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호텔업계가 여성 고객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다. 여성 전용 객실을 비롯해 여성 고객 타깃 패키지, 여성 전용 층을 선보인 것도 어림잡아 10년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여성 전용 호텔’까지는 낯선 이야기인 듯하다. 그런데, 교토에 오픈한 ‘CAFETEL 교토산조 for Ladies’는 여자들끼리의 여행과 SNS를 즐기는 여성 전용 호텔이다. 일명 SNS용 사진을 고려한 인테리어부터 여성들을 위한 아기자기 면모가 돋보이는 카페텔을 소개한다.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소비
여성에 의한 소비, 우먼 경제의 규모가 전 세계 소비의 64%를 차지할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 신흥국에 주목하는 사람도 많지만, 브릭스(BRICs) 국가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다 합치더라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시장이 가진 잠재력이나 성장 가능성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일본은 낮은 경제 성장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하는 여성, 미혼 여성, 여성 고령자의 수가 해마다 증가함에 따라 이들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의 확립이 새로운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현상에 주목해, 보스턴컨설팅 그룹의 마이클 실버스타인과 케이트세이야는 저서 <우먼 이코노미>에서 여성이 모든 소비 결정권을 쥐고 있는 시대의 도래에 주목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장기적으로 증대하고 있고, 실제로 이러한 성장이 일본의 경우 불황 탈출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여성의 개인 소비 지출은 전 세계적으로 약 2000조 엔이지만, 몇 년 후에는 2800조 엔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여성이 차지하는 총소득의 규모도 1200조 엔에서 1800조 엔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브릭스(BRICs) 국가의 경제 규모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산업 전체를 놓고 보면, 일본의 주부를 대상으로 한 시장규모는 약 125조 2490억 엔이라고 한다. 그리고 연령대별로는 20~30대 주부의 경우 절약하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버블경기를 체험한 적이 있는 40대 주부와 연금 생활에 들어간 고령자 여성들의 경우, 활발한 소비활동을 주도하는 그룹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20대 부터 60대까지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적극적인 소비를 주도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관광산업이다. 관광산업은 모든 세대의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적극적인 지출을 보이고 있고, 숙박 시설도 이들 여성들의 적극적인 소비활동에 의해 수익 창출이 기대되는 분야다.
룸의 기본 구조는 3인실
여성 소비 활동의 증가, 그 중에서도 관광 분야의 소비가 확대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 최근 일본에서는 여성 전용 플로어를 구성하거나 아예 여성들만 숙박이 가능한 여성 전용 호텔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여자들의 교토여행을 즐기려는 이들을 타깃으로 최근 오픈한 호스텔인 「CAFETEL 교토산조 for Ladies」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교토의 산조역 근처에 위치한 여성전용 숙박 시설인 「CAFETEL 교토산조 for Ladies」는 2018년 7월에 오픈한 호텔이다. 칸사이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호텔을 운영하는 케이한 그룹이 새로운 콘셉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호스텔과 카페를 융합한 숙박시설의 형태로 문을 열었다. 케이한 그룹은 여성의 여행을 디자인한다는 콘셉트 아래 국내외 20대 여성의 잠재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서비스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CAFETEL 교토산조 for Ladies」를 기획했다.
그리고 이 호텔은 3인실을 기본 객실 형태로 설계했다는 점에 주목할만하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호텔이 2인을 기준으로 한 객실을 만들어 제공해왔지만, 케이한 그룹의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여행객들의 경우 3명이 한 그룹으로 여행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동안 3명이 한 그룹으로 기존의 호텔에 숙박할 경우 호텔 룸에 엑스트라 침대를 억지로 넣어서 숙박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존재해왔다. 이러한 수요에 주목해 「CAFETEL 교토산조 for Ladies」는 3명이 한 객실에 숙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룸 설계를 갖췄다. 세 명이 모두 똑같은 침대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물론 3인실이라고 하더라도 2인이 사용할 수 있고, 그럴 경우 여유롭게 방을 사용 가능한 이점이 있다.
3명이 정원인 객실 수는 19실이며, 이용가격은 약 1만 2000엔이다. 그리고 숙박요금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화장실, 샤워 부스, 파우더 룸은 공용 공간으로 설계했는데, 이 점은 오히려 준비시간이 긴 여성들의 경우 같은 타이밍에 이용이 가능하니까 대기시간이 줄어드는 장점이 된다. 특히 파우더 룸의 경우 마치 뷰티 숍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드라이기는 물론 스팀기, 헤어 고대기를 최신 사양으로 구비해, 여심을 저격할만한 매력적인 공간이다.
SNS를 위한 인테리어와 아이디어
호스텔의 객실과 카페의 디자인에서 주목한 점은 호텔을 찾는 여성 고객들이 SNS활동에 열정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곳의 공간 디자인은 SNS에 올리기에 적합한 사진촬영이 용이하도록 고려해 완성했다.
글램핑을 이미지화한 귀여운 느낌의 방은 창 쪽 벽면이 집 모양으로 형상화돼 네모반듯한 벽면과 비교해 훨씬 아기자기하다. 룸 전체는 산뜻한 컬러감으로 꾸며져 있고 같은 크기의 침대 3개가 배치돼있다.
카페의 내부는 화려한 벽으로 디자인돼있어 손님들이 사진을 찍도록 유도하고 있다. 카페의 메뉴는 팬케이크나 교토 정식 등 세 종류 모두 500엔 동전 하나로 해결 가능하다.
이처럼 곳곳에 여성을 위한 서비스가 충실한 것은 이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여성 직원들의 오랜 고민과 아이디어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케이한 그룹이 「CAFETEL 교토산조 for Ladies」라는 여성전용 숙박시설을 만들기 위해, 사내에 참여할 인재를 모집했는데 특히 여성사원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한다. 자신들이 여행할 때 원했던 것을 새롭게 오픈하는 호스텔에 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성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적용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아이템을 제공했고, 파우더 룸에는 여성들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위한 최신 미용기기를 두도록 했다. 친구들이 함께 미용과 수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토 시내를 관광할 때 여성들이 가기에 적합한 장소를 안내해 주는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제공하도록 했다. 여행 가이드북에 소개된 유명한 곳이 아니라, 여성들이 가면 만족할 만한 곳을 맞춤으로 추천해 관광 루트를 제공해 호응을 얻고 있다.
또, 호스텔 내에서는 여성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예를 들면, 최근에 실시한 이벤트는 「SANJO NO HIKARI PROJECT(산조 히카리 프로젝트)」로 여행자들이 전통공예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예전에 교토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산책하던 풍경에서 힌트를 얻어, 현대의 IoT 기술을 활용해 LED의 색상이 변화되면서 작동하는 랜턴을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숙박객들은 교토의 역사와 현대를 동시에 체험 가능했다.
우먼 이코노미 시대의 도래
우먼 이코노미 시대, 여성이 소비의 주체로서 주목받는 가운데 여성전용 숙박시설은 앞으로 더욱 더 확대될 전망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남성 고객을 배제하는 것만으로 이미 소비자의 절반을 버리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의문점도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비롯해, 이들이 주체적으로의 삶을 즐기는 문화가 정착하는 가운데, 관광산업 분야에서는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는 여성에게 보다 관심을 두고 서비스를 구상해 나가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SNS를 통한 여성들의 입소문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고 빠르기 때문이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