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1년 후까지 모든 객실이 예약돼 있어 이용하기 힘든 료칸(旅館)으로 유명한 이와노유라는 곳을 소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와노유의 취재과정에서 이곳은 수년 전에 다녀간 한국 단체 숙박객들에 대한 악몽으로 단체 관광객이나 한국인 고객은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취재에 응할 수 없다는 낯부끄러운 이야기를 듣게 됐다.
필자는 그런 이야기까지 게재해서 일본 료칸 문화가 제대로 알려지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한 후에야 취재를 계속할 수 있었다.
당장의 수익 보다 료칸을 이용하는 매너를 아는 고객과 같이 료칸다운 료칸을 만들어 가는 것이 일본 문화의 마지막 정수라고 생각하는 곳,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만큼 직원만족(Employee Satisfaction)이 중요하다는 신념으로 직원과 직원 가족에 정성을 쏟는 곳, 이와노유 이야기가 시작된다.
직원과 직원의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경영
겨울이 가기 전에 일본의 료칸을 소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일본에는 료칸이 정말 많다. 이 중에서 하나를 고른다는 것은 고문에 가까웠다. 그래서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정해 추려나가기 시작했다. 자본력이나 규모로 이름 난 케이스가 아닐 것, 일본의 가치를 담고 있을 것, 독특한 경영 노하우가 있을 것 등이 조건이었다. 그래서 최종 선택한 곳은 나가노현長野県) 스자카시(須坂市)의 교외 스키장으로 유명한 스가다이라(菅平)의 기슭에 있는 카셈안 세니온센 이와노유(花仙庵 仙仁温岩の湯 ; 일반적으로 ‘이와노유’라고 불림)라는 작은 일본식 료칸이다. 이 료칸은 규모가 작은 것만이 아니라 위치도 찾아가기 힘든 곳에 있다. 홈페이지도 없고, 광고나 홍보비도 거의 들이지 않고 있으며, 게재된 기사자료도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방문하는 손님들로 항상 1년 후까지 18개의 객실 모두가 예약돼 있다. 물론 가격이 저렴해서도 아니다. 1박 2식의 요금은 6인실 기준 1인당 3만 엔 전후이니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외진 곳에 있는 작은 고급여관이 왜 이렇게 많은 손님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일까?
첫 번째로 여유로운 시간을 제공하는 온천탕을 들 수 있다. 이와노유의 온천은 동굴탕으로 남녀가 같이 혼욕을 하는 공간이다. 정해진 시간동안 자신들만이 이용하는 카시키리(貸切り) 노천탕(露天風呂)은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산 속에서 나는 재료를 활용한 산골 요리다. 여기에서 나오는 요리는 일본 사람들에게 “일본인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고 한다. 계절 산지의 재료를 사용한 카이세키(懐石)요리가 제공되는데, 억지로 고급료칸의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제철 재료와 소박한 맛으로 승부하기 때문에 호사스러운 카이세키요리를 기대한 사람들을 다소 당황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산골요리를 한 번 맛보면 소박한 행복감에 오히려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세 번째로는 직원 전체의 호스피탤리티다. 료칸에 도착해서 떠날 때까지 모든 직원들이 웃는 얼굴로 대해주는 것은 다른 료칸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런데 이 곳의 경우, 고객이 지나가면 요리를 하고 있던 요리사들도 작업을 멈추고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해주는 남다른 호스피탤리티에 감탄하게 된다. 보통 주방의 요리사들과 접할 기회도 없지만 그들이 마치 서비스를 하는 직원들과 같이 웃는 얼굴로 항상 대하는 모습에서 이 곳 직원들의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정말 투철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일본의 숙박 업계에서는 리츠칼튼이 고객 서비스가 뛰어난 호텔로 자주 거론되고 있지만, 나가노(長野)의 산골에 리츠칼튼에 뒤지지 않는 료칸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즉, 이와노유는 온천 그 자체의 매력과 맛있는 식사, 체크 아웃 시간이 12시로 설정돼 있는 등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콘텐츠와 함께 직원의 가족적인 오코테나시와 감동적인 서비스로 고객의 만족도를 극대화 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이렇게 모든 직원들이 수준 높은 호스피탤리티를 제공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손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과 직원의 가족’을 소중히 하는 경영에서 찾을 수 있다. 구체적인 예로, 일반적으로 온천지의 료칸은 연중무휴인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와노유는 연간 휴관일이 무려 27일에 달한다. 게다가 휴관일은 업계의 최고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추석, 크리스마스 그리고 연말연시 등으로, 이 시기는 보통 숙박요금도 1.5배 이상 상승하는 때기도 하다. 료칸이 이 시기를 굳이 휴관일로 하고 있는 이유는 직원도 고객과 같은 평범한 사람이므로 가족과 오붓한 한때를 보내고 싶어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최고의 성수기지만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함께 보내도록 휴관일로 운영하는 배려 깊은 경영 자세가 직원과 그 가족에게 전달되고, 그것이 서비스로 발현된 것이다. 고객만족(CS)도 중요하지만 직원만족(ES)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와노유는 직접 증명하고 있다.
전통 료칸 문화와 매너
취재과정에서 이와노유의 대표는 자신의 료칸을 홍보하는것보다 일본의 료칸문화를 제대로 알리는데 더 관심이 많았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서로의 취향을 알아볼 때, “당신은 호텔파입니까? 료칸파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 질문 안에는 두 숙박시설의 차이를 아는 지에 대한 일본 특유의 내재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즉, 료칸이라는 일본 고유의 문화에 대한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묻는 것이다.
호텔을 좋아하는 사람은 새롭고 편안한 스테이를 좋아한다고 볼 수 있고, 료칸을 좋아한다고 하면 전통적이고 품위 있는 격식을 즐기는 사람으로 보여 진다. 물론 호텔이든 료칸이든 어느 쪽이라도 기본 매너는 필요하지만, 일본 료칸의 경우는 조금 더 특별하다. 료칸은 호텔과 비교해 직원들이나 다른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장면이 많고, 그래서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매너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료칸을 이용하
는데 있어서 지켜야할 매너는 무엇일까?
첫째, 객실에 도착한 후 먼저 료칸의 드레스 코드를 지켜야 한다. 료칸에서는 편안한 유카타(浴衣)를 입는다고 생각해 복장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료칸의 클래스에 따라서 자켓을 하나쯤 가지고 가는 것이 매너이다. 레저와 관광을 즐긴 후 체크인 때 품위 있는 재킷을 살짝 어깨 걸치는 것이 고급 료칸에서 대우를 받는 고객의 매너다. 둘째로, 도착 시간에 대한 예의다. 료칸은 항상 고객의 도착 시간에 맞춰 마중을 위해 대기를 하고, 저녁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서 만약에 일정이 지연되거나 앞당겨질 때에도 반드시 미리 전화하는 것이 예의다. 셋째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인데, 신발을 벗는 방향을 지키는 것이다. 마중을 해주고 객실까지 안내해 주는 직원이 있을 경우, 숙박객은 방으로 들어가는 방향으로 똑바로 신발을 벗고, 신발의 방향을 바꾸거나 정리하는 것을 맡겨야 한다. 료칸 외에의 장소에서는 신발을 벗으면서 스스로 나가는 방향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일본 사회의 보편적인 매너이지만, 료칸의 경우는 유일하게 직원에게 맡기도록 하는 것이 매너인 것이다. 대신 이때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한마디 건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번에 이와오뉴에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 것이 객실 및 목욕탕에서의 매너였다. 나카이상이라고 불리는 직원들이 안내를 하고 서비스를 해주는 료칸에서 휴식을 하는 경우 세세한 매너와 격식을 차리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객실에 도착하면 바로 차와 다과를 가져 오는데, 그럴 경우 숙박객의 앉는 위치가 중요하다. 먼저 도코노라고 불리는 윗좌석은 연장자나 남자들이 앉는 경우가 전통적인 관례이다. 그리고 코코로즈케라고 불리는 팁을 손바닥 사이즈의 작은 봉투에 미리 준비해 어린 아이들이나 고령자가 함께 와서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 받는 경우나 특별한 요구나 부탁을 한 경우에 전해주는 것이 예의다.
그리고 핵심 중의 핵심은 료칸의 온천탕을 이용할 경우에 지켜야 할 매너다. 첫째, 물에 수건을 넣지 말아야 한다. 둘째, 큰소리로 말한다든지 너무 들떠서 대화내용을 다른 사람들이 들어 불편해 하는 것은 삼가 해야 한다.
셋째, 자신의 판단에 따라 물의 온도를 조절한다든지 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 때를 민다든지 서서 물을 몸에 붓는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아이들이 떠들 경우 방에 온천탕이 함께 있는 객실을 이용하는 것이 매너이다.
일본의 료칸이라는 공간은 호텔과 달리 지켜야할 매너가 많다. 이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고 번거롭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점이 료칸만의 독특한 문화이자 매력적인 요소가 됐다. 이와노유 대표는 이러한 료
칸의 문화를 지키는 것이 일본 문화를 지키는 것이라 믿고 있다. 그리고 료칸의 가치는 바로 이러한 격식과 품위에 진심어린 서비스가 결합돼 만들지는 것이라고 믿기에 시끄러운 단체 관광객을 받지 않고, 최고의 성수기에 직원들을 위해 휴관을 하는 등의 과감한 경영을 해오고 있다.
<2016년 2월 게재>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