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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verage People] 브루어리에서 만든 맥주 탭스터가 완성하다_ 연희동 탭스터 안광호 대표



황금빛 액체에 새하얗고 풍성한 거품. 잘 따른 맥주 한잔은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감이 느껴진다. 다른 술들에 비해 유독 잘 따라 마셔야 할 것 같은 맥주는 실제로 맥주를 따르는 방식과 이로 인해 생기는 거품, 적정한 서브 온도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수입·수제맥주의 열풍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맥주에 대한 관심이 다변화되고 있는 가운데 맥주 소비국으로 유명한 체코나 독일, 미국과 같은 나라의 맥주를 마실 때면 늘 현지의 맛이 궁금해지곤 한다.

그런데 국내에서 해외 브루어리에서 추구하는 맥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탭스터(Tapster)’가 있는 곳이다. 탭스터는 체코 필스너 우르켈 본사에서 인증하는 맥주 전문가로, 이들은 브루어리에서 정성스럽게 만든 맥주를 철저한 장비와 최상의 맥주 컨디션 관리, 푸어링(잔에 따르는 행위) 기술을 통해 소비자에게 완벽한 한잔의 맥주를 제공한다. 국내에는 현재 12명의 탭스터가 활동하고 있는데, 연희동 탭스터에는 2명의 탭스터가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맥주와 맥주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맥주의 나라 체코에서 인증하는 탭스터는 어떤 이들일까? 연희동 탭스터의 안광호 대표를 만나 탭스터의 세계, 그리고 연희동 탭스터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브루어리의 고민에서 탄생된 ‘탭스터’
세계 최고의 라거맥주 브랜드로 알려진 체코의 *필스너 우르켈이 2016년부터 육성하기 시작한 탭스터는 브루어의 손길에서 갓 생산된 맛있는 맥주를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필스너 우르켈 브루어리의 고민 끝에 탄생했다.

“단백질이 많은 맥주는 맥주가 닿는 모든 장비의 위생 상태에 따라 맛이 쉽게 변질되고, 푸어링, 음용 방법에 따라 맛이 천지 차이다. 더구나 수입 과정을 거치는 맥주의 경우엔 더욱 맥주가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핫라인이 어떻게 각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지에 따라 맥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된다. 탭스터는 브루어리에서 최초 탄생된 맥주를 ‘브루어가 의도한 맛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해주는 중간 전달자라고 보면 된다.” 연희동 탭스터의 안광호 대표(이하 안 대표)가 이야기하는 탭스터는 맥주 지식을 토대로 현지 브루어리에서 최상의 상태로 출고된 맥주의 컨디션을 조절, 정확한 푸어링으로 소비자에게 완벽한 맥주의 맛과 향을 전하는 비어 마스터다. 현재 탭스터는 전 세계에서 304명이 활동 중이고, 그중에서 국내에는 안광호 대표를 포함해 12명의 탭스터가 각자 11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탭스터의 인증은 펍(생맥주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매장을 일컬음)에서의 경력을 통해 맥주 서브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고, 맥주에 대한 열정이 있는 이들이 브루어리에 추천서를 제출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후 경력, 맥주에 대한 이해도, 기본지식, 향후 맥주 창업에 대한 비전 등을 기준으로 선발된 이들은 일정에 맞춰 체코에 방문, 일주일 동안 트레이닝을 거쳐 최종 테스트에 통과해야 탭스터 자격이 주어진다. 트레이닝을 통해서는 체코 현지 탭스터 펍에서의 실습과 브루어리에서 역량교육을 이수하고, 테스트는 이론과 실습, 실기 테스트의 점수를 총 합산한 결과로 인증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최종적으로 인정받은 탭스터에게는 훈장과도 같은 시그니처 앞치마와 배지를 수여하는데 앞치마에는 탭스터의 이름과 넘버링이 새겨진다.



연희동에서 현지 브루어리의 맥주를 느끼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탭스터도 맥주 한잔이 생각나 지나칠 수 없는 그런 연희동의 방앗간 같은 곳이 되고자 한다.” 도심 속 한적한 정원같은 동네 연희동에 위치한 탭스터는 지난해 가을에 오픈, 빠른 입소문을 타며 연희동을 찾는 맥주 덕후들의 아지트가 됐다. 다른 탭스터들이 운영하는 매장과 다르게 연희동 탭스터에는 안 대표와 그를 따라 탭스터의 길을 함께 걷기 시작한 박진웅 매니저, 두 명의 탭스터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안 대표는 연희동 탭스터를 오픈하기 전 8년 여간 다른 매장 운영을 통해 노하우를 쌓았다. 그는 완벽한 품질의 맥주의 ‘맛’ 만큼은 보장하는 펍을 모토로, 체코의 필스너 우르켈, 코젤 다크 외에도 네덜란드의 그롤쉬 바이젠, 아일랜드의 기네스, 한국의 연희동 IPA와 연희동 페일에일 등 다양한 맥주를 제공하고 있다. 탭스터의 인증을 필스너 우르켈에서 하지만 탭스터는 꼭 필스너 우르켈만을 취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탭스터에서 소개하고 싶은 매력적인 맥주가 있다면 해당 맥주에 대한 연구를 통해 맥주의 다양한 맛을 선보이고 있는 것. 때문에 탭스터에 한번 방문한 맥주 덕후들은 탭스터 맥주 맛을 잊지 못해 또다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한편 맥주가 맛있는 매장은 음식이 맛없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이곳의 메인 셰프인 이소영 셰프는 재료 하나하나 직접 손질하고 만든 메뉴로 연희동 탭스터의 매력을 더하고 있다. 시그니처 메뉴인 피자를 포함해 총 11종의 메뉴를 제공, 메인 메뉴는 물론 사이드디시로 제공되는 피클과 사우어크라우트, 그리고 리코타 치즈까지 전부 수제로 만들어 먹을 것과 마실 것이 모두 만족스러운 펍으로 소개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 탭스터라는 직업이 익숙하지 않지만, 올해 초 탭스터의 맥주가 인상 깊었던 조승연 작가의 ‘조승연의 탐구생활’ 채널에도 소개되면서 조금씩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탭스터에 요구되는 역량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인성’이라고 이야기했던 안광호 대표. 그의 답변이 처음엔 다소 의아했지만, 탭스터로서 올바른 맥주 관리와 서브, 음용 방법, 바텐더로서 건전한 주류 문화를 정착하는데 사명을 가지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탭스터에게 인성이 얼마나 중요하게 요구되는 역량인지 알 것 같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12명, 그 이상의 탭스터들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현재는 아사히에 인수된 상태지만 브랜드 운영은 아직까지 필스너 우르켈에서 직접 도맡고 있다.







“현지 브루어리 맥주 본연의 맛,
 국내 탭스터 통해 많은 이들이 경험할 수 있기를”
연희동 탭스터 안광호 대표

탭스터는 전 세계적으로 맥주 소비량이 제일 많은 체코, 게다가 필스너 우르켈에서 직접 인증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어떤 매력에 빠져 탭스터의 길에 접어들게 됐나?
연희동 탭스터 오픈 이전, 펍을 운영하던 중 당시 ‘사브밀러 브랜드 코리아’에서 교육과 평가를 통해 인정받은 매장에 ‘필스너 우르켈 골드 퀄리티 Top 10’ 인증을 부여하는 우수 품질 관리 프로그램에서 전국 2위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를 계기로 필스너 우르켈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브랜드 자체가 맥주 퀄리티 유지에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더라. 그때 필스너 우르켈과 함께라면 프리미엄 맥주, 전문적인 맥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필스너 우르켈 뿐만 아니라 브루어가 정성스럽게 양조한 맥주가 어떤 찰나의 잘못으로 인해 변질된 채 소비자에 부정적 인상을 남긴다면 그것만큼 속상한 일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특히 해외에서 오랜 시간 물 건너오는 맥주 브루어리의 경우 많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탭스터도 그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탄생했고, 다른 브랜드의 비어 마스터들이 자국 본토에서만 활동하는 것과 다르게 탭스터는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탭스터는 필스너 우르켈에서 인증하지만 기본적으로 맥주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보관부터 푸어링, 서브, 스토리텔링까지 모든 부분을 도맡고 있어 맥주 소비가 점점 다변화되고 있는 시기에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맥주의 맛을 제공해 보고자 하는 목표로 탭스터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맥주 본연의 맛, 즉 현지 브루어리에서 의도한 맛 그대로 전달하는데 탭스터로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위생이다. 바쁘게 운영되는 대부분의 펍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지만 단백질이 많은 맥주를 판매함에 있어 위생관리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상당히 치명적인 일이다. 가령 어느 펍에서 맥주를 마셨는데 다음날 속이 안 좋다던가, 적당한 양을 마셨음에도 이상하게 빨리 취기가 오르거나, 과음한 것처럼 숙취가 심하다면 맥주의 위생 상태를 의심해봐야 한다. 이에 연희동 탭스터에서는 ‘청결의 사각지대는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일같이 모든 탭의 위생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게으름은 탭스터가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다.

맥주를 푸어링, 서브하는 방법도 다양한 것 같다. 특히 거품이 90%를 차지하는 밀코 맥주가 흥미로운데?
푸어링은 맥주에 적절한 거품을 내주는 과정이다. 거품은 맥주와 공기가 만나 맛이 변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거품의 종류와 양에 따라 맥주의 바디감이 달라지기 때문에 푸어링은 맥주의 맛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단계다.

필스너 우르켈을 예로 들어 푸어링의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하면 첫째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크리스피’는 맥주의 원액을 따른 뒤 거품을 얹는 방식이고, 두 번째로 ‘스무드’는 낙차를 이용해 먼저 자연스럽게 거품을 따른 뒤 원액을 담는다. 마지막으로 필스너 우르켈에서만 사용하는 방법인 ‘밀코’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품만 따라 서브한다.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라거 맥주를 즐기던 소비자들은 거품만 한가득 들어 있는 밀코 맥주에 적잖이 당황한다(웃음). 초반까지는 ‘거품을 돈 주고 마셔야 하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고객들이 많았지만 밀코는 부드러운 웻 폼(Wet Foam)의 상태로 푸어링 돼, 갈증이 날 때 한잔 쭉 들이키면 그만한 맥주도 없다는 진가가 이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맥주 거품에도 종류가 있다고 했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맥주 음용 시 적절한 거품과 원액의 조화에 따라 맥주의 바디감이 달라진다. 거품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젖어있는 무거운 거품인 ‘웻 폼(Wet Foam)’과 단단하게 굳어 물기가 없는 건조한 거품 ‘드라이 폼(Dry Foam)’이다. 일반적으로 맥주를 따르고 나서 기포가 올라오는 거품이 드라이 폼이다. 먼저 웻 폼은 거품 쪽에 가깝지만 액체와 거품의 중간이라고 보면 된다. 금방 액체화가 되는 거품이자 부드럽게 묽은 질감을 가지고 있지만, 성질이 무거워 맥주 원액과 함께 마셨을 때 거품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강한 바디감을 지닌 맥주를 조금 더 부드럽고 가볍게 만들어준다. 한편 드라이 폼의 경우 성질이 가벼워 맥주를 마셨을 때 원액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라이트한 맥주, 즉 버드와이저나 우리나라 대표 라거 맥주들의 탄산 청량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맥주 음용 방법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것 같다. 이에 대한 접근은 어떻게 했는지, 또 소비자들에 전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한다면?
흥미로운 맥주가 생기면 우선 브루어리를 통해 브루어가 원하는 푸어링, 음용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그렇지 않은 곳의 경우 직접 마셔보며 그동안 시도했던 여러 방식들을 대입해본다. 지난 8년 동안 업계에 종사하면서 좌충우돌 부딪히며 배웠던 것들을 조금씩 활용하고 있다. 맥주를 제공할 때 제공하는 사람이 맥주가 가지고 있는 매력과 특징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알고 서브하는 것과 모르고 서브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그리고 이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통해 가장 정확하게 평가된다. 왜인지는 몰라도 맛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분명히 느끼기 때문이다.

요즘은 맥주 소비층도 다양해져 몰랐던 것을 알아가며 맛있음을 배로 느끼고, 이를 즐거워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탭스터의 역할은 막연히 맥주를 잘 따라 전달하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맥주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가이드기도 하다. 맥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전달하고, 맥주로 인한 기쁨이 배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손님의 안전을 위해 과음을 방지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즐거웠던 시간을 온전히 간직한 채 안전하게 귀가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건전한 문화를 이끌어가는 것도 탭스터이자 바텐더인 이들이 해야 할 역할이다.

연희동 탭스터의 주 고객은 어떤가? 탭스터로서 매장 운영의 철학이 궁금하다.
고객층은 20대부터 70대까지 매우 다양하다. 워낙 정적이고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동네라 오랫동안 연희동에 거주하고 있는 인근 주민부터, 대학가가 근처에 있어 20대 학생, 그리고 외국인 고객도 방문한다. 연희동 탭스터를 처음 오픈할 때 방앗간을 콘셉트로 삼은 것처럼, 실제로 공부가 잘 안 돼 맥주 한 잔으로 답답함을 풀러 나오는 학생들, 조용히 방문해 기네스 한 잔 맛있게 즐기고 돌아가시는 동네 어르신, 삼삼오오 소소한 만남을 즐기는 이들 모두가 탭스터의 주 고객이다.

나의 신조는 하루에 한 테이블씩 단골을 만들자는 것이다. 모든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해 서비스하지만 하루에 한 팀이라도, 단골로 만들 수 있다면 이만한 마케팅도 없다고 생각한다. 단골이 없는 동네 장사는 어불성설이다. 때문에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고, 손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탭스터로서, 연희동 탭스터의 대표로서 이루고 싶은 비전은 무엇인가?
전 세계에 탭스터라는 명칭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많은 동료들이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탭스터로서 동료들의 노고에 누가 되지 않도록 탭스터 본연의 임무와 역할에 충실할 것이며, 빠른 시일 내에 국내 탭스터 간의 공식적인 소통의 자리를 마련해보고 싶다. 현재 ‘탭스터 챌린지’라는 국내 탭스터들의 비공식적인 채널이 있긴 하지만 주기적으로 탭스터들끼리 모여 미션을 수행하는 정도다. 아무래도 각자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이라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가 않다. 그러나 후배 탭스터 양성을 위해서라도 탭스터들의 커뮤니티를 활성화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앞으로 맥주에 대한 재미난 원데이 클래스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탭스터라는 직업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있으면 멘토로서 가이드 역할도 하고, 맥주를 알고 싶어 하는 이들과도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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