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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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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verage People] 청명한 가을 달밤, 소곡주 한잔에 취하리오, 전통주 전지성 소믈리에


전통주를 맛보기 위해선 오래된 민족 주점을 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 이제는 온라인에서도 오랜 전통을 지닌 우리 술을 구입할 수 있으며 소셜커머스 업체에서도 본격적으로 전통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전통주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만큼 전통주 소믈리에 또한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몇 없는 전통주 소믈리에 중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우리나라 술을 홍보하고 있는 전지성 씨를 호텔앤레스토랑에서 만나봤다. 그녀가 들려주는 전통주의 이야기는 지금 시작됐다.


양조장에서 직접 배워나간 ‘전통주의 풍미’
처음부터 그녀가 전통주 소믈리에를 꿈꾸며 이 일을 해나간 것은 아니다. 그저 우연히 프랑스 레스토랑 Urban farm table에서 전통주 페어링 행사에 참여하게 됐고 그때 맛본 천비향의 오묘한 맛을 잊지 못해 직접 천비향을 만드는 (주)좋은술 양조장을 찾아가 4개월 동안 담금, 숙성과정을 배웠다. 직업이 전혀 외식이나 베버리지 쪽도 아니었던 그녀가 이 일을 계기로 전통주 소믈리에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음을 그녀의 지난 얘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12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대학교까지 마친 그녀는 한국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에 한국행을 선택했다. 처음엔 어눌하게 들리던 한국어가 지난 6년간 완벽하게 교정될 정도로 그녀는 한국어와 함께 전통문화를 공부했고 한식, 사찰음식, 우리나라 술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Where are you from?”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당당하게 한국인이라 소개하고 다양한 한국 문화를 다른 외국인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욕심냈던 일들이 지금은 우리나라 문화를 홍보하는 일을 맡게 돼, 제7회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쥐게 만들었다.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도 자란다
전통주를 배워 해외로 나가 외국인들에게 보다 좋은 한국 술을 알리자는 마음에 공부를 시작했다는 전지성 씨는 오히려 현재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라고 한다. 전통주 갤러리에서 8개월간 일하며 느낀 점은 아직 한국인들도 전통주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뿌리가 튼튼하지 않으면 가지가 뻗어나갈 수 없다’는 마음에 국내에서부터 전통주를 알리는 일을 첫 목표로 잡기 시작했다. 그녀는 현재 Soy & Rice를 운영하며 전통주를 알리기 위한 술바위크(Sool Bar Week)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꾸준히 전통주 소식을 전하고 있다.


“전통주 시장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전통주 전지성 소믈리에


HR 아직 전통주 소믈리에라는 직업을 낯설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전통주 소믈리에를 소개해 달라.
와인 소믈리에나 사케 소믈리에들처럼 나 또한 마찬가지로 전통주를 사랑해서 많은 이들에게 홍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 술과 알맞은 전통 음식을 조합해 추천하며 전통주를 빚는 과정을 강의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전통주 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통주 소믈리에는 우리 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나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전통만을 고집하기보단 현대 감각으로 해석해 앞으로도 전통주가 많은 사랑을 받도록 공부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HR 현재 전통주 소믈리에로서의 활동 사항들이 궁금한데?
지난해 제7회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외국인 부문에서 수상한 후 국내 다양한 전통주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9월 12일부터 15일까지 술바위크 워크숍을 준비해 전통주 강의를 맡았다. 이틀은 영어로, 이틀은 한국어로 진행해 전통주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나 바텐더들에게 워크숍을 진행했다. 9월 21일부터 22일에는 나를 전통주의 길로 빠지게 만들었던 Urban Farm Table에서 전통주 페어링 행사를 개최했다. 과거엔 행사에 초대됐던 내가 이제는 페어링 행사 진행자의 입장이 되니 신기하기도 하고 사명감도 든다. 9월 마지막 주엔 잠시 뉴욕에 다녀올 예정이다. 아직 정해진 건 아니지만 10월에 뉴욕에 있는 레스토랑과 함께 전통주 페어링 행사를 준비할 예정이다. 사실 전통주 소믈리에는 다른 주종 소믈리에처럼 아직 직업적으로 안정화가 되진 않았다. 그렇기에 직업을 만들어가고 꾸준히 다른 활동들을 시도하려 노력하고 있다.


HR 아직 전통주 소믈리에가 직업적으로 안정되지 않았다는 말에 공감한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전통주 소믈리에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전통주 소믈리에가 있어?”라며 업계 분들이 물어보기도 한다. 와인 소믈리에 같은 경우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며 와인을 추천하기도 하고 홍보하는 일을 하는데 아직 전통주 소믈리에는 업계에서 수요가 없는 편이다. 항상 전통주 소믈리에들이 겪는 고충이 바로 이런 것이다. 마련된 일자리가 없다는 것. Soy & Rice 회사를 만든 이유도 내가 일자리를 만들어가자는 마음에서였다. 제7회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대상을 탄 후 몇 번 페어링을 해보니 대중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런 시도를 꾸준히 해야겠다는 마음과 전통주소믈리에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과 일자리를 활성화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앞길을 스스로 다져야 다음 전통주 소믈리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전통주 소믈리에들이 강의를 할 경우에 양조에 대한 강의를 많이 한다. 사실상 어떻게 전통주를 즐겨야 하는지에 대한 강의는 없는 편이다. 대중이 전통주를 접하고 싶은 이유는 물론 직접 술을 빚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내가 빚어서 만든 술이 아니라 구매를 해서 마시는 술이기에 어떤 종류의 전통주들이 있으며, 어떤 술이 잘 어울리고 어떻게 즐기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배우고 싶어 한다. 나 또한 이러한 강의를 많이 만들어내고 싶다.


HR 전통주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들을 했나?
한국에 온 지 6년 정도 된 것 같다. 2012년 초에 왔으니까. 직장생활을 하다 전통주의 매력을 처음 느끼고 꼭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2014년부터 전통주를 빚는 양조부터 시작해서 외식업까지 공부하게 됐다. 지금까지도 전통주 양조법, 관리 방법, 사케, 와인, 맥주 등 관련된 공부를 쉬지 않고 있다. 우리 술을 배우기 전엔 사찰음식을 6개월 정도 배웠다. 미국에 오래 있다가 한국에 왔기에 국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보자고 생각했다. 사찰음식뿐 아니라 떡, 한과 등 한국 음식문화를 많이 경험했다. 원래도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했는데 전통주 소믈리에가 된 이후에 더 그렇게 된 것 같다. 전통주 소믈리에가 된 이후에도 시간 날 때마다 양조장을 찾아가고 있고 전통주 소믈리에들과 함께 해외 양조장 투어를 가기도 한다.


HR 제7회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는 어떻게 진행됐으며 올해 대회를 준비하는 예비 전통주 소믈리에들에게 노하우를 알려 준다면?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는 국가대표와 외국인 부문으로 나뉜다. 처음엔 국가대표 우승을 목표로 공부했지만 아무래도 외국에서 오래 살았기에 언어 문제가 있어서 외국인 부문에 참여했다.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는 1등부터 6등까지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부여하며 외국인 부문이 국가대표에 비해 살짝 쉬운 편이다. 6개월 동안 수업을 들으며 준비했으며 대회를 준비하는 다른 친구들과 스터디도 진행했다. 1차에서는 필기로 양조 지식과 전통주 역사를 테스트하며 2차에서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술 이름, 양조장, 들어간 재료, 술이 지닌 스토리 등을 맞춰야 한다. 3차는 스테이지에 올라가 관중들과 만나는 기회며 심사위원들이 대회를 진행한다. 이때 발표를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 것 같다. 내 경우는 3년 동안 양조장들을 다 돌아다니면서 공부했기에 필기 부분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쉬웠던 것이 같다. 대부분은 3~6개월 정도 필기를 준비하는데 오랫동안 조금씩 준비했던 게 노하우라고 생각한다. 사실 실제로 대회에 참여하는 이들 중엔 학생들이 많다. 스펙을 쌓기 위한 일환으로 자격증을 딴 후 전통주 소믈리에로 활동하는 경우가 드물다. 진정 전통주를 사랑하고 함께할 수 있는 이들이 대회에 참여하는 것이 앞으로의 전통주 산업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HR 전통주 갤러리에서 일했다. 전통주를 맛보고 체험한 외국인들의 반응이 어땠나?
의외로 도수가 높은 전통주를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인다. 한국의 술은 초록병에 들어가 있는 술만 있다고 생각하다가 전통주 갤러리에 와서 한국에도 다양한 술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간다. 그들은 시음만 해도 전통주의 퀄리티를 알아보더라. 아무래도 대부분의 유럽 국가나 서양권 나라들은 위스키나 보드카, 코냑 등을 자주 접하다 보니 도수가 높은 술도 익숙하다. 특히 안동소주나 삼해 소주가 반응이 좋더라. 동남아 사람들은 도수가 낮은 술을 선호한다. 그렇기에 향도 좋도 마시기도 편한 한국의 맑은 술을 더 찾는다.


HR 전통주 입문자들에게 추천하고자 하는 술은?
한국에서 전통주하고 하면 막걸리와 소주를 생각한다. 막걸리는 느린마을 막걸리가 그나마 쉽게 접할 수 있는 술이다. 맛에 있어 외국인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생각한다. 소주는 이강주, 문배주를 추천한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소주와 비교해 봤을 때 ‘진짜 소주는 이런 맛이구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 않을까. 요즘은 규모가 있는 마트에 가면 쉽게 구매할 수 있다. 그다음 단계는 탁주. 이화백주는 샴페인과 같은 스타일로 병도 예뻐서 여성들이 좋아한다. 풍정사계 춘春이나 천비향도 전통주를 좋아하는 이들이 선호하는 술이다. 최근 오픈마켓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종류는 많지 않지만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것들을 구입할 수 있다. 최근엔 백화점에서도 전통주 섹션이 생겼다. 한 번쯤 방문해 둘러보시는 것이 좋겠다. 다양한 전통주를 맛 보길 원한다면 전통주점에 가보는 것을 권한다. 압구정 백곰막걸리 & 양조장 Pub, 홍대 얼쑤, 대학로 두두 등 지역마다 새롭게 변화한 전통주점이 많이 생겼다.


HR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아무래도 처음에 전통주를 배우고자 한 이유가 미국에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기에 미국에 돌아가서 전통주 소믈리에로서 홍보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장기적인 목표로는 뉴욕에 한옥마을과 전통 체험관을 만들고 싶다. 사실 아직까진 물리적으로 미국에서 전통주를 구하기 힘드니 이것저것 생각해보고 있다. 현재 뉴욕에 소주 브랜드가 3개 정도 생겼는데 직접 소주 브랜드를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욕심이 생긴다. 한식이 뉴욕에서 많이 알려져 있다 보니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식이 알려질수록 한식과 술을 연관시켜 전통주에도 점차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미쉐린 스타를 받은 뉴욕 레스토랑과 현재 페어링 협의 중인데 반응이 긍정적이라 기대해보고 있다.

외국 술들은 브랜드화가 잘 돼 있다. 전통주 또한 외국 술 못지않게 고퀄리티라 생각하고 상업화만 잘 성공한다면 브랜드화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외국 술들은 상업화한 지 몇 백 년이 지났지만 한국은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소주 공방이나 막걸리 양조장을 합법화한 지 약 20년 정도 됐으며 실질적으로 따지면 전통주 상업화는 10년도 채 안됐다.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조금씩 방향만 제대로 잡으면 충분히 가능성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 방향을 제대로 잡기 위해 전통주 소믈리에들이 많은 준비를 다져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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