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호텔 레스토랑에서도 고도주에서 저도주로 주류 선호도가 바뀌면서 와인 붐이 일어났다. 이에 발맞추어 음식과 와인의 조화를 ‘마리아주(marriage)’라고 하여 새로운 외식문화가 창출되었다. 최근 들어 사람들이 ‘웰빙’과 ‘힐링’에 관심을 가지면서 와인에 이어 생수에 관심을 두는 고객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호텔, 레스토랑의 소믈리에들은 이러한 변화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음식과 어울리는 물은 따로 있다
최근 미식가들은 음식과 와인의 조화를 넘어 음식과 생수의 조화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미 유럽에서는 미쉐린 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워터 소믈리에를 채용하여 음식에 조화를 이루는 생수를 추천해주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동서양 사람들이 먹는 음식과 생수를 유심히 고찰해 봄으로써 이 둘의 조화를 꾀할 수 있다. 서양인들이 먹는 양식은 육류 위주의 산성 식품이므로 탄산이 있는 클래식워터, 경수를 마시는 것이 음식과도 조화롭고 인체의 균형도 유지해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식은 주로 채소 위주이거나 발효식품이 많으므로 알칼리성 연수를 마셔야 음식과 조화롭고 인체의 균형도 유지된다.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음식과 생수의 조화
최근 식문화의 변화로 우리나라 사람들도 양식을 즐겨 먹게 되었지만, 물은 여전히 연수를 마시기 때문에 신체의 균형이 깨지고 음식의 맛도 느낄 수가 없다. 즉, 양식을 먹을 때는 반드시 탄산이 들어 있는 클래식 생수나 경수를 마시는 것이 음식과 조화를 이루면서 소화도 돕고 질병도 예방할 수 있다. 호텔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마다 기호와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음식과 생수의 조화는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다. 즉, 사람들마다 구강촉감을 통한 음식과 생수와의 조화는 개별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객들에게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기준을 통해 음식과 생수를 추천한다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세계적인 생수의 권위자인 마이클 마스카(Michael Mascha) 박사는 오랜 경험과 지식을 통해 음식과 생수의 조화를 생수의 탄산화 정도를 75%, 미네랄 총 용존고형물(TDS)의 함유량 정도를 25%, pH지수를 5%로 적용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음식과 생수의 조화를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이를 규칙으로 음식에 따른 생수를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일전의 세미나에서 조화로운 음식과 생수의 기본은 우선 음식에 생수의 특성을 조화시켜야 한다고 했고, 특히 신토불이 원칙을 주장하여 호텔, 레스토랑 관련 사람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은 적이 있다.
음식과 생수 조화의 기본원칙
음식과 생수 조화의 기본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신토불이 원칙’으로 오랜 역사속에서 음식과 함께 해온 그 지역의 생수는 음식과 최고의 궁합을 이룬다.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야채, 곡류, 동물 등이 그 지역의 물을 먹고 자랐기 때문에 최고로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둘째, ‘개성화 원칙’으로 음식의 재료나 조리 방법, 향신료에 따라 생수를 추천해주는 것으로 항상 음식이 주연이며 생수는 조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음식이 갖고 있는 개성을 존중해주고 생수의 탄산화 정도나 미네랄 함유량, 산도, 밀도, pH 등은 조연이어야 한다. 셋째, ‘구강촉감 원칙’으로 음식과 생수가 어울려 식감을 기분을 좋게 해야 한다. 식감이 나쁠 경우,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최고의 생수와의 조화는 실패하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먹고 마시는 즐거움이 있어야한다. 넷째, 생수의 ‘탄산화 원칙’이다. ‘스틸 워터’는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릴수 있지만, 반대로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으며, ‘에페르베센트 워터’는 음식과 함께 마시면 음식 맛을 돋우어 주며 음식의 질을 높여주는 특성을 갖고 있고, 특히 야채 음식과 잘 어울린다. ‘라이트 워터’는 바디감을 주지만 음식 맛을 앗아가진 않으며, 아주 섬세한 감칠맛의 음식과 특히 생선요리에 잘 어울린다. ‘클래식 워터’는 물속에 미네랄 함유량이 높은 생수로서 다양한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지만 특히 육류음식과 환상적인 궁합을 이룬다. ‘볼드 워터’는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탄산가스 촉감이 강하게 느껴지므로 음식에 집중이 안 될수도 있기 때문에 탄산가스의 개성을 만끽하면서 식욕을 돋우어 주는 바삭한 식감의 애피타이저가 최상의 궁합을 이룬다. 다섯째, ‘와인 우선주의 원칙’으로 음식과 함께 와인, 생수를 동시에 마실 경우에는 와인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생수의 특징과 와인의 개성이 서로 부딪히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에 음식에 와인을 먼저 조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수가 와인 다음의 이차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소믈리에, 와인과 함께 생수 전문가로도 거듭나야
호텔 레스토랑의 소믈리에는 와인과 함께 다양한 생수를 구비하고, 수많은 생수의 종류와 특성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여 전문가로 거듭나야 호텔 레스토랑이 차별화, 고급화를 통해 경쟁우위에 설 수 있다. 호텔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에게 음식과 건강에 적합한 생수를 추천하고 서비스하며, 생수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호텔 레스토랑에 새로운 변화를 줘야 할 것이다.
“호텔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마다 기호와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음식과 생수의 조화는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다. 즉, 사람들마다 구강촉감을 통한 음식과 생수와의 조화는 개별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객들에게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기준을 통해 음식과 생수를 추천한다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2014년 6월 게재>
고재윤 박사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관광대학원 와인소믈리에학과 학과장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