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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 Bar

[Beverage People] ‘커피천국’ 코스타리카에서 온 리카르도 아조 페이파 모라(Ricardo Azofeifa Mora)

18세 때부터 시작해 약 30년 동안 커피업계에 몸담아온 리카르도 아조 페이파 모라(이하 리카르도)가 지난 11월 10일 한국을 찾았다. 재작년에 이어 세 번째 방문이다. 최고급 품질로 유명한 코스타리카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그가 매년 한국에 오는 이유는 뭘까. 커피 자연주의 카페 LUSSO 정동점에서 그를 만났다.



커피와 열렬한 사랑에 빠진 커피헌터
코스타리카 커피 협회(ICAFE-Heredia)의 기술연구위원과 Q-Grader 교육관을 역임한 리카르도는 코스타리카 국제 커피 연구기관의 교육관을 거쳐, 2010년부턴 콜롬비아 바리스타 챔피언십 11위, 비엔나 바리스타 챔피언십 8위, 2년 연속 코스타리카 내셔널 바리스타 챔피언이라는 눈부신 경력을 쌓으며 커피업계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실력자로 떠올랐다. 이후 코스타리카 커피 교육기관인 ‘San Jose’의 강사 및 교육 감독을 지내던 그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 수출회사인 ‘100 LIBRAS-San Jose’를 창립하게 된다. 이어 한국과도 인연이 닿아, 국내 예능프로그램인 ‘THE 프렌즈 in 코스타리카’에서 현지 최고의 커피전문가로 출연해 방송인 에릭남과 샘 김 등을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수많은 입상과 경력으로는 리카르도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 커피를 향한 그의 지극한 사랑은 그 무엇보다, 그가 1988년부터 지금까지 코스타리카 마이크로랏(Micro Lot) 커피농장을 경영하며 중남미 지역의 커피헌터로 왕성한 활동을 해오고 있음을 말할 때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어라운지와의 인연으로 한국에 관심 가져 
리카르도의 방한은 CK Corporation의 커피전문 유통브랜드인 어라운지(ArounZ)의 초청에 의해 진행됐다. 온오프라인에서 커피전문 쇼핑몰을 운영하는 어라운지는 ‘처음부터 끝까지’라는 의미의 A to Z와 Lounge의 휴게실·공간의 의미를 조합해 커피의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퍼펙트 플레이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라운지는 리카르도의 방한에 맞춰 지난 11월 10일 선유도에 위치한 어라운지에서 커핑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선 코스타리카 원두 사전품평회를 열어 리카르도가 직접 공수한 ‘브룬카’, ‘웨스트밸리’ 등 6종의 원두를 직접 커핑하기도 했다. 또한 11월 13일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카페쇼에 참관해 한국의 커피 트렌드와 문화를 소개했다.



CK Corporation이 운영하는 커피자연주의 카페 LUSSO는 철학가인 동시에 커피 애호가였던 장 자크 루소를 표방하며 탄생했다. 커피 본연의 맛을 추구하는 모토답게, SCAA 인증을 받은 스페셜티 커피 등 세계적으로 1% 안에 꼽히는 최고급 품질의 커피를 취급한다. LUSSO 전문 Q-Grader가 생두 수급과 커핑, 로스팅 단계를 책임지며, GC(Quallity Control) 전문가를 둬 생두 선정부터 로스팅, 커피추출 등 커피의 전 과정을 단계별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수확한 지 1년 미만의 신선한 빈만을 엄선해 로스팅한다고 LUSSO는 말한다. 그 중에서도 정동에 위치한 LUSSO는 바리스타와 소비자가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도모한다. 에스프레소와 핸드드립 추출 과정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브루잉 바(Brewing Bar)가 있는 1층은 소비자와 바리스타가 같은 눈높이에서 커피를 접하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인터뷰를 위해 LUSSO 정동점을 방문한 리카르도 역시, 1층에서 바리스타가 라테아트를 완성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그 외에 2층은 커피 클래스를 진행하는 트레이닝 룸과 직접 빵을 굽는 오픈키친,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 전시된 작은 갤러리 클래식 카페로 구성된 점 등이 LUSSO 정동점의 특징이다. 이날 리카르도와의 인터뷰는 LUSSO 정동점 특유의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를 초청한 어라운지에 대해 묻자 리카르도는 곧바로 “최고의 파트너.”라며 힘주어 말했다. 리카르도와 어라운지의 인연은 약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 이하 SCAA)에서 어라운지와 처음 만난 뒤 리카르도는 한국과 어라운지가 얼마나 커피에 진정성이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듬해 어라운지가 직접 코스타리카를 방문하자 이에 감명을 받은 리카르도는 함께 코스타리카의 농장들을 돌아다니며 단순 사업관계를 넘어 각별한 우정을 쌓았다고. 그 다음엔 리카르도가 매년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커피시장을 몸소 둘러보며 현장 한 곳 한 곳을 각인시켰다. 농장주이지만 기본적으로 연구가인 그는 “올해 방한에서 보고 경험한 것들을 기반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종자 개발을 어라운지와 진행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며 넌지시 뜻을 내비쳤다.


마이크로랏, 단순히 작다는 의미 아냐 
이른바 ‘제 3의 물결’이라 일컫는 스페셜티 커피를 찾는 고객들이 한국에서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코스타리카 스페셜티 커피의 가장 큰 매력은 뭘까. 크게 ‘환경’과 ‘다양성’이라고 리카르도는 말한다. 모든 농사가 그렇듯 커피생산 역시 필연적으로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리카르도는 생산자 및 연구원들과 함께 더 좋은 커피를 생산하기 위한 농법 등을 연구함으로써 이러한 부정적 요소를 제거해왔다.


“일례로 1992년엔 한 백(Bag)의 커피를 가공하려면 약 1000ℓ의 물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100ℓ의 물로도 커피 한 백을 가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와 더불어 커피를 생산할 때 다이옥신 등의 유해화합물 배출을 제한하는 연구를 통해 이전보다 훨씬 환경 친화적인 탄소중립(Neutral Carbon) 커피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환경적인 요소 외에도 생산자들의 입장에서 좀 더 효율적인 프로세스 등 많은 농법과 품종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코스타리카 스페셜티 커피의 두 번째 매력은 다양성이다. 코스타리카 스페셜티 커피는 단 하나의 향미로 결정되지 않는다. 코스타리카의 산지 환경 자체가 다양한 높낮이의 고도로 이뤄져 있는데다 각 고도마다 생산되는 커피의 향미도 다르다. 또한 내부적으로도 새로운 품종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고도의 높낮이와 재배 방식에 따라 다양한 향미를 가진 커피를 접할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예로 초콜릿 풍미가 느껴지는 ‘카투라’, 플로럴(Floral) 계열의 ‘게이샤’ 등이 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커피가 우아하고 달콤한 바닐라 같은 다양한 향미를 갖게 되는 것이 코스타리카 농장의 특징입니다.”


스페셜티 커피하면 마이크로랏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이크로랏에 대해 묻자 리카르도의 눈빛도 아까보다 빛났다. 마이크로랏 자체가 코스타리카에서 처음 개발됐기 때문일까. 그는 직접 백지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본격적으로 마이크로랏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글자 그대로 작은 공간을 뜻하는 마이크로랏은 쉽게 비교했을 때 커머셜(Commercial) 방식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브라질처럼 대규모로 커피를 생산하는 커머셜 농장의 경우, 대용량 생산의 특성상 가공 과정에서 결점이 발견돼도 알아차리기 어렵다. 하지만 마이크로랏은 아주 협소한 구역에서 재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결점을 빠르게 추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랏(Lot)의 어떤 원인에서 비롯됐는지까지 자세한 연구가 가능하다.


“마이크로랏은 단순히 작은 공간에서 키운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마이크로랏의 첫 번째 목적이 다양성(Diversity)이라면, 두 번째 목적은 연구(Study)입니다. 기후, 토양, 영양 등 커피가 생산되는 각종 조건들을 연구하는 거죠. 또한 생산자들이 이러한 연구결과를 재배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연구의 일환입니다. 본인 농장이 어느 고도에서 어떤 토양을 갖고 있는지, 어떤 품종들을 기를 수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결함 비율을 줄여 완성도 높은 커피를 생산하는 동시에, 역학적인 연구를 통해 해당 랏의 환경을 정교하게 파악함으로써 결점 확률을 낮추는 것이 바로 마이크로랏의 장점인 것이다. 리카르도는 덧붙여 이렇게 말했다. 


“커피를 생산하는 데 있어 온도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온도에 따라 커피의 당도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커피생산의 가장 적정한 온도는 18℃인데, 마이크로랏은 이러한 정교한 온도 관리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Coffee with values, Coffee with Human face
중앙아메리카 남부에 위치한 코스타리카는 우리나라의 절반에 가까운 5만 1100㎢ 면적의 나라다. 작은 국토의 25%는 국립공원과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지금도 활동 중인 활화산은 천혜의 생태환경을 이룩했다. 높은 고도에 있는 커피농장에 가려면 지프차를 타야하지만, 화산재가 빚어낸 비옥한 토양 덕분에 오래 전부터 최상급 품질의 커피를 자랑해 왔다. 그만큼 농장을 관리할 때도 엄격한 과정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이에 대해 리카르도는 이렇게 말한다.


“코스타리카 농장에선 좋은 생두를 선별하고자 직접 손으로 결점두를 골라내는 일종의 ‘핸드픽’ 작업을 합니다. 또한 과육을 제거한 상태에서 점액질을 남겨 놓고 건조시키는 가공방식인 ‘허니 프로세싱’을 통해 좋은 품질의 커피를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리카르도가 생각하는 ‘좋은 커피’를 한마디로 답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한참동안 고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후 그는 정확히 두 문장으로 입을 뗐다. “Coffee with values, Coffee with Human face.” 여기서 ‘가치가 있는 커피’란 맛과 향이 좋은 우수한 품질을 넘어, 환경을 보호하며 지속 가능한 생산을 도모하는 커피를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농지의 기후와 커피종자의 속성을 이해하며, 건강에 좋은 커피를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리카르도는 특히 두 번째로 언급한 “Coffee with Human face.”에 좀 더 힘을 실었다. 오늘날 많은 소비자들이 커피를 마시는 데 거리낌 없이 돈을 지불한다. 하지만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는 대다수가 모르고 있다. 그 돈은 생산자의 몫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소비자는 누가 커피를 만드는지 알아야하며, 이것이 곧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관계Relationship인 것이다. 인터뷰 내내 리카르도는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 리카르도이기에, 앞으로의 포부를 묻는 마지막 질문에 이번엔 망설임이 없었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커피 한 잔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커피를 마시는 일이 단순히 화폐가 오고가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누가 커피를 생산하고, 관리하며, 연구하는지 알게 됨으로써 커피의 값어치가 더욱 높아진다는 뜻이죠.”


세계적인 바리스타 챔피언 출신이 하는 말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지금까지 커피헌터로서 리카르도는 잠재력을 가진 수많은 농장을 직접 찾아다녔다. 또한 그 농장을 매입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연구를 통해 개발에 참여하며, 생산자들과 함께 새로운 종자를 만들어냈다. 생산자들의 고충과 노동환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누구보다도 깊이 이해해왔기에, 커피 한 잔의 가치가 그저 화폐단위로만 결정될 수 없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최고급 커피란 한 잔의 커피를 통해 저 먼 곳의 노동자와 소비자의 교감을 느낄 수 있는 커피가 아닐까. 생산자의 노동을 무척 중시한다고 말하는 기자에게 리카르도는 짧게 답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They are my her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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