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레스토랑에 근무하는 소믈리에들이 와인의 맛을 평가할 수는 있어도 먹는 샘물의 맛을 평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다. 물맛을 평가하는 워터 소믈리에들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물맛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는 열정이 필요하다. 물맛을 처음 접하는 소믈리에들에게는 와인처럼 쉽게 향, 맛을 구별하기 어렵다. 그러나 물맛에 대한 몇 가지 요소만 알면 물맛을 구별하는데 도움이 되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물맛이 고객이 먹는 음식 맛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찾게 될 것이다.
그리스의 최고의 사상가인 아리스토텔레스가 물은 무색, 무취, 무미라고 했던 이후, 수천 년간 철학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지켜오면서 물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1920년대부터 과학자, 물 전문가들에 의해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했던 물의 정의가 무너졌고, 물맛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활발해졌다.
물에는 이취가 있고, 물맛에도 ‘부드럽다. 청량하다. 짠맛이 있다. 단맛이 난다. 비린 맛이 난다.’ 등이 있었다. 그리고 보다 과학적인 원인규명을 위해 물속에 함유된 미네랄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다. 그 결과 물속에 칼슘, 규산 등이 많으면 좋은 맛을 내고, 유리탄산이 많으면 청량감을 내지만, 마그네슘, 황산이온, 염소가 많으면 쓴맛이 나고, 나트륨과 칼륨이 많으면 짠맛이 느껴지며, 철, 구리, 아연, 망간은 소량이 함유돼도 금속 맛을 낸다. 또한 물속에 총용존고형물(TDS: Total Dissolved Solids)이 많으면 물의 무겁게 느껴지고, 적으면 가볍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우리가 마시는 물속에는 다양한 미네랄이 함유, 물의 향과 맛에 영향을 미치지만 건강도 지켜주고, 음식의 맛에 영향을 미친다. 물맛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는데 본질적으로는 수원지가, 부가적으로는 음식이 큰 영향을 준다. 예를 들면 물을 마시기 전에 무엇을 먹었느냐에 따라 물맛이 다르게 느껴지는데, 신 음식을 먹은 후에는 살짝 단맛이 나고, 짠 음식을 먹은 후에는 미세하게 쓴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 이유는 물이 음식 맛에 있어서 기본적인 영향을 미치게 하는 물성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 중에 탄수화물, 단백질은 물이 없으면 그냥 가루일 뿐이지만 적정량의 물이 있을 때 비로소 물성이 만들어 지면서 맛을 느낀다. 특히 물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채소는 물이 95%, 과일은 90%, 쇠고기 등 다른 식품은 80% 정도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그 맛을 느낄 수가 있다.
우리의 몸도 70% 이상 물로 구성, 입안에서 모든 식음료의 맛을 감지하는데 동질성을 갖게 된다. 우리 몸의 건강에 매우 중요한 물은 2% 정도가 부족하면 갈증을 느끼고, 5%가 부족하면 혼수상태에 빠지며, 10% 이상 부족하면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물이 생명의 기본적인 요소이자 가장 치명적인 영양소다. 그런데 숨겨진 물맛을 모르면서 음식 맛을 표현한다. 인간의 혀는 약간 짠맛의 타액에 젖어 익숙해져 있고, 하루에 1L의 침을 삼키면서 잠재적인 맛에 길들여져 음식의 맛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잘 인식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물로 입안의 타액을 헹궈내면 미각세포가 재활성화 되면서 오감을 감지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고객들이 주문한 음식을 먹기 전 맛있는 물 한잔이 음식 맛에 특별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인지하기까지가 상당한 시간과 전문가적인 지식이 필요하므로 호텔 레스토랑 근무자들은 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물을 평가할 때 와인처럼 시각, 후각, 미각에 의해 평가하는 방법은 같지만 실행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와인은 후각이 매우 중요하지만 물은 미각이 80% 이상 평가에 좌우한다.
첫째, 물의 미각요소는 물을 채취한 수원지의 성격에 따라 미각에 영향을 미친다. 즉, 물의 떼루아로 지하수나 지표수는 그 지역의 기후, 토양, 자연조건이 물의 성분에 반영되고, 미네랄을 함유하는 정도, pH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물의 구강촉감은 미각요소의 일부로 물을 마셨을 때 입에서 느끼는 촉감이며, 감각을 통해 인지하는 것은 물의 질감 또는 텍스처(Texture)다. 물속에 함유돼 있는 미네랄의 양, 즉 TDS에 의해 다르게 작용하고, 또한 탄산화에 정도에 따라 구강촉감에 영향을 준다.
둘째, 물의 시각요소는 물의 투명도로 밝고 맑아야 한다. 물속에 존재하는 불순물이 없어야 하며, 물 분자 구조에 따라 물의 무게감을 눈으로 감지된다.
셋째, 물의 후각요소는 와인과 다르게 향이 없는 무취의 물이 좋다. 수원지가 오염될 경우 녹조에 의해 흙, 곰팡이, 염소, 풀, 건초, 짚, 목재, 물고기 비린내, 야채, 꽃 향 등의 냄새가 나면 마실 수가 없으며, 맛뿐만 아니라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고객들에게 좋은 먹는 샘물을 찾아서 추천해줄 때 꼭 기억해야하는 것을 정리하면, 한 잔의 물이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고객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는 철학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좋은 물맛의 조건은 인간에게 유해한 물질이 제거돼야 하며, 미네랄이 적당히 용존돼 균형을 유지해야 하고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충분히 용해돼야 한다. 또한 저 경도이면서 약 알칼리성을 가지고, 물의 분자 군집이 작은 구조를 이뤄야하며, 활성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물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고재윤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과 교수
고재윤 교수는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 와인소믈리에학과장,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으로 한국와인의 세계화에 온갖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