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 Market Insight] 와인과 치즈를 동반한 마케팅 전략

2015.09.23 11:40:14


우리나라의 호텔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하면 안주로 치즈를 연상하는 경우가 많으며, 당연히 ‘와인 안주는 치즈’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고객이 예상 외로 많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에서는 치즈에 어울리는 와인으로 그 지역의 치즈와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국한 시켜 신토불이 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 치즈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치즈를 간식 혹은 안주로 먹으면서 치즈는 와인과 찰떡궁합이라는 마케팅 전략에 소비자들이 점차 수긍하게 됐는데, 이는 잘못된 교육의 결과다.


옛날 유럽에서 와인 상인들은 치즈를 판매하기 위해 극단의 방법을 사용했다.
그 방법은 우선 와인을 사과와 함께 맛보게 하고 바로 와인을 치즈와 함께 맛보게 하는 것이다. 사과와 함께 마셨을 때 사과의 신맛 때문에 와인은 최악의 맛을 냈고, 그 다음 치즈와 와인을 마셨을 때 치즈 고유의 지방·단백질·산성분은 와인의 산·타닌과 결합해 최고의 맛을 냈다. 이렇게 와인 상인들은 소비자들의 혀를 속였다.
서양 음식의 코스를 보면 전채요리, 수프, 더운 전채요리, 셔벗, 메인 코스 그리고 샐러드, 치즈(특별한 경우), 후식, 음료 순으로 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치즈 요리는 한정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술을 마실 때 안주가 늘 동반한다. 이에 자연스럽게 와인과 치즈는 불가분의 관계로, 항상 와인을 판매하면 서양의 대표적인 음식 중 쉽게 제공할 수 있는 치즈를 안주로 추천한다.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치즈와 와인의 조화에 초점을 맞추고, 허와 실을 알아보면서 진실성을 알고 있는 것도 필요하다. 호텔 레스토랑을 찾은 많은 고객들은 모든 와인이 치즈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을 경우,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중 어느 것이 치즈와 더 잘 어울릴까? 라는 의문을 갖고 출발해볼 수 있다.


우선 대부분의 경우 치즈와 와인은 자연적으로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둘 다 발효·숙성과정을 거치는 식품이라는 것이다. 치즈는 발효 과정에서 치즈의 구성요소, 질감, 맛과 관련된 다양한 개성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치즈의 짠 맛, 짜릿한 맛, 단 맛, 또는 쓴 맛이 형성되고, 부드럽고 실크 같은 질감에서부터 단단하고 딱딱한 느낌을 가져온다. 맛은 경한 정도에서부터 날카로운 맛, 엷게 퍼지는 맛에서 강렬한 맛, 푸석한 맛에서 매콤하고 혀를 톡쏘는 맛까지 매우 다양한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차이들은 발효와 숙성 과정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둘 다 모두 영향을 미친다. 또 다른 공통점은 둘 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노화 과정을 가져오는, 지속적으로 개성이 변화하는 살아있는 식품이라는 것이다. 이 변화들은 생산자에 의해 발효될 수도 있고 소비될 때까지 최종적인 포장재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기도 한다.
즉 치즈는 신선하고, 매우 젊은 시간부터 농익어 가면서 오랜 시간 속에서 숙성되면 복합적인 치즈로 변신하기도 한다.


사실 치즈와 와인의 조화에서 명확한 규칙은 없으며, 대부분은 개인적 취향에 기반하고 있다. 호텔 레스토랑을 찾은 많은 고객들은 레드 와인이 치즈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와인 전문가들은 치즈와 와인의 궁합에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치즈와 와인의 조화를 위해 와인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험했는데 레드 와인, 아이스 와인, 포도를 늦게 수확해 만든 스위트 와인, 그리고 포트 와인, 쉐리 와인 같은 특별한 와인들은 전통적으로 만든 아르티사날 치즈(artisanal cheese)와의 조화에서 어떠한 궁합도 찾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섯 종류의 와인들(리슬링,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피노 누아,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과 네 종류의 치즈(연질; soft, 초경질; firm, 경성; hard, 블루; blue-veined)와의 조화를 조사했는데, 레드 와인 피노 누아와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 리슬링이 최고의 점수를 받았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한다.


치즈 생산업자들이 마케팅 전략으로 추구해온 치즈와 와인의 조화는 ‘레드 와인과 육류, 화이트 와인과 생선요리’ 원리를 응용해 적용했다. 이는 ‘레드 와인과 경성 치즈, 화이트 와인과 연성 치즈’라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냈으며, 우리나라 와인 마니아와 소믈리에들은 그대로 받아들였다.
미국의 유명한 와인전문가인 라우라 웨린(Laura Werlin)은 자신의 저서인 <The New American Cheese>에서 화이트 와인과 미국에서 생산된 다양한 전통 치즈들을 같이 추천하면서 치즈 생산업자로부터 호응을 받았고, 치
즈와 와인의 조화에 출발점을 가져 왔다.
같은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과 치즈가 최상의 궁합이지만 염소젖이나 양젖으로 만든 연성 치즈와 쉬냉 블랑 와인이 어울리고, 산미가 높은 소비뇽 블랑 와인과 산미가 높은 체브레 치즈(chevre cheese)가 잘 어울리며, 산미가 적은 샤르도네 와인과 산미가 적은 고다치즈(gouda cheese)는 적격이다. 또한 숙성된 체다 치즈(cheddar cheese)는 쉬라 와인, 짠맛이 강한 치즈(blue-veined cheese)는 스위트 와인과 어울린다고 했다.


치즈와 와인을 동반한 마케팅 전략을 펼칠 때 서비스 온도에도 주의해야한다.
차가운 서비스 온도는 치즈와 와인의 미각을 가릴 수 있으며, 특히 이는 치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치즈의 미묘한 맛의 차이를 완벽히 즐기기 위해서는 레드 와인 경우 16℃에서 서비스 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화이트 와인 역시 지나치게 차갑게 하는 것은 치즈의 맛을 상승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해가 되기 때문에 가볍고 스위트한 와인들은 5~10℃, 가볍고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은 8~12℃에서 서비스 하는 것이 좋다.


치즈와 와인의 규칙들은 좋은 출발점이 됐지만 치즈와 와인은 숙성, 포도 수확, 만드는 방법과 기술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므로 속단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호텔 레스토랑의 소믈리에들은 이 불확실한 치즈와 와인의 조화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을 갖기 위해서 자신이 직접 다양한 치즈와 다양한 와인을 먹고 마시면서 최적의 답안을 찾아내야한다. 추가적인 실험을 통해서 호텔 레스토랑을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진실을 설명해줄 때 고객은 호텔 레스토랑 소믈리에를 믿게 될 것이며, 호텔 레스토랑의 매출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음호에서는 ‘치즈 종류별 와인의 조화’를 다룰 예정이다. 필자가 호텔 레스토랑에서 고객들에게 서비스한 사례를 통해 와인과 치즈에 대한 차이점을 들여다본다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2015년 9월 게재>





고재윤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과 교수

고재윤 교수는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 와인소믈리에학과장,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으로 한국와인의 세계화에 온갖 열정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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