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여행하다 보면 호주에서 생산되는 유명한 먹는샘물 ‘알카라이프(Alkalife)’, ‘카페크림(Cape Grim)’, ‘다이아몬드(Diamond)’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호주에서 이슈가 될 만큼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먹는샘물은 다름 아닌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산타 비토리아(Santa Vittoria)’다. 이탈리아에서는 워낙 유명한 먹는샘물이 많아 산타 비토리아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호주에서 호평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3월 22일은 UN이 1992년 제정한 ‘세계 물의 날’로, 매년 사단법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와 매경이코노미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먹는샘물 품평회’를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는데, 올해 품평회에서 테이스팅하면서 물맛에 놀랐다. 외산 탄산수 부문에서는 ‘도비아’와 ‘마그마 미네랄 탄산수’가 1·2위를 차지했고, 공동 3위에 ‘샤로티’, ‘산타 비토리아’, ‘산 까를로 폰테 아우렐리아’, ‘비치 카탈란(VCH)’, ‘산펠레그리노’, ‘몬다리즈’가 올랐다.
호주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산타 비토리아는 이탈리아 북동쪽 베네토 지역의 알프스 깊은 산자락에 위치한 돌로마이트 산(Dolomite Mountain)속에서 취수하는 먹는샘물로, 자연을 마시는 느낌의 광천수다. 돌로마이트 산은 2억 8000만 년 전에 유럽과 아프리카의 땅이 형성될 때 바다가 융기한 것으로, 석회암, 백운석, 탄산염 등이 많아 광천수 맛에 영향을 줬다.
산타 비토리아 생산은 1947년에 호주에서 고급 식재료 수입과 판매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가족 경영기업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이들은 호주 최고의 식품 및 음료회사로 인정받고 있다. 1958년 시드니에서 커피 브랜드 ‘비토리아’로 대성공하면서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먹는샘물이다. 이탈리아에서 호주로 이민 간 3세대의 두 형제 오라지오(Orazio)와 카멜로(Carmelo)가 자신의 고국인 이탈리아 문화에 푹 빠져 광천수 개발에 투자, 이탈리아의 먹는샘물 산타 비토리아, 즉, 자연이 그대로 숨 쉬는 천연 암반 지하수를 호주에 소개하면서 산타 비토리아의 역사가 시작됐다.
레이블은 프랑스 초상화의 거작 알렉상드르 카바넬(Alexandre Cabanel)이 1863년에 그린 명작으로 잘 알려진 ‘비너스의 탄생(The birth of Venus)’을 사용해 산타 비토리아의 순수하고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담았다. 이 작품은 나폴레옹 3세가 개인적으로 구입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던 그림으로 바다 물결에서 태어난 비너스의 신화를 우아하게 표현돼 산타 비토리아의 브랜드 이미지에 큰 영향을 줬다.
산타 비토리아는 음식 맛을 향상 시켜주는 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매년 유명 레스토랑의 셰프들과 함께 다양한 이벤트를 펼쳐 셰프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줬다. 하얏트 리젠시 시드니호텔의 제퍼 바(Zephyr Bar)는 ‘산타 비토리아 스파클링 워터’로 만든 칵테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브런치 음식에 어울리는 스파클링 워터로 산타 비토리아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호주에서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스버그스 다이닝 룸·바(Icebergs Dining Room and Bar)에서도 수석 주방장 몬티 콜루비치(Monty Koludrovic)가 호주의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이탈리아 음식에 산타 비토리아를 제공해 찬사를 받았다. 2017년에는 호주 미식가들에게 아쿠아범퍼스(Aquabumps)와 캐논 호주(Cannon Australia)와 공동으로 협찬, 바다의 향연을 주제로 시드니에서 미술 전시회를 개최해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을 느끼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카나페와 산타 비토리아 스파클링 워터를 매치시켜 새로운 물의 세계를 경험케 했다. 2016년부터는 매년 비토리아 커피회사와 공동으로 ‘고메 트레블러 레스토랑 어워드(Gourmet Traveler Restaurant and Award)’를 시상하면서 시드니에서 최고급 레스토랑에 초대, 음식과 어울리는 산타 비토리아 스파클링 워터를 페어링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호주 내 중증 및 입원 아동 환자를 위한 대표적인 기금행사인 ‘다섯 셰프의 만찬(The Five Chefs Dinners)’에 후원하고 호주 내 최고의 요리사들이 함께 제공하는 5개 코스요리, 와인, 그리고 산타 비토리아 스파클링 워터도 한 몫을 하면서 호주 내 셰프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먹는샘물로 인정을 받았다.
필자는 산타 비토리아를 시음했는데 우아하게 올라오는 천연 탄산수의 진수를 경험했다. 미네랄 총용존량(TDS)는 169mg/L, 경도 164mg/L로 높은 편이며, 미네랄 성분을 분석해보면 칼슘 36.2mg/L, 마그네슘 18.45mg/L, 나트륨 0.6mg/L, 중탄산염 189mg/L, 황산염 20mg/L이며, 칼륨 0.5mg/L, 실리카 5mg/L, pH 8로 알칼리수다. 물맛은 부드럽고 톡 쏘는 탄산의 느낌이 좋으며, 청량감도 살아 있고 균형감이 좋다.
호텔 레스토랑을 찾아오는 단골고객들 중에 변비, 이뇨, 숙취로 고생하는 분들께 추천하면 좋다. 물맛도 좋지만 마시고 난 후에 소화, 피부노화, 손톱에 균열이 가는 것을 방지해준다. 특히 음식에 잘 어울려 음식의 풍미를 높여주고, 물속에 나트륨이 거의 없기 때문에 더욱더 음식의 맛을 즐길 수가 있다. 음식과 조화에 있어서는 전체요리, 오드블, 쇠고기 스테이크 등에 잘 어울린다.
고재윤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과 교수
고재윤 교수는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 와인소믈리에학과장,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으로 한국와인의 세계화에 온갖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