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윤의 Beverage Insight] 이탈리아 먹는 샘물 피우지(Fiuggi)

2021.02.07 08:50:00

신장 결석, 신장 기능 개선 효과로 이름 알려

 

이탈리아에는 많은 먹는샘물이 있는데 그중 이탈리아의 대다수의 레스토랑과 거의 모든 대형 슈퍼마켓에서 피우지 먹는샘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피우지 먹는샘물은 이탈리아 역사 속에 널리 알려져 있고 다양한 치료 성분의 미네랄로 유명세를 치렀다. 또한 주빌리 2000(Jubilee 2000: 1996~2000년 진행된 빈곤 국가의 채무 탕감하는 국제적인 운동)의 공식 워터로 많이 알려졌다.

 


피우지(Acqua di Fiuggi)는 이탈리아 중부 로마에서 멀지 않은 남동쪽 언덕에 있는 라지오(Lazio)주 프로시노네(Frosinone)의 중세의 작은 마을로 14세기부터 아름다운 산과 온천물로 유명했다. 14세기에 로마 교황 보니파스 8세(Boniface VIII, 1235~1303)가 신장 결석으로 고생할 때 피우지 지역에서 샘솟는 물로 신장 결석을 완치하고, 매일 피우지의 샘물을 마시면서 이름을 알렸으며 ‘피우지’로 불렸다. 교황 보니파스 8세가 로마 바티칸 교황청으로 피우지 샘물을 수송했다는 187개의 명령서가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교황 비오 10세부터 지오반니 졸라타 총리, 베네데토 크로제 철학자, 알치데데 가스페리 정치인까지 피우지 샘물을 마시고 건강한 몸을 유지했다는 일화도 있다. 또한 보니파스 교황 8세의 기적적인 신장 결석 회복에 대한 이야기가 바티칸 주재 각국 대사들 사이에 퍼졌고, 피우지 샘물은 물통으로 유럽 군주들에게 보내져 더욱 사랑받게 됐다. 그리고 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했던 건축가이자 화가였던 거장,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1564)가 1549년 신장 결석으로 오랫동안 고생할 때 로마에서 40마일 떨어진 피우지 샘물을 아침, 저녁으로 2개월 동안 마셨는데 ‘내 몸 안에서 돌이 깨져 소변으로 나왔네. 친구도 피우지 먹는샘물을 집에서 마시고, 또한 음식을 만드는데 사용해 활력이 넘치는 삶을 살기 바라오!’라는 내용도 자세하게 편지로 남겨져 있어 더욱 유명해졌다.


18세기 초부터 유럽의 왕족, 귀족들 사이에서 신장 결석에 효능 있는 피우지 온천이 즐겨 찾는 휴양지로 각광 받았다. 19세기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다수의 관광객이 휴양을 목적으로 방문했고 수치병원도 세워졌다. 20세기 피우지 마을 순례가 유행처럼 번지자 이탈리아 왕국에서 피우지 샘물을 기리고자 ‘안티코리 디 캄파냐(Anticoli di Campagna)’라고 불리기도 했다. 오늘날 피우지 마을 주민들은 중세 도시 형태로 복원하기 위해 서서히 석재 외관을 사용, 새로운 면모를 갖추고 있으며, 현재 이곳에 약 5000여 개의 호텔이 운영되고 있다.


피우지 먹는샘물의 수원지는 역사적으로 인간에 의해 파괴되지 않은 자연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된 에르니치 산(Ernici Mt.)의 고대 화산 석회·규산 퇴적물을 통과하며, 12.4도의 온도로 샘솟고 첨단 제조시설은 현대화를 구축해 시간당 3만 병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유럽에서 ‘올리고 미네랄 워터(Oligomineral Water: 미네랄이 적고 가벼운 물)’라 부른다. 피우지 먹는샘물은 이탈리아 국립보건 연구원으로부터 신장 자극, 신장 결석 분해를 하는 성분이 있는 물로 증서를 받았다. 1994년 로마 사피엔자 대학교(Sapienza University)의 디 실베리오와 당젤로(Di Silverio F, D’Angelo AR) 교수가 우롤 안드롤(Urol Androl) 저널에 <피우지 먹는샘물 치료의 효능: 신장 결석 예방>을 발표하면서 신장 결석에 효능이 있는 물로 인정했으며, 1999년 로마 바이오 메디코 대학교(Bio-Medico University)의 세리오와 프라이오리(Serio A, Fraioli A.) 교수가 클린 테르(Clin Ter) 저널에 <피우지 미네랄 워터로 치료한 신장 결석 환자에 대한 관찰 및 종단적 연구>에서도 신장 결석에 효능이 있는 물이라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피우지 먹는샘물에 관한 임상 연구가 수행됐는데 “신장 결석을 용해하고 신장 기능을 개선하는데 효능이 있다.”고 이탈리아 과학 저널에 게재되기도 했다. 피우지 수치병원의 의료 책임자, 레나토 델 모나코(Renato Del Monaco) 박사는 신장을 깨끗하게 하며, 전립선, 요산, 통풍뿐만 아니라 소화장애, 변비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고 이탈리아 현지 피우지 먹는샘물 애호가는 ‘액체 비아그라’라고 극찬한 바 있다. 한편 1992년 미국에 수출해 미국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피우지의 마을로 해발 762m에 로마 이전부터 있었던 고대 중세 요새 마을, ‘피우지 치타(Fiuggi Citta)’가 있는데 이곳의 화려한 팔코니 궁전(Palazzo Falconi)에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가 숙박했다고 한다. 언덕 아래에는 샘물이 솟아나는 ‘피우지 폰티(Fiuggi Fonti)’ 마을이 있는데 2개의 온탕 수원지 중 보니파스 8세 온천(Boniface VIII Spring)은 피우지 먹는샘물을 생산하고 또 하나는 1907년 에르니치 산(Ernici Mt.)에서 흘러내려 샘물이 샘솟는 장소를 기념하기 위해 피아자 광장(Piazza Piave)에 ‘치유의 샘물’ 주철 분수를 세웠으며, 현지인과 관광객이 자유롭게 물을 마시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피우지 먹는샘물은 스틸워터, 스파클링 워터로 구분된다. 필자는 이탈리아 와인 투어 때 로마에서 둘 다 시음해보고 가볍고 부드러운 물맛에 푹 빠졌는데 스파클링 워터가 좋았다. 깔끔하고 청량감이 있는 맛과 더불어 미세한 미네랄을 느낄 수 있으며, 빨리 몸속에 흡수되는 느낌을 받았다. 미네랄 총용존량(TDS)이 122mg/L며, 경도는 39.5mg/L로 저경수로, 성분을 분석해보면 칼슘 11.8mg/L, 마그네슘 2.5mg/L, 나트륨 6.8mg/L, 칼륨 0.1mg/L, 중탄산염 32.4mg/L, 황산염 6mg/L, 염화물 14mg/L, 규산 33mg/L, 이산화탄소 13mg/L 등이 함유돼 있고, pH 6.8로 산성이며 질산염은 7mg/L다. 


피우지 먹는샘물은 성인의 신장 결석, 요산, 통풍, 전립선, 위장병, 소화 질환, 피부미용 관리 등에 유익한 효과가 있다. 또한 5성급 호텔, 미쉐린 가이드 스타 레스토랑에 찾아오는 중장년층 미식가를 위한 이상적인 프리미엄 먹는샘물이다. 호텔 레스토랑 고객 중에 신장 결석, 통풍, 전립선 등으로 고생하는 이를 위해 피우지 먹는샘물을 추천하면 좋아할 것이고, 또한 여성의 피부미용, 류머티즘에 좋은 물로 소개해도 매우 만족해 할 것이다. 음식에는 계절 샐러드, 파스타, 해물요리 등과 잘 어울린다.  

 

 

고재윤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고황 명예교수
현재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과 교수 겸 관광 대학원 와인소믈리에학과장이면서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으로 한국와인의 세계화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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