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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Beverage People] 한국와인은 그의 손을 거쳐 광명에서 빛난다, 광명동굴 최정욱 와인연구소장


우리나라에도 와이너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그런데 무려 200곳이 넘는 와이너리가 있다고 한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그동안 마트에서도, 와인숍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한국와인들을 한 곳에 보관하고 이를 소개하는 곳이 있다.

바로 광명시에서 운영하는 광명동굴로 현재 와인동굴의 모든 행사들은 한국와인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최정욱 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국와인은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하기에도 제격이라고 말하는 최정욱 소장. 그가 명확하게 정리해주는 광명동굴과 한국와인의 모든 것,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새우젓 보관소에서 와인 동굴이라니
맨 처음 한국와인을 소개하고자 했던 것은 광명시의 양기대 시장이다. 그는 4년 전 새우젓 보관소로 이용하던 폐광을 광명동굴로 개발하고자 할 때부터 와인을 염두해두고 있었다고 한다. 동굴은 1년 내내 내부 온도 12~13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동굴에서 숙성시킨 새우젓은 품질이 뛰어나 인기가 많았다. 이에 그는‘새우젓을 숙성시켰다면 다른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와인을 떠올렸다고 한다. 실제로 동굴은 와인 저장 공간인까브(Cave)와 거의 유사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까브로 이용하기에 손색이 없다.



생각한 것은 추진하고 실행해야 직성이 풀리는 양 시장은 와인동굴 사업도 곧바로 착수, 대한민국 와인 메카로 우뚝 섰다. 그런데 더욱 대단한 것은 그가 와인 중에서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한국와인’을 들여 놓겠다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의 아이디어로 전체 광명동굴 중 194m의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와인동굴은 2015년 4월 4일 유료개장 이후 매년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며, 한 여름 피크시즌에는 주차장에 진입하기 이전부터 대기하는 차량으로 장사진을 이룬다고 한다. 현재 광명동굴에서는 한국의 40개 지역의 60개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200여 종의 한국와인을 전시, 시음, 판매하고 있으며 와인저장고인 와인 셀러와 함께 레스토랑, 교육장도 운영 중이다.



광명동굴, 최정욱 소믈리에를 만나다
광명동굴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한국와인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양기대 시장뿐만 아니라 최정욱 소믈리에도 있었다. 양 시장은 와인동굴을 키우기 위해서 와인 전문가가 필요했다. 이에 채용 공고를 진행했고, 양 시장 못지않게 열의가 넘치는 이를 만났다. 양 시장은 광명시가 최정욱 소믈리에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그를 극찬한다. 그렇게 최 소믈리에는 광명동굴 최정욱 와인연구소장이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업계에서 18여 년의 경력을 지니고 있었던 최 소장은 임용이 되자마자 당시 5가지의 와인 포트폴리오를 40가지로 늘리고, 시음주를 협찬해 줄 수 있는 업체들을 수소문해 매일 한 가지의 와인을 시음해 볼 수 있는 행사를 실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처음에는 각자가 힘든 상황에 와이너리에서 무료로 협찬을 받는다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협찬까지 받았는데 안 팔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 때문에 개장 전날 잠 못 이루기도 했지요. 그러나 다행히 첫 날부터 반응이 좋아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못해 판매하지 못했던 와인까지 모두 병입해 완판의 쾌거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한국 식탁에는 한국와인을
한국와인의 매력이 광명동굴에서 어필되고 있지만 광명동굴에 가보지 못해 와인의 맛을 보지 못한 이들은 아직까지 크게 와 닿지 않을수도 있다. 나와 같이 어줍잖게 와인에 대해 아는 이들은 ‘떼루아’라는 개념을 떠올리며 한국을 저 멀리 프랑스와 스페인, 칠레와 비교하며 고개를 갸우뚱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최 소장은 한국와인의 기준을 서양와인에 두면 안 된다고 이야기 한다. “기존의 ‘좋은 와인’에 대한 기준은 어디까지나 서양 식탁에 있었다고 봅니다. 육류를 포함해 구운 음식과 먹기에는 타닌과 산도가 어느 정도 있어야 어울리는 것은 사실이지요. 하지만 우리나라 식탁에는 맛을 잡아주는 김치가 있어 굳이 와인이 타닌이나 산도가 높을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켐벨같이 향이 화사하고 달콤한 와인이 더 잘 어울리죠.”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포도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특산물인 과실을 가지고 와인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계절이다 보니 오히려 사시사철 포도, 오디, 감, 매실, 머루, 사과, 다래, 복분자 등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나라 과실의 경우 과실 자체는 크고 즙이 많지만 당도는 높지 않은 것이 특징이 돼 서양와인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제일 많이 언급되는 와인은 오미자 와인이다. 문경의 특산물인 오미자로 만든 와인 중, ‘오미로제’가 있는데 ‘오미로제’는 소믈리에들도 인정하고 유일하게 프랑스에 수출하고 있는 한국와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유일한 스파클링 와인으로서 만찬주로 추천하기에도 충분하다.


주세법 상 제대로 된 분류가 필요해
그런데 보통 와인하면 포도를 발효시켜 만들 술이라는 것에 익숙해져있어 다양한 과실로 만든 한국와인을 와인으로 받아들이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최 소장은 우리나라 주세법 상 한국 와인에 대한 구분이 명확히 돼 있지 않다는 점을 꼬집는다. 매실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매실주는 매실을 설탕과 함께 소주에 담가 익힌 술이다.

반면 매실와인은 매실을 으깨 알코올 발효를 통해 숙성의 단계를 거친 술로 이 두 과정의 가장 큰 차이는 ‘발효’에 있다. 와인은 ‘발효주’인 반면 일반적인 과실주는‘혼성주’의 분류에 들어가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주세법 상에는 과실주에 혼성주와 발효주가 함께 포함돼 있다. 따라서 발효를 통해 만들어진 와인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개수 측정이 불가능 하며 실질적으로 발효라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는 양조장에 대한 법제도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광명동굴에서 와이너리의 와인을 선정할 때의 제1기준은 진짜 발효를 통해 만들어진 와인인지, 와이너리에 발효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의 여부다. 최 소장에 의하면 실제로 와이너리에 방문해보면 명백하게 복분자주인데 영문으로는 ‘와인’이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혼성주의 과실주인지 발효주의 와인인지를 구분해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슴없이 “와인동굴에 있는 와인인지 아닌지로 판가름하면 된다.”며 이야기하는 최 소장의 답변에서 한국와인을 얼마나 정확하게 가려내고 있는지 그 자부심이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와인을 취급하는 유럽법령상의 와인(Wine)은 ‘포도가 송이채 혹은 으깨지거나 즙 상태일 때 일부 혹은 전부를 발효시켜 알코올이 함유된 음료’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와인은‘과실을 발효시켜 만든 알코올 함유 음료’로 포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발효를 거치는 과정은 온도와 습도, 과일의 당도까지 모두 신경 써야 하는 예민한 작업이다.

그런데 법제도 뿐 아니라 아직까지 영세한 와이너리들이 대부분이고, 소비자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에도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와인과 그맛을 모르는 이들에게 신세계를 선사해주는 최정욱 소장이 있기에 앞으로 한국와인에 대한 미래도 향긋할 것으로 보인다.


Interview




광명동굴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광명시청 주무관이면서 광명동굴 와인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주로 하는 일은 광명동굴에 입점되는 한국와인을 심사하는 일과 와인관련 행사 기획 및 진행, 그리고 전반적인 운영에 관련된 행정업무를 맡고 있다.

입점을 제안하거나 반대로 입점을 요구하는 와이너리가 있으면 먼저 광명시와 생산 지자체와 와인 판매를 위한 상호 협약을 맺는데, 협약이 맺어지면 그때 와이너리를 방문해 생산설비, 위생설비를 점검하고 제품에 대한 가격정책이나 패킹 디자인을 제안하고 있다. 만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와인의 경우에는 보류시켜 놓고 품질개선의 노력 후 다시 재입점을 추진한다.


한국와인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10년부터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하는 한국와인 품질평가회에 매년 심사위원으로 참석하고 있다. 참석하면서 처음에는 한국와인의 매력보다는 아쉬운 점이 많았기에 어떻게든 와인동굴에서 존재감 없는 한국 와인을 살려보겠다는 생각으로 파고들었던 것 같다.

이후 와인동굴을 맡게 되면서 한국와인협회의 김준철 회장님께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제자들이 몇 있어 한국와인 리스트업을 해주셨다. 발품 팔아 돌아다니다보니 인상적인 와인들이 많았다. 그렇게 한 두 개씩 와인동굴에 들이다 보니 어느덧 200여 종이 넘었다.


그동안 저변에 깔려있었던 한국와인이 광명동굴에서 각광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광명동굴 초기에 방문하는 고객이 대부분 장년층이다보니 비교적 와인에 노출이 되지 않은 분들이 많았다. 따라서 그만큼 기존의 서양와인에 대한 선입견이 없으신 분들이어서 한국와인을 보다 호의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그렇게 한번 방문하신 고객이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재방문하면서 입소문이 났다.

또한 와인을 어떤 음식이랑 함께 매치해야 될지 모르는 고객들에게는 코다리찜, 떡볶이, 동태찜, 불고기 등 한국 음식과 맞는 마리아주를 추천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식과의 궁합이 좋아 맛있게 먹고 마셨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이 재방문의 구심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음식과의 페어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이다. 한국와인의 경우에는 서양와인과 달리 타닌과 산미가 강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와인과 함께 즐겼던 스테이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대신 내가 고객에게 추천했던 바와 같이 우리나라 음식과 좋은 궁합을 이룬다. 이에 3년 동안 와인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 유명 셰프들과 함께 해당 와이너리 지역의 특산물 요리를 개발, 소개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영천은 육회가 유명하기 때문에 오디와인과 매치할 수 있는 육회요리를 개발했고, 마주앙이 나오는 경산 지방에서는 대추하고 한우가 유명하기 때문에 한우를 육포로 만들어 대추조림과 함께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동굴에서 와인클래스도 운영 중이다. 강의 시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동굴에서 이뤄지는 와인클래스는 내부직원교육을 위한 정기교육과 관광객들의 신청으로 이뤄지는 비정기 교육이 있다. 정기교육은 와인의 개괄적인 부분에서부터 시작해 와인 판매를 위한 기본 상식교육이 주 내용이다. 당연히 한국와인에 대한 부분을 중심적으로 다루며, 내부직원들을 위한 ‘한국와인해설자격’ 교육과 ‘주니어소믈리에자격’ 과정도 진행했다.

이렇게 몇 개월간 꾸준히 수강을 한 직원들이 한국와인에 불이 붙어 나처럼 한국와인 전도사가 돼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비정기 교육의 경우 단회 특강이기 때문에 평소 와인에 대해 궁금했던 부분을 질의응답을 통해 답변을 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교육을 원하는 경우도 있어 종종 외국인을 상대로도 한국와인을 소개하기도 한다.


와인 동굴에서 앞으로 해나가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광명동굴에서의 한국와인 판매는 단순히 광명시만의 관심이 아니라 전국 농산물 소비와 농가육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매우 필요한 사업이다. 따라서 광명시에서는 정부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 꾸준한 건의와 지원요청을 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주세법 특성상 한국와인이 과실주의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어 한국와인 자체가 하나의 독립적 정의로 내려져 한국와인에 대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소믈리에로서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비전이 궁금하다.
현재 나에게 주어진 과제라면 한국와인의 부흥과 발전이 목표다. 한국와인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수출의 길이 열리고, 해외 유수 박람회에서 수상까지 할 수 있도록 알리고 싶다. 작년에 중국 훈춘에서 열린 동북아문화관광축제와 프랑스의 식문화사진페스티벌에서 한국와인을 소개할 자리가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종류의 과일들로 와인을 만드는 나라는 너희밖에 없을 것”이라는 호평을 얻으며 현지인들에게 인기몰이를 했었다. 해외에서 한국와인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준 값진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그리스 와인과 그루지아 와인 등 와인의 원류라고 하는 것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와인들도 우리나라 와인과 비슷하게 라이트한 바디감에 산화가 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듯 현재 와인 업계에서도 와인의 다양성을 존중해주고 있기에 우리나라 와인 입장에서 호전적인 시장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세를 몰아 올해에도 해외에 한국와인을 보다 널리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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