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헨나호텔(変なホテル)

2015.09.08 10:06:52

세상에 없던 이상한 호텔

지난 7월 일본에 이상한 호텔이 문을 열었다.
호텔 이름이 문자 그대로 ‘이상한 호텔’일 뿐만 아니라, 로봇이 직원을 대체해 손님을 맞는 운영시스템 등 특이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 호텔을 단지 ‘이상함’으로 차별화를 둔 곳이라고 단순히 말할 수만은 없다.
일본어 ‘헨(変)’에 ‘변화’의 의미가 포함돼 있듯, 호텔의 슬로건이 ‘변화하는 것을 약속하는 호텔’이라는 것은 이 호텔이 ‘이상함’을 넘어서 ‘미래지향적’인 목표를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환경의 변화와 기술의 진보를 조금 더 일찍, 그리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인 이 이상한 호텔은 어쩌면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아야 하는 현재 호텔업계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훗날 보편화돼 있을 호텔서비스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현재 조금 이상한 이 호텔을 들여다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세계 최초의 LCH(Low Cost Hotel, 저가형 호텔)
HIS그룹의 사와다 히데오(澤田秀雄) 회장은 오픈 이후 적자가 계속되고 있던 하우스텐보스를 인수해 창업 이래 사상 최고치의 매출과 경상 이익을 달성시켜 화려하게 재생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이미 오래 전 LCC(Low Cost Carrier, 저가 항공사)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해 저가항공티켓 판매의 선두주자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이런 그가 IT를 활용한 스마트 호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이 호텔 프로젝트는 LCC와 비슷한 LCH(Low Cost Hotel, 저가형 호텔)이다.
호텔의 프론트에서 체크인을 할 때 만날 수 있는 호텔리어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다. 단정한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의 모습을 한 로봇과 무시무시하게 생겼지만 나비넥타이를 한 공룡로봇이 고객을 맞이한다. 일본어와 영어 중 원하는 언어를 선택하면 “체크인 하려면 1번을 누르십시오.”라는 말이 나온다. 접수를 마치면 포터 로봇이 여행가방 운반을 돕는다. 방 열쇠는 안면 인식 시스템이 대신하는데, 방문 앞에 설치된 기계와 얼굴을 마주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고객은 카드를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고, 카드 키를 잃어버릴 경우 로봇이 찾기 힘든 점까지 해결한 묘안이다. 얼굴 인증을 하고 싶지 않은 고객은 비접촉 IC 카드 키를 이용할 수도 있다.
방 안에 들어가면 ‘툴리’라는 로봇이 소소한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시간, 날씨 등을 물으면 알려주고, ‘불을 꺼라’는 음성도 인식한다. 이 밖에 룸서비스 음식은 드론이 배달하고, 짐 보관 코너에선 공장에서 볼 법한 커다란 로봇 팔이 짐을 받아 보관 장소로 옮긴다. 하지만 보안, CCTV 영상 감시 등 일부 영역은 사람이 맡고 있다. 첨단 공조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방 안에는 에어컨이나 히터가 없다. 냉장고나 TV는 없지만 최신형 태블릿이 구비돼 있다. 객실은 A타입(28.27㎡/40실), B타입(21.32㎡/20실), C타입(33.75㎡/12실) 등 총 72개의 객실로 구성돼 있다. 저가형 호텔이라고 하기에 넓고 쾌적하다.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위한 노력
스마트 호텔을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이라는 새로운 저가형 호텔로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건설비용 절감이다. 건설비용은 운송에 적합한 모듈을 사용해 공사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비용 절감을 달성했다. 향후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호텔 사업을 전개할 것을 고려해, 현지에서 확보할 수 있는 원료를 사용하거나 현지의 환경, 에너지 사정 등을 감안해 비용 절감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건설비용 절감을 도모해 세계시장으로 진출 가능한 공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사와다 히데오 대표는 호텔을 옮기기 쉬운 컨테이너 형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고 한다. 방마다 컨테이너 모양으로 디자인하고 전 세계적으로 수송이 가능한 물류 표준으로 통일하면, 정글에서도 사막에서도 호텔을 만들 수 있고, 사람이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활용해 호텔을 전 세계 어디서나 싸게 만들 수 있게 했다. 현재는 전기와 물이 없는 곳에는 호텔을 만들 수 없다. 전기가 없으면 전선을 당겨 와야 하고, 이는 호텔을 운영하는 비용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이상한 호텔처럼 ‘스마트 호텔=저가형 호텔’이라면 그 상황을 바꿀 수 있다.
둘째, 인건비 절감이다. 서비스 인력 대신 로봇을 채용했다. 현재 호텔에는 프론트 로봇 3대, 망토 로봇 1대, 안내 로봇 1대, 포터 로봇 2대, 안내 로봇 1대가 배치돼 있다. 로봇에 의한 자동화는 미래 9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현장 작업의 단순화와 자동화를 전개해 로봇 스태프에 의한 효율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고객 정보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로봇들과의 대화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셀프 서비스가 가능해 프론트에서 순서를 기다리거나 하는 수고를 덜었다. 물론 필요하다면 직원이 돕지만, 서비스의 중심은 로봇이다.
셋째, 에너지 절감이다. 광열비 절감을 위해 태양열을 이용하는데, 특히 태양열을 컨트롤하는 지붕과 바람이 빠지는 공간을 디자인해 설치함으로써 에너지 절약을 도모했다. 광열비에 관해서는 현재 오픈한 제 1기동에서 기존의 소모량에 비해 30%정도 감소시킬 계획이고, 그 후에는 50%까지 광열비 절감을 도모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에너지 절약과 광열비의 자급률 향상을 도모한 태양광 발전의 도입이 세계 최초로 실행될 수 있었던 것은 도쿄대학 생산 기술 연구소의 카와조에(川添) 교수 연구실이 디자인하고 카시마 건설 주식회사가 이 프로젝트를 시공하는 산학협력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호텔 시설에 필수적이었던 에어컨과 히터 같은 것도 이 호텔에는 없다. 기계를 활용한 냉난방이 아니라 복사 패널을 활용해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위해 이미 하우스텐보스에서 북서쪽으로 2km 거리, 2만 7000평방미터의 부지에 8400개의 태양광 패널(메가 솔라)을 건설해 2013년 8월부터 시범 운영을 해 온 상태다. 그 밖에도 장내 실험 주택인 ‘하우스텐보스 스마트 하우스’를 만들어 사와다 히데오 대표는 물론 직원들이 주거하는 체험을 해왔다고 한다. 이것은 호텔을 디자인한 도쿄 대학 생산 기술 연구소와 공동으로 추진한 것으로, 2013년 굿 디자인 상 베스트 100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경매방식의 요금제도
오픈 전 경매방식의 요금제도를 선보이겠다는 계획과는 달리 지금은 고정요금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구상했던 새로운 형태의 요금제도는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참고가 될 듯해 소개하고자 한다. 헨나호텔에서 구상했던 오픈 프라이스(경매 방식)는 이용 시기에 따라 룸 가격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설정해두고 최고 가격 낙찰자에게 룸을 판매하는 형식이다. 통상의 경우는 ‘bottom (A)’, 3일 연휴 등의 경우는 ‘middle (B)’, 추석이나 연말연시 등에는 ‘TOP (C)’의 3 단계에서 요금을 설정했다. ‘bottom (A)’를 예로 들면 먼저 싱글이라면 7000엔~1만 4000엔, 트윈이라면 9000엔~1만 6000엔 트리플이라면 1만 1000엔~1만 8000엔 중에서 희망하는 금액(1000엔 단위)으로 예약을 한다. 이때 최대 금액(싱글의 경우 1만 4000엔)으로 예약하면 즉시 예약이 확정되지만, 다른 금액의 경우 예약 후 4~8주 사이에 확정 또는 불가의 연락이 가는 시스템이다. 확정 불가의 연락은 숙박 예정일 1~2개월 전까지는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사와다 히데오 대표는 ‘저비용 항공사(LCC)의 시대’를 20여 년 전 예견해서 스카이 마크 항공을 설립했고, 이번에는 저가형 호텔 시대가 반드시 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텔의 숙박비가 지금은 2만~3만 엔 이지만, 수천 엔 정도의 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건축부터 인건비 절감, 에너지효율화, 그리고 이러한 요금제도까지 정착된다면, 그가 말한 저가형 호텔의 시대는 조금 더 앞당겨질 듯하다. 실제로 이 호텔은 2015년 72실의 제 1기 오픈에 이어 2016년 3월에 72실의 제 2기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의 신성장 전략
일본은 지난해 5월 열린 OECD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가 신성장 전략으로 ‘로봇 산업 혁명’을 내세운 이후 제조는 물론, 의료, 간호, 농업, 교통 등 다양한 산업에 로봇을 활용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서비스형 로봇은 일본 사회가 당면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는 분야이다. 그 예로 오리연구소에서 만든 ‘오리히메’는 감기로 드러누워 있거나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외로울 때 고독감을 해소해주는 원격분신 커뮤니케이션 지원 장치이다. PC와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작하면 설치된 오리히메가 주변을 살피거나 대화에 응하는 식이다. 가격은 PC 1대 정도로 저렴하지만, 이용자는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얻을 수 있어 심리적인 부분을 케어 하는 서비스용 로봇으로 주목 받고 있다. 츠쿠바대의 산카이 요시유키 교수가 대학 내 벤처기업인 사이버다인을 통해 선보인 로봇 슈트 HAL은 뇌졸증이나 척추 손상 등으로 걷는 것이 힘든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자신의 발로 걷고 싶어 하는 희망을 충족시키고자 만들어졌다. HAL을 몸에 장착하면 센서로 사람의 의사를 읽어내 그대로 손발을 움직일 수 있도록 보조해준다. 실제로 이를 장착하고 지속적으로 보행 훈련을 함으로써 자신의 다리로 직접 걸을 수 있게 된 사람도 있다. HAL은 독일에서도 의료 기기로 정식 승인을 받아 본격적인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마음을 다독여 주거나 재기의 희망을 주는 인간 고유의 영역까지 로봇이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상의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인 호텔이라는 곳에서 차디찬 심장을 가진 로봇이 서비스를 한다는 것이 아직은 생경한 풍경일 수 있지만, 언급한 예처럼 로봇은 점점 더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까지 케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호텔 산업 단독으로 이 모든 변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일 수 있지만, 헨나호텔처럼 산학협력이라는 고리를 찾는다면 헨나호텔보다 더 이상하고, 더 따뜻한 서비스 형태를 선보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호텔 사업은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세계적으로 공유경제라는 이름으로 에어비엔비와 같은 숙박형태의 매출규모가 이미 숙박형태의 판도를 흔들고 있고, 특별한 콘셉트를 가진 작은 형태의 호텔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그간 호텔들이 보여준 콧대 높은 영업방식으로는 살아남기 힘들어졌다. 더욱 고급스럽게 갈 것인가, 더 저렴하게 갈 것인가, 또는 어떤 특별한 콘셉트를 가질 것인가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호텔’이라는 도도한 이름으로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사라질 것이다. 사와다 히데오 회장은 과감히 저가형 호텔의 길을 택했고,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는 형태가 아니라 환경과 기술의 접목으로 세계 어디에서나 친환경 형태의 호텔을 지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헨나호텔이 반드시 답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이 이상한 호텔을 통해 앞으로 더 이상해질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15년 9월 게재>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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