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들에게 경쟁 우위 차별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마케팅 역량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90% 이상이 첫째, 시장 환경 분석과 함께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여 세분화, 포지셔닝을 하는 것이며, 둘째, 브랜드 전략이며, 셋째, 고객에 대한 통찰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결국 고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에 대한 확고한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가장 기본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기업인이면 누구나 아는 마케팅 기법 중에 STP 즉, Segmentation(세분화), Targeting(표적 고객선정), Positioning(전략적 접근 방법 혹은 위치)이 있다. 마케팅 전략과 계획 수립 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시장을 세분화하고 이에 따라 목표 시장을 선정한 뒤 상품의 포지셔닝 혹은 전략적 접근방법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고객의 욕구가 다양한 호텔 레스토랑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분석해 맞춤형 와인 상품을 개발한 뒤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마케팅이 사업의 성공 여부를 가른다. 그러나 STP 마케팅을 아는 것과 와인 상품에 대한 STP 마케팅 전략을 세워 실행하는 것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판매되는 와인을 누구에게 어떤 와인을 판매할 것인가에 대해 STP를 접목하고 효과적인 마케팅전략을 어떻게 수행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호텔 레스토랑은 외식시장 중에서는 고급화 시장으로 분류되며, 호텔 레스토랑을 찾아오는 기업의 임원, 전문직업을 가진 고객, 투숙한 외국인 등을 주 고객 타깃으로 와인상품을 포지셔닝하는 것에 대해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다. 그러나 서울시내 특1급 호텔의 시장세분화는 호텔 레스토랑의 브랜드 가치와 고객이 생각하는 호텔 레스토랑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사업의 기회 요인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남의 호텔 리츠칼튼 서울,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강북의 롯데호텔, 신라호텔,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밀레니엄 서울힐튼,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시장을 고급화 시장으로 고객을 분류해보면 기업의 임원, 전문 직업을 가진 고객, 투숙한 외국인이지만 좀더 시장을 세분화해보면 큰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왜냐하면 호텔 레스토랑은 호텔의 고유 브랜드, 상품, 이미지, 위치 등의 특성으로 인해 찾아오는 고객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타 호텔의 고객을 마치 자신이 근무하는 호텔의 고객으로 동일시하는 착시현상으로 STP의 오류를 범하게 되기 때문에 실패를 할 수밖에 없다. 즉 호텔 레스토랑에서 가장 많은 매출액을 올려주는 고객층이 누구인가에 대한 세분화된 시장을 파악하고, 자신이 근무하는 호텔 레스토랑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단골고객(key accout)을 찾아나서는 것이 표적고객이며, 표적고객이 좋아하는 와인을 찾아 와인 리스트화하는 것이 포지셔닝이다.
자신의 호텔 레스토랑을 찾아오는 고객을 세분화하고 분석하는 와인상품 마케팅전략에 대해 설명하자면 첫째, 호텔 레스토랑에 어느 기업의 임원이 가장 많이 오는지를 분석하고, 임원별로 출신대학, 해외 유학파 경우는 유학한 국가, 해외 바이어들의 국가 등을 파악하여 국가별 와인을 선별해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의 유학파가 많고 미국의 바이어들이 많이 오는 기업의 임원이 오는 호텔 레스토랑 경우는 고객들이 미국와인을 선호하기 때문에 미국의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지역의 와인을 구비하고 추천해주면 와인 매출액이 성장할 것이다. 둘째. 전문 직업을 가진 고객을 분석해보면 금융 보험계통(은행, 신용카드, 보험), 법조계통(변호사, 검사, 판사), 의사, 회계사, 정치인, 소설가, 영화감독, 건축가들 중에 가장 많은 고객층이 누구인가를 분석한 후에 예를 들어 정치가들이 많으면 미국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 마셨던 프랑스의 샤토 오브리옹(Chateau Haut-Brion) 와인,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즐겨 마셨던 보리우 빈야드(Beaulieu Vinyard) 와인, 영국 처칠 수상이 즐겨 마셨던 폴 로제(Pol Roger), 프랑스 쟈크 시라크 대통령이 즐겨 마셨던 무통 로칠드(Chateau Mouton Rothchild) 와인 등을 준비하여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셋째, 투숙한 외국인을 분석하면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호주 등의 고객 중 호주 투숙객이 많을 경우 호주와인 중심으로 헌터 밸리, 야라 밸리, 바로사밸리 등의 와인리스트를 구성하고 특별한 와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전략이 수립되어야 매출액이 성장할 수 있다. 넷째, 외국인들은 자국의 와인도 좋아하지만 방문 국가 와인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외국에서 수입한 와인의 경우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수긍하지 못하지만 한국 와인에 대한 가격에는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와인 리스트를 제공하는 것도 차별화 마케팅 중 하나이다.
호텔 소믈리에들은 자신이 근무하는 고객을 세분화하면서 분석하고, 고객이 원하는 와인과 와인 가격대를 제시해야 하며, 소믈리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일괄적으로 호텔 구매팀과 특정 와인 수입업체간의 계약에 의해 구입되는 와인, 재고로 쌓여있는 와인으로 이벤트를 하거나 프로모션하는 와인 등으로 인해 호텔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단골 고객이 희생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와인 매출액이 부진하다고 그 원인을 경기 탓과 고객들이 고가 와인을 기피한다는 핑계보다는 고객들이 원하는 와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과거처럼 다른 호텔에서 판매하는 와인을 구비하는 것보다는 고객이 누구이고 그 고객이 어떤 와인을 마시는가를 분석하여 STP전략을 실행한다면 호텔 레스토랑 매출액이 활성화 되고 호텔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2014년 12월 게재>
고재윤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관광대학원 와인소믈리에학과 학과장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
jayounk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