하고 있던 담당자에게 연락이 와 ‘내일 모래 월요일’ 행사 준비는 잘 돼 가고 있냐고 물어보더라. 그럴 리가 없는데 순간 온몸에 식은땀이 나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확인해보니 담당자의 실수로 계약을 원래 날짜보다 한 주 뒤인 날로 해버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담당 직원에 책임을 물고 행사를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당시 행사가 30~40명가량 되는 규모였는데 스테이크며 식자재며 이미 발주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지만 온 마트와 식자재 거래처에 문의하는 등의 노력으로 행사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아찔했던 3일을 잘 보내고 나니 담당 직원은 연신 고마움을 표시했고, 덕분인지 그 일을 계기로 새로운 관계도 맺게 돼 작게는 팀 빌딩이나 송년회까지 꾸준히 우리 파크카페에서 진행하고 있다. 마무리가 잘 돼 다행이긴 하지만 당시 상황을 떠올릴 때마다 등골이 오싹하다. 만약 반대로 내 실수였다면? 이렇게 생각할 때마다 아찔해 그날 이후로 특히 예약 날짜에 대한 것은 더욱 철저히 더블 체크하는 습관이 생겼다(웃음).
‘수요 와인바자’, ‘와인 뷔페’, ‘갈라디너’ 등 기획한 다양한 행사들이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다 들었다. 행사 기획 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여의도 메리어트만의 스타일을 강조하는 것이다. 사실 와인바자나 와인 뷔페, 갈라디너와 같은 것들은 다른 호텔들에서도 스테디하게 운영되고 있는 이벤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이벤트를 하던 ‘우리만의 것’으로 완벽히 소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즐겁지 않으면 고객도 편하게 즐길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직원들은 하나같이 다재다능한 끼를 가지고 있어 자연스럽게 한마음 한뜻으로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큰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4월에 진행했던 ‘두발 프리덤 갈라디너’와 같은 경우에는 레트로를 콘셉트로 진행했는데 근무하는 이들의 복장을 직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테마 코스튬을 했다. ‘조상님 느낌 아는 뉴관순’, ‘스테이크 배달한 진숙 누나’, ‘연쇄할인범’, ‘마이클짝슨’ 등과 같이 재미난 이름을 붙이고 딱딱한 디너가 아닌 직원들부터 재미있게 손님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손님도 손님이지만 직원들이 싫은 내색 없이 진심에서 우러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또 다른 보람과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던 것 같다.
이야기한 것처럼 직원들의 분위기가 남다르다는 피드백을 많이 들었다. 호텔을 방문하는 고객 중에 단골이 많은 이유일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주변에서 여의도 메리어트를 중장년층의 핫플레이스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지역적 특성상 연령층이 높은 고객들이 많아 인테리어도 중후한 느낌이 있고 문턱이 높을 것 같아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가 있어 이를 완화시키고자 노력한 결과인 것 같다. 팀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늘 유니폼을 갈아입는 순간 연극 무대의 배우가 된 듯 마인드컨트롤 하라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도 유니폼을 입으면 평소와 달라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명의 손님을 보지만 다른 손님들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나의 찡그린 모습, 불편해하는 모습이 어느 순간 거울에 비칠 수도 있고, 다른 고객에게 캐치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확인하고 손님과의 오해를 최대한 풀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직원들의 이러한 노력과, 노력하지 않아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손님들에 대한 애정이 여의도 메리어트만의 ‘편안함’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
점점 호텔 레스토랑의 입지가 협소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식음 세일즈 과장으로서 호텔 레스토랑이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주위를 둘러보면 예쁘고 멋있고 럭셔리한 공간, 그리고 맛있는 음식과 음료를 접할 수 있는 레스토랑은 아주 많다. 중요한 것은 그 많은 레스토랑 중에 호텔 레스토랑이 가져갈 수 있는 강점과 우리 호텔이 어떻게 포지셔닝 할 것인지 흐름을 정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의도 메리어트 파크카페가 강조하는 것과 실제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신뢰와 친근함을 형성하는 일이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살리고 그것을 어떻게 호텔의 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호텔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인 위생. 호텔 레스토랑의 경우 특히 글로벌 프랜차이즈들은 꾸준한 레포트 작성과 수시로 이뤄지는 점검, 그리고 청결관리에 대한 매뉴얼도 검증된 스탠더드가 있기 때문에 레스토랑 위생에 대해 더욱 민감해지는 요즘, 호텔 레스토랑이 차별화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식음 세일즈와 관련해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나?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최근 한국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 한국음식과 와인을 페어링하는 행사를 진행해볼 계획이다. 한국와인은 제2회 한국와인대상 심사를 계기로 알게 됐는데, 당시만 해도 QC가 일정하지 않았던 와인들이 최근 접할 기회가 많아 생산자분들도 만나보고 와인도 접해보니 놀라울 정도로 퀄리티가 좋아졌더라. 또한 최근에 한국와인을 리스팅한 호텔들이 조금씩 생겨나면서 그동안 판매 루트가 명확하지 않아서 어려웠던 부분도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는 듯 해 한번 파크카페에서 한국와인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해보고 싶다. 더욱이 우리 호텔에는 정계 인사들의 미팅이 많기 때문에 한국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파크카페에서만이 할 수 있는 것들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여의도 메리어트 파크카페는 이렇듯 파크카페에서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