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 Market Insight]오크통의 비밀을 밝히는 와인 마케팅

2016.07.08 09:16:29

 

호텔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한 고객들이 항상 질문하는 내용이 와인의 향과 맛에 영향을 미치는 오크통에 대한 신비와 비밀의 스토리텔링이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공부한 소믈리에들을 제외하고는 고객들에게 만족스런 대답을 하지 못한다.
오크통을 사용한 와인은 라벨에 보통 ‘New French Barrique Aged’라고 기재돼 있는 것은 225ℓ용 프랑스산 오크통을 사용한 것으로 고급와인을 뜻한다.
또한 라벨에 ‘New Oak Aged’라고 적혀져 있는 것은 프랑스라는 용어가 없으므로 값이 싼 미국산이나 슬라브산 일 경우가 많다. 그리고 ‘Oak Aged’도 프랑스산이 아닌 종류의 오크통을 사용했다는 뜻이며 ‘New Oak Aged’보다 저렴한 와인에 사용됐다는 것을 알려주는 정보다. 오크통 대신에 오크 칩을 사용한 와인은 가격이 저렴하며, 품질이 낮은 와인으로 평가받으므로 오크 칩을 사용한 와인은 가급적이면 호텔 레스토랑이나 고급 레스토랑의 와인리스트에 제외해야 한다.
소믈리에는 고객이 주문한 와인의 후면 레이블에 기재된 오크통에 대한 정보를 풀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객은 매우 만족하면서 소믈리에를 신뢰하고 재평가하게 될 것이다.


오크통은 참나무(학명 Quercus, 떡갈나무, 오크나무)로 거의 만들어지는데 과거에는 굵은 나무토막은 깎아서 그릇으로 만들었고, 단판(端板)과 환판(丸板)은 타원형의 물통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그 후 운반에 편리하도록 뚜껑을 고안했고, 세월이 흐른 다음에 오크통의 중심부를 굵게 부풀려서 상하에 같은 바닥판을 끼우는 기술도 개발되면서 요즘의 오크통이 탄생해 와인을 담아 숙성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오크통은 흙으로 빚은 항아리와 비교해 파손될 염려도 적고 단열성도 뛰어나서 와인 양조장으로 널리 보급되면서 와인의 품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게 됐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리스 로마시대에 와인을 항아리에 보관하고 가죽부대로 운반하다가 고대 이집트인들이 오크통을 개발해 사용했고, 5~6세기에는 와인, 맥주, 곡물을 운반하고 저장하는 통으로 사용했다. 18세기에는 와인발효와 숙성용으로도 사용됐다. 오크통은 프랑스 마르세유 지역의 골족에 의해 전수돼 와인뿐만 아니라 위스키, 코냑 등을 숙성시키는 데 널리 이용되고 있다.
세계 제1차 대전 후에는 오크통이 발효, 저장, 수송, 숙성 등의 용도로 다양하게 사용됐으나 대규모 와이너리의 출현과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와인 양조법이 개발되면서 대용량의 콘크리트 탱크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가 개발됐고, 오크통의 사용은 전통적인 양조를 하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구세계 와인에서 발효 통으로 사용됐지만 주로 숙성하는데 한정됐다.
세상에서 현존하고 있는 가장 큰 오크통은 독일의 아름다운 고성(古城) 하이델베르크 성 박물관에 소장된 것으로 당시 하이델베르크 성 성주가 세금 대신 징발한 와인을 저장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와인 양조용 오크통은 옆으로 눕혀진 형태로 제작됐는데 용량이 무려 22만 1726ℓ고 높이는 8m, 길이가 9m다. 1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의 연태 장유박물관 지하 1층에 보관된 발효용 오크통은 3만ℓ를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아시아 지역에서는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크통의 비밀을 벗겨 보면, 떡갈나무로 제작된 오크통은 다른 재질보다 산소의 흡수가 많아서 알코올과 유기산의 결합을 촉진시키면서 에스텔의 형성을 높여주고, 통에서 우러나온 바닐린(vanillin), 타닌, 폴리페놀 등 60여 가지의 물질이 에스텔과 결합해 와인의 부케인 바닐라, 커피, 구운 토스트, 새 가죽 냄새 등을 형성한다. 타닌 성분은 와인의 바디와 골격 형성에 도움을 주며 오크통의 제작과정에서 그을린 정도에 따라 와인의 색깔과 풍미에도 영향을 준다.
오크통의 사용은 양조자가 결정하는 중요한 사항으로 포도의 작황정도, 떼루아에 의한 포도의 개성을 존중해 뉴 오크통의 사용률, 오크통에서의 와인 숙성기간, 오크통의 형태 등을 정한다. 특히 새 오크통에 와인을 숙성하면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명품와인을 생산하는 유명 와이너리에서는 뉴오크통을 고집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포도의 성격을 파악해 뉴 오크통의 사용량을 제한하기도 한다. 포도 품종 중에서 레드와인 포도품종 카베르네 쇼비뇽, 피노 누아로 고급 레드와인을 양조하거나 화이트 와인 포도품종 샤르도네, 세미용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뉴 오크통으로 숙성해야 품종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고 한다. 특히 오크통의 숙성 정도는 오크통의 크기, 재질, 통이 놓인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200~400ℓ정도의 작은 오크통을 많이 사용하는데 작은 오크통일수록 접촉 면적이 커져서 숙성이 빨리 진행된다.
오크통도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에 따라 오크통의 크기에 차이를 보이는데 프랑스 보르도에서는 전통적으로 바리크(barrique)라고 부르는 225ℓ오크통, 부르고뉴에서는 피에스(piece)라고 부르는 228ℓ 오크통에서 숙성하고, 이탈리아 브루넬로에서는 오크통의 효과를 줄이기 위해 살비오니(salvioni)라는 2000ℓ 오크통을 사용한다. 또한 프랑스 와인 중개상들은 바리크 4개 크기인 900ℓ가 들어가는 토노(tonneau)라는 오크통을 사용하기도 한다.
오크통의 재질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떡갈나무를 많이 사용한다. 밤나무도 사용가능하지만 파라핀 계통의 물질이 많아서 가능한 사용하지 않고 있다. 떡갈나무 목재는 프랑스, 미국, 포르투갈, 세르비아, 동유럽 산 등이 있는데, 가장 유명한 곳은 프랑스의 리무쟁(Limousin), 알리에(Alier), 느베르(Nevers), 트롱세(Troncais) 지역이다. 신세계 와인 산지에서는 북미산 오크통을 많이 사용했지만 현재에는 프랑스산을 선호하고, 해마다 사용하는 와이너리가 많아졌다. 떡갈나무 한 그루로 2개의 오크통을 만들 수 있는데, 나뭇결의 방수효과를 높이기 위해 톱을 사용하지 않고 1m의 미랭(murrain) 널빤지를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떡갈나무의 20%를 사용하며 80%는 땔감으로 사용한다. 오크통을 만드는 떡갈나무는 한랭지에서 자란 나무 재질은 조직이 세밀하고 단단해 와인의 증발은 적지만 용출성분도 적은 것이 특징이다.


와인 양조에 뉴 오크통은 요리할 때 소금과 후추 같아서 소량이라면 요리에 맛을 더하지만 너무 많으면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프렌치, 아메리칸 오크통의 선택과 사용여부는 아주 중요하다.
첫째, 프렌치 오크통은 오밀조밀하고 구조가 단단한 나뭇결과 향기에 특징이 있어 포도의 종류에 따라 구분해 사용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고급와인은 향기가 잘 표현되는 프렌치 오크통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둘째, 아메리칸 오크통 나뭇결은 섬세하고 규칙적이지만 프랑스 오크통만큼 구조가 단단하지 못해 와인용보다는 버번위스키의 숙성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프렌치 오크통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고급와인을 생산하지 않는 와이너리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오크통의 제조 과정에 특별한 공법을 사용해 양질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오크통으로 자리잡아가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호텔 레스토랑 소믈리에들은 오크통의 스토리텔링으로 고객과 소통하면서 레스토랑 매출액과 서비스 가치를 높여가야 할 것이다.

 

 

고재윤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과 교수
고재윤 교수는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 와인소믈리에학
과장,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으로 한국와인의
세계화에 온갖 열정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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