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가장 핫한 크루즈 트레인 Train Suite 시키시마

2018.05.21 09:28:01


일본에서 꿈의 크루즈 트레인이라고 불리는 관광 열차는 JR 히가시닛폰이 운영하는 ‘TRAIN SUITE 시키시마’ 외에도 2013년부터 운행되고 있는 본지에도 소개한 바 있는 JR 큐슈의 ‘나나츠보시 in 규슈(2015년 10월 게재)’와 JR 니시닛폰의 ‘TWILIGHT EXPRESS 미즈카제’를 꼽을 수 있다. 이들 크루즈 트레인을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나나츠보시와 미즈카제의 경우 중후한 매력이 있는 앤틱 자동차가 떠오르고, 시키지마는 날렵하고 경쾌한 스포츠카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가장 핫한 크루즈 트레인을 소개한다.


전용라운지와 플랫폼
여행의 출발지인 도쿄(東京)의 우에노(上野)역에는TRAIN SUITE 시키시마(Train Suite, 四季島) 승객 전용 라운지인 ‘프롤로그 시키시마(プロローグ四季島)’가 있다. 「진다이스기(神代杉)」라고 하는 오랜 기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삼목재로 만든 문살과 한국에서는 맞배지붕이라고 하는 키리즈마(切妻)지붕을 접어 올린 것과 같은 천장 장식 등 일본의 요소가 많이 반영돼 있다.



TRAIN SUITE 시키시마의 전용 플랫폼 번호는 ‘13.5번’이다. 이를 보고 해리포터에 등장했던 9와 3/4 승강장을 떠올리는 것은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영국 런던의 킹스크로스역에는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9와 3/4 승강장을 해리포터 팬들을 위해 한쪽 벽면에 만들어 놓고 포토존과 기념숍을 운영하고 있는데 언제나 그 앞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플랫폼 번호 하나로 소설의 명성과 신비로운 이미지를 차용한 아이디어가 깜찍하다.


페라리 디자이너의 역작
전용 홈인 ‘새로운 여행의 출발 13.5호선’에 모습을 드러낸 TRAIN SUITE 시키시마는 총 10량으로 편성돼 있다. 골드 마크가 그려진 유려한 곡선의 차량에 크고 작은 형태의 다양한 창문이 유기적인 리듬을 나타내고 있다. 이 아름답고 멋진 차량을 디자인 한 사람은 <페라리>, <마세라티> 등의 자동차와 신칸센을 비롯한 철도 차량의 디자인으로 유명한 <KEN OKUYAMA DESIGN>의 오쿠야마 키요유키(奥山清行) 씨다. 오쿠야마 키요유키 씨는 Ken Okuyam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업 디자이너이며, ‘이탈리아 인이 아닌 디자이너로서는 처음으로 페라리를 디자인 한 남자’로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신칸센 등 다양한 기차 디자인을 했고, 일본의 철도 디자인을 논할 때 빠뜨릴 수 없는 한 사람이다.



TRAIN SUITE 시키시마는 총 10량으로 구성돼 있는데 선두 차량인 1호차와 10호차가 전망대 차량이고 2, 3, 4, 8, 9호차가 스위트 개인실, 5호차가 라운지, 7호차가 시키시마 스위트(四季島スイート)와 디럭스 스위트(デラックススイート)다. 스위트는 평면 공간에 거실 겸 침실과 샤워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디럭스 스위트는 높은 천장을 통해 개방적인 공간감을 제공하고 있으며, 거실 겸 침실과 히노키(檜)욕조를 갖추고 있다. 최고급 객실인 시키시마 스위트는 메조넷 타입인 복층 구조로 돼있다. 객실 입구에서 계단을 올라가면 다다미방이 있고 아키타의 장인들이 만든 좌탁과 좌석 의자가 놓여 있다. 아래층은 싱글 침대 2개의 넓은 침실로 카페트가 깔려 있는데, 일본 전통종이와 옻을 사용한 벽이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또한 위층 욕실에는 히노키 욕조와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대형 창문이 있어 기차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를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예술의 공간으로 승화된 지역의 공예품
사실 이 열차는 동북지역의 부흥에 대한 바람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JR 히가시닛폰(東日本)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힘들어진 지역경제를 살려보고자 새롭게 지역활성화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민했고, 그 결과 동북(東北)지역의 관광 유치 방법으로 시작한 것이 ‘TRAIN SUITE 시키시마’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따라서 동북지역의 부흥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참신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오쿠야마는 열차의 실내 소재를 모두 동일본 지역의 소재를 활용해 만들어 냈다. 그러나 단순히 그 지역의 것이기 때문이라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인정받는 소재를 선택해 활용한 것이다.



열차의 중앙에 위치한 5호차의 「LOUNGE 코모레비(ラウンジこもれび, 햇살)」는 나무의 이미지를 띈 밝은 공간이며, 이곳에 사용된 카펫은 ‘이끼’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 카펫은 이름처럼 밟으면 이끼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촉감이 좋은데, 이 소재를 선택한 이유는 고객에게 신발을 벗고 휴식할 수 있도록 하고 싶은 마음을 디자인에 담았기 때문이다. 사실 신발을 벗는 문화는 서양권의 손님들에게는 일본 생활의 일면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특히 이 카펫은 야마가타(山形)의 오리엔탈 카펫의 제품으로 바티칸과 일본의 영빈관에 납품하는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의 제품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라운지 소파와 테이블 및 의자는 아키타(秋田)의 장인이 만들었으며, 아키타현(秋田県)의 전통적인 나무를 사용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디자인 모두 오쿠야마씨가 직접 동일본 각지의 공방이나 가구 제조업체에 의뢰해 <TRAIN SUITE 시키시마>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독창적인 아이템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라운지, 식당, 별실 복도에 이르기까지 열차 내 곳곳에는 나무, 종이, 옻칠, 철이나 알루미늄, 가죽 등의 소재를 결합시켜 각지의 전통 공예를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가구가 배치돼 있을 뿐만 아니라 승무원의 유니폼도 동북의 전통적인 ‘모시 직물’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었다. 모든 디자인과 소재에 이 프로젝트의 동기가 됐던 동북 지역에 대한 스토리가 내포돼 있는 것이다.



‘DINING 시키시마’에서 프렌치를 만나다
TRAIN SUITE 시키시마에서 제공되는 다이닝은 프렌치다. 사실 달리는 기차에서 수준 높은 프렌치 디너가 제공된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원래 기차에서 요리를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이는 한 번에 좁은 부엌에 들어가서 요리할 수 있는 인원은 모두 세 명 정도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섬세함을 중시하는 프랑스 요리인 만큼 기차 특유의 흔들림이 있는 상황에서의 조리와 서비스는 쉽지 않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하자마자 전체 요리의 감수를 맡고 있는 일본 호텔 총괄 명예 총 주방장인 나카무라 카츠히로와 이와사키 요리장은 동일본 각지를 돌아다니며 식재료를 하나씩 선택해 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은 어떤 환경에서도 접시에 담긴 요리의 아름다움과 맛이 유지될 수 있는 메뉴를 고안했다. 그 결과 차량에서 제공되는 프랑스 요리는 이름부터 지역성이 듬뿍 담겨있다. ‘아오모리 현에서 가져온 성게(ウニ)와 비시소워즈 무스’, ‘산리쿠(三陸) 지역의 생선와과 포와레 소스’ 등 지역의 해산물과 야채를 사용해 계절마다 메뉴를 검토해서 제철 식재료를 준비한다.


풍경에 감싸인 두 개의 전망 차
기차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을 꼽으라면 당연히 차창 밖의 풍경을 즐기는데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매력을 가장 극대화한 전망 공간이 TRAIN SUITE 시키시마의 가장 앞과 뒷 차량으로 구성돼 있다. 천장을 포함한 4면이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유리로 된 뷰 테라스는 그린 카페트에 이탈리아의 최고급 가구 브랜드인 폴트라나 프라우(Poltrona Frau)의 흰 소파가 배치돼 어딘가 우주선 같은 분위기마저 풍기는 공간이다. 특히 이 전망차에서는 차창의 풍경뿐만 아니라 운전실이나 엔진 룸의 모습도 볼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이색적이다.



사방이 창문으로 둘러싸인 전망대 차량을 디자인한 것은 차내에 다양한 방향에서 빛이 들어오도록 하고 어느 각도에서도 창밖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창문이 많은 경우 차체 강도가 걱정될 수는 있지만 차량 제조를 담당한 가와사키 중공업의 전문가들이 심층 강도를 계산해서 만들어 냈기 때문에 아름다운 디자인만큼 안전 면에서도 자신한다. 게다가 일반 차량보다 탑재 기기가 많고 화려하며, 독특한 인테리어가 결합된 1량 당 무게는 신칸센보다 무겁다고 한다.


TRAIN SUITE 시키시마의 기술
TRAIN SUITE 시키시마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선로의 전기 구간이나 디젤 구간 어디서나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된 새로운 형태의 차량이라는 점이다. TRAIN SUITE 시키시마는 전기와 기동차의 두 가지 성능을 모두 ‘EDC’ 방식을 최초로 도입했으며, 보안 장치도 4종류를 탑재했다. 이 기술 덕분에 재래선(在来線)의 대부분 선로도 달릴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리고 기관차를 앞뒤로 교체하는 작업이 필요 없으니 왕복운행이 용이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이런 기술은 TRAIN SUITE 시키시마가 다양한 곳을 찾을 수 있으며, 다양한 여행 플랜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무기가 되고 있다.



TRAIN SUITE 시키시마를 접하면서 이 열차는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모든 것이 가장 세련된 방법으로 집약된 산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달리는 기차의 차창 밖으로 경치를 감상하며 히노키탕에 몸을 담그는 것은 어쩌면 현재 일본에서 즐길 수 있는 가장 일본스러운 사치가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개인의 사치에 머무르지 않고, 아직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동일본 지역과 주민들에게 작은 공헌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시키시마와 함께하는 여정을 조금 더 가치 있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듯하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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